"계절성 전염병은 봄에는 마땅히 따뜻해야 하는데 오히려 춥고, 여름에는 마땅히 더워야 하는데 오히려 서늘하며, 가을에는 마땅히 서늘해야 하는데 오히려 덥고, 겨울에는 마땅히 추워야 하는데 오히려 따뜻한 것처럼 그 계절이 아닌데 다른 기운이 들어와서 생긴다. 이 때문에 한 집안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 비슷한 병에 걸린다. 이것은 계절적으로 유행하는 급성 유행성 열병으로 사람들이 돌림병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凡時行病者 春應暖而反寒 夏應熱而反凉 秋應凉而反熱 冬應寒而反溫 非其時而有其氣 是以一歲之中 病無長幼 大率多相似 此則時行溫疫之氣 俗謂之天行 是也."
-동의보감 잡병편 권7 온역(溫疫) 중에서
여름철 재유행이 우려되지만 2년 넘도록 지속된 코로나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하다. 거리의 풍경도 사람들의 일상도 과거의 익숙했던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간다. 뒤늦게 바이러스에 발목을 잡힌 사람들은 ‘대우도 못 받는 시절에 걸렸다’는 불평 속에서도 웃음을 감추지 않는다.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코로나바이러스에 확진되고 완치된 이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후유증의 증상들은 다양하지만, 내가 만난 환자들은 크게 세 가지 패턴을 갖고 있었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증상과 이후 발생한 두통이나 기침 같은 증상 때문에 복용한 약물로 인해 몸이 힘들어진 경우다.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증약을 복용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약물의 부작용이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소화불량과 부종과 같은 증상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병을 앓고 난 후 평소 본인이 잘 아프던 곳이 다시 나빠지는 경우다. 사람마다 타고난 유전적 성향과 생활패턴에 따라 취약한 부분이 있다. 나는 이것을 '건강의 기울기'라 부르는데, 과로나 스트레스와 같이 일반적으로 몸이 힘들어지는 상황에 처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 기울기대로 병이 난다. 코로나 완치 이후에도 각자가 가진 패턴대로 병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세 번째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다. 개중에는 갑자기 확 늙어버린 것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이러스와의 투쟁 과정은 물론이고 격리 생활이 주는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에 혹사당한 몸은, 식사와 운동 그리고 수면과 같은 회복에 중요한 부분에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회복되지 않는 피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격리기간은 도리어 수월했는데, 완치 후 3~4주 정도 지나면서 더 힘들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한의학에서 온역(溫疫)이라고 부르는 계절성 전염병에서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의서에선 이 병을 두고 '일반적인 외감성 질환을 치료하는 상한론의 크게 땀을 내거나 설사를 시키는 방법으로 치료해서는 안 되고, 보하거나 발산하거나 하법을 쓰되 중간 정도로 치료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한 치료법으로 인해 몸의 정기가 상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실제 확진 이후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 환자들을 살펴봐도 이러한 접근법은 합리적이라고 생각된다. 불편한 증상이나 기울어진 패턴을 조정하면서도 회복력을 북돋는 보법을 바탕으로 한 치료가 그들 환자들에겐 효과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무너진 일상과 건강을 회복하는 것과 함께, 우리에겐 이번 사태를 되짚어보면서 정리하는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 사태 초기에는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있었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문제해결에만 모든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으니 남아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재유행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을 준비하면서도 사태 초기에 있었던 좀 더 근본적인 이야기들을 다시 할 때가 되었다.
위의 동의보감 속 구절처럼 옛사람들은 코로나 사태와 같은 온역(溫疫)병의 원인을 '이상기후'로 봤다. 이것을 '천지(天地)의 바르지 않은 기운'이라는 의미로 '시기(時氣)'라고 표현했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로 인해 사나운 악귀와 같은 병이 유행하면서 작게는 한 집안과 마을, 크게는 지역과 국가적인 재난을 일으켰다. 다만 과거의 이상기후가 정말 사람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자연재해였다면, 지금의 코로나 사태는 인류가 자초한 인재(人災)라는 점이 다를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멋진 사람을 만났다. 채식을 선택하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흙 묻은 식재료도 개별포장 없이 담아오고, 음식물 쓰레기는 말려서 흙으로 돌려보낸다고 했다. 취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지만 플로빙(편집자 주. 플로깅과 프리 다이빙의 합성어로 다이빙을 즐기며 물속에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함)이 주목적이라고 했다. 그녀가 주변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심 조금 부끄러웠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뿌리에는, 더 많은 소비를 미덕으로 삼아온 현대인의 삶과 그 삶의 방식이 가져온 기후변화, 또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야생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번과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해선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방식도 조금씩 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지구상에 살아있는 많은 사람이 전에 없는 전 인류적 전염병을 2년이 넘도록 겪었고, 지금은 그 후유증을 치료하면서 회복 중이다. 이번과 같은 위기를 겪으면서도 만약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병은 금세 그리고 좀 더 치료하기 어려운 형태로 우리를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병에 걸리고 싶지 않은 지극히 이기적인 마음에서라도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
그녀들을 위한 레시피 : 삼계밥
2년 넘도록 지속된 코로나를 나는 운 좋게 겨우겨우 피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어디 나뿐이겠나 싶기도 하다. 실외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몸은 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코로나 확진 후 몸에 온 이상, 백신 접종 후 찾아온 부작용 등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을 만난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래서 자꾸 음식에 신경이 쓰인다.
우리가 누리던 문명 이기의 끝에서 만난 인류 초유의 바이러스도 그렇고, 기후변화로 인해 무너지는 일상들이 예사롭지 않으니, 삶이 더욱 팍팍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지구와 나의 건강을 같이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먼 거리에서 오는 식재료들을 가능하면 멀리하고, 축육류의 섭취를 줄이며 채식 지향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백신접종 후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생했다. 또 마스크를 오래 착용한 까닭인지 이상하게 체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힘에 겹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니 더욱 그런 것 같다. 나를 위해 뭔가 기운을 보하는 음식을 해서 먹고 싶다. 평소에 나물 위주의 밥상을 차려 먹고 지내므로 가끔은 그런 나를 위해 선물 같은 음식을 해 먹어도 좋겠다.
삼계밥이 그런 음식 중의 하나다. 적은 양의 닭고기로 나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건강하게 맛있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 10호 정도의 닭 한 마리를 준비해 뼈를 분리하면 다음 날 한 끼 든든하게 먹을 국도 끓일 수 있으니 그것도 좋다.
<재료>
쌀 1.5컵, 찹쌀 1/2컵, 닭 1마리(정육 400~500g), 인삼 4뿌리, 대추 4알, 은행 4알, 밤 4알, 청주 2큰술, 소금 1작은술
닭육수 2컵
<만드는 법>
1. 쌀과 찹쌀을 같이 씻어 불린다.
2. 닭은 살만 분리하여 한입 크기로 썰어 두고 뼈는 물 2L를 붓고 끓여 육수를
만든다.
3. 인삼은 흙이 나오지 않게 깨끗이 씻어 송송 썬다.
4. 대추는 깨끗이 씻어 돌려깎기로 씨를 뺀다.
5. 은행은 볶아서 껍질을 벗긴다.
6. 밤은 속껍질까지 벗겨 은행 크기로 자른다.
7. 압력밥솥에 불린 쌀을 넣고 닭육수를 부은 후 소금을 넣는다.
8. 쌀 위에 닭고기와 대추, 은행, 밤, 인삼을 얹는다.
9. 청주를 고루 끼얹는다.
10. 센 불로 밥을 하다가 추가 흔들리면 30초 후 불을 끈다.
11. 김이 저절로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밥을 고루 섞어서 그릇에 담아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