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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개천재'네"…발밑에서 꼬리를 흔드는 개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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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 '개천재'네"…발밑에서 꼬리를 흔드는 개의 마음

[프레시안 books] 개는 천재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아리둥절'이 있다. 웰시코기 '아리'라는 개가 주인공인데 채널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는다. 콩자반 같은 눈과 웰시코기 특유의 몸에서 오는 귀여움도 인기의 요인이지만 아리의 '천재성'은 볼수록 놀랍다. 아리는 보호자와 대화를 나눈다.

대화는 보호자의 목소리가 녹음된 버튼을 통해 이루어진다. 아리는 산책을 가고 싶을 때 '산책'과 '가즈아'라는 소리가 나오는 버튼을 연달아 누른다. 배가 고플 때는 '간식'이라는 버튼을, 간식을 먹고 나서는 '행복해~'라는 버튼을 누른다. '천재견'이라고 불릴만한 모습이다.

사실 천재견은 아리뿐만이 아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라면 모두 한 번쯤 "혹시 나랑 사는 개가 천재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다만 너무 주책 떠는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할 뿐. 개의 실제 행동이 어떻든 모든 반려견은 내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천재처럼 느껴진다.

▲웰시코기 아리는 보호자의 목소리가 녹음된 버튼을 통해 보호자와 소통한다. ⓒ유튜브 채널 '아리둥절 Ari the Corgi'

듀크대 진화인류학 교수 브라이언 헤어와 연구원 베네사 우즈의 <개는 천재다>(브라이언 헤어,베네사 우즈 지음, 김한영 옮김, 디플롯)를 읽으면 개를 사랑하는 마음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똑똑한 종이 아닌 개와 함께 사는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모든 개는 그 자체로 '천재'라는 사실을 다양한 학자의 실험들을 통해 소개한다. 

다정함을 진화와 생존의 핵심으로 제시하며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전작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2021, 디플롯)보다 시기상으로는 앞선 2013년도에 출간되었지만 국내에는 최근 번역되어 출간됐다. 전작에 나왔던 자기 가축화, 마음이론 등의 개념을 개에 적용시키며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개는 인간 행동 의도를 읽어 생존에 성공했다.

'개박사'라고 불리는 브라이언 헤어는 그의 지도 교수와 함께 침팬지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해 연구했다. 지도 교수는 침팬지가 다른 생명체의 행동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번번이 실패하는 것을 보고 "인간만이 의사소통적 의도를 이해한다"라는 가설을 증명해나가고 있었다. 그때 브라이언은 지도교수에게 본인의 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마이크(지도교수)는 인간만이 의사소통적 의도를 이해하고, 그래서 우리에겐 가리키기 같은 몸짓을 자연발생적으로 유연하게 이용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내가 불쑥 말했다. "내 개도 할 줄 아는데요."

"아무렴", 마이크가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 개가 미적분을 할 수 있다고 믿거든."

그 길로 브라이언은 본인의 개 '오레오'와 실험에 돌입했다. 실험의 핵심은 의사소통적 의도(Communication invention)을 개가 이해할 수 있는지다.

상대방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의도를 파악하는 '의도 읽기'는 생존의 핵심이다. 행동 뒤에 있는 의도를 파악할 때 생명체는 자기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동안 의도 읽기는 인간의 특별한 천재성으로 이해됐다.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킬 때 손가락이 아니라 가리키는 것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만지고, 다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

의도 읽기는 모든 형태의 문화와 의사소통에 인지적 토대가 된다. 9개월 혁명 직후에 유아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고 최초의 단어를 습득하기 시작한다. 의도 읽기 덕분에 유아는 혼자서는 습득하지 못할 문화적 지식을 쌓아나간다.

▲브라이언은 본인의 개 '오레오'와 실험에 돌입했다. '개는 천재다'라는 실험이 시작된 것이다. 실험의 핵심은 의사소통적 의도(Communication invention)을 개가 이해할 수 있냐다. ⓒdognition

인간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 개

다시 브라이언과 그의 개 오레오의 실험 이야기다. 실험의 목적은 간단하다. 개가 인간 행동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플라스틱 컵 두 개를 대략 2미터 간격으로 놓은 뒤 한 컵 아래에 음식을 넣은 척하고 다른 컵 아래에 음식을 몰래 놓았다. 그런 다음 오레오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행동을 했다.

나는 두 개의 컵 중앙에 서서 음식이 들어 있는 컵을 가리켰다. 오레오는 내가 가리키는 컵으로 똑바로 걸어갔다. 두 번째, 세 번째 테스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레오는 새로운 문제를 자연발생적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분명 내 몸짓 뒤에 숨어 있는 의미에 대해 사회적 추론을 하고 있었다.

▲실험 결과 개는 인간의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의도를 파악했다. 인간과 상호작용이 적었던 보호소 출신 다른 개와 진행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들은 거의 모든 사람의 몸짓을 이해했다. 인간과 제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침팬지보다 개들이 인간의 몸짓을 더 잘 이해했다. ⓒ<개는 천재다>(디플롯) 

실험 결과 개는 인간의 손가락이 아니라 손가락이 가리키는 의도를 파악했다. 인간과 상호작용이 적었던 보호소 출신 다른 개와 진행한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다. 개들은 거의 모든 사람의 몸짓을 이해했다. 인간과 제일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침팬지보다 개들이 인간의 몸짓을 더 잘 이해했다.

브라이언은 이는 '가축화'의 결과라고 봤다. 가축이 되는 과정에서 개는 인간의 의사소통적 의도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가축화된 동물이 멍청할 것이라는 착각과 달리 다정함을 기본으로 하는 가축화는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개는 "인간을 제외하고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이 된 것이다.

자연선택은 계속 인간에게 가장 우호적인 개를 선호했다. (...) 이렇게 인간을 좋아한 덕분에 개는 촌락의 외곽에서 집 안으로 들어와 화롯가 깔개를 차지할 수 있었다. (...) 어쩌면 생존의 이점을 가진 사람은 더 친근한 사람들이었을지 모르고, 개와 여우처럼 이 사람들이 우연히 더 영리해졌을지도 모른다.

지구상의 포유동물은 대부분 인간 활동의 여파로 개체수가 급감했지만, 개만큼은 지금보다 더 많은 적이 없다. 산업화된 세계에서 인간은 그 어느 때보다 아이를 적게 낳고 있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반려견들에게는 점점 더 호사스러운 삶을 제공하고 있다.

개에 대한 모든 이야기

책은 개의 지능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는다. '개는 인간의 단어를 이해할까?', '개가 말을 할 수 있을까' 등 개의 인지 즉 도그니션에 대한 질문은 '개를 사랑한다는 것'이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개의 인지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는 결국 개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에 있다. 개의 진화 과정을 추측하는 건 단지 개의 천재성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다. 개와 보호자의 관계맺음과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공부다. 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더 밀착한 의사소통을 수행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개와 사람의 대화는 절대로 일방적이지 않다(...) 개의 의사소통적 행동은 단지 흥분했을 때 나오는 통제할 수 없는 소음이 아니다. 그리고 개는 어떻게 하면 청자가 이 신호를 더 잘 받을 수 있을까를 토대로 시각신호와 음성신호를 조정한다

개의 천재성을 이해하고,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개를 대하는 우리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명령과 반복하는 행동주의적 교육법이 개에게 효과가 있을지, 이제는 가족의 일원이 된 개를 대하는 사회의 현 모습은 어떤지까지 나아간다. 다양한 실험과 개의 다정한 모습으로 가득 찬 이 책의 결론은 결국 하나의 과제로 남게 된다. 인간은 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줄 수 있을까. 개의 천재성에 대한 인간의 답을 책은 묻는다.

개들은 동족과 함께 있기보다 사람과 함께 있기를 더 좋아한다. 평생 따르고 충성하는 대가로 개들은 음식, 따듯하고 사랑 넘치는 가족, 좋은 집을 얻는다. 이 거래를 완성하는 건 우리 몫이다. 개는 자격이 충분하다. 아무렴, 천재 아닌가!

▲<개는 천재다>(브라이언 헤어,베네사 우즈 지음, 김한영 옮김)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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