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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에 취해 나락 자초한 민주당, 책임론 소용돌이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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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잘싸'에 취해 나락 자초한 민주당, 책임론 소용돌이 속으로…

8월 전대 앞두고 계파 갈등 분출 예고…박지현 쏘아올린 '쇄신론' 사라지나

최종 스코어 12:5. 6.1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패로 끝이 났다. 새벽까지 이어진 박빙 승부 끝에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가까스로 0.15%포인트 격차로 신승하기는 했지만, 호남·제주 이외 지역의 승리는 그게 유일했다. 

불과 석 달 간격으로 대선, 지방선거에서 패배를 잇달아 맛본 민주당은 시련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연이은 패배에 대한 책임론으로 당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이며, 특히나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 책임론과 맞물려 통상의 '당권 경쟁'을 넘어선 당내 '생존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송영길‧이재명 공천, 명분도 실익도 없었다

선거 초반 분위기는 분명 나쁘지 않았다. 민주당은 3월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의 격차가 불과 0.73%포인트밖에 나지 않았다는 데 고무돼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초반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해 턱없이 낮았고, 마침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 등 인선 파동으로 민심이 요동치기도 했다. 어렵지만 그럭저럭 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이 시점에서 민주당은 선거 초반 목표치를 '전국 과반'으로 잡았다. 당시의 기세를 몰아가면 호남 세 곳과 제주 한곳을 기본으로, 경합 지역인 충청‧강원‧인천‧경기에서도 승기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목표치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급기야 선거 막바지에는 "다섯 군데라도 이기면 굉장히 선전(김민석 선대위 공동총괄본부장)"이라는 엄살까지 나왔다. 예상치를 크게 낮춤으로써 기저효과를 노린 것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 기대려던 민주당 전략은 실패로 돌아갔다. 선거전이 진행된 지난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윤석열 정부보다도 민주당의 흠이 더 도드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 공천 실패를 꼽을 수 있다. 송영길‧이재명 공천은 아무런 감동도 실익도 없는 완벽한 패착이었다. 두 사람은 대선 패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당 대표와 대선 후보였다. 대선 후 석 달도 안 돼 치르는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전면에 띄운 것은 민주당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평가에 취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것도, 송 전 대표가 떠나 공석이 된 인천 계양을에 이 후보가 출마한 것도 모두 명분이 부족했다. 특히나 계양을은 대대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그런 지역구를 대선 후보였던 거물급 정치인이 '물려받는' 모양새는 어떻게 보아도 감동이 있을 리 없었다. 명분 없는 공천이 계속되자 결국 민심은 돌아섰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단 한 번도 반전의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계양을 선거에선 대선 후보와 0선의 무명 정치인이 대혼전을 벌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후보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보인 모습도 혼란 그 자체였다. 당 내 비판에도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을 선언하자, 당은 송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또 이에 대한 반발이 일자 불과 이틀 만에 다시 컷오프를 철회하는 이례적 광경이 이어졌다. 

▲지방선거 개표 상황실에 모인 민주당 지도부. ⓒ연합뉴스

최강욱‧박완주 사태부터 청문회 헛발질까지, 민주당이 자초한 실패

'공천 무리수' 전에는 '입법 무리수' 논란이 있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급작스럽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강제 사보임과 위장 탈당,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 저지를 위한 회기 쪼개기와 국무회의 시간 변경 등 다양한 편법적 행위를 동원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론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떨어진 지지율을 더욱 끌어내린 것은 최강욱‧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연달아 터진 성 비위 문제는 과거 안희정‧박원순‧오거돈 사태를 상기시키며 당 구성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 선거 운동에 나선 보좌진들 사이에선 "지역 주민들에게 민주당 명함을 내밀기가 부끄럽고 민망하다"는 볼멘소리마저 나왔다.

민주당은 만회의 기회를 노렸다. 다행히 청문 정국이라는 좋은 계기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절호의 기회를 허공에 날렸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에 대해선 전관예우, 이해충돌 문제로 완강하게 반대하다가 선거 직전 '발목 잡기' 프레임에 빠질 공산이 커지자 입장을 급선회했다. 협치를 위한 통 큰 양보라기보단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판단을 했다는 인상만 남겼다. 

특히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는 그야말로 민주당 주연의 코미디극이었다. 아빠 찬스 등에 대한 송곳 검증은 온데간데 없었고, 김남국‧최강욱 등 초선 의원들의 '이모', '한국3M' 헛발질만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선거 막판 불거진 지도부 갈등도 대형 악재였다. 판세가 기울어지는 상황에서 온 당이 합심해도 모자랄 판국에 당내 갈등에 에너지를 낭비했다. 2030 여성을 대표해 당 지도부에 영입된 박지현 위원장이 강도 높은 당 내 혁신을 요구했으나, 공동 지도부인 윤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쇄신은커녕 오히려 '꼰대 정당' 이미지를 굳혔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연합뉴스

'당 밖 선거' 마친 민주, 책임론 놓고 '당 내 선거' 모드로

한 마디로 민주당은 현재 폭발 직전의 화산 같은 상태다. 대선이 끝난 지 석 달이 다 되어가지만, 대선 직후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책임 논쟁이 치열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지방선거마저 패배함으로써 불만‧성토가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윤호중‧박지현 공동 비대위 체제의 해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까지 겸임하게 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박홍근 임시 지도체제에서 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20대 대선을 복기하는 백서 발간 작업, 전당대회 준비, 당 쇄신안 마련 등으로, 각 과제마다 별도 기구를 둘 가능성이 높다.

백서 발간과 당 쇄신안 마련 과정 모두 전당대회 결과 연결되기 때문에 각 작업마다 계파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문‧86그룹에서는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이 후보에게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이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데서 나아가 당 대표 출마를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내 비주류였던 친이재명 그룹에서는 친문‧86그룹 등 기존 주류 세력이 민주당 쇄신을 막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어 '86 퇴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박 위원장이 선거 직전 강하게 요구했던 86그룹 용퇴 문제를 당이 어떻게 매듭지을지 주목된다. 앞서 이 위원장은 대선 선대위를 꾸릴 당시 중도층 확장을 위해 86 용퇴 카드를 꺼내려 했으나, 당 내 반발로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 86 그룹에서는 박 위원장의 '배후'를 의심하며 박 위원장이 86 용퇴론을 꺼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 신인인 박 위원장이 혼자의 판단으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는 음모론적 판단이다. 각 계파마다 저마다의 주장을 기반으로 8월까지는 사실상 당 내 이전투구 양상이 이어질 확률이 높다.

현재 차기 당권 주자로는 이재명 위원장을 비롯해 우원식·전해철·홍영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인영 의원과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겹치는 유력 후보군이 없는 반면 친문‧86그룹에서는 다양한 후보들이 나설 채비 중이라 이들 그룹 내에서의 단일화 여부가 관건이 될 예정이다. 박용진 의원 등 쇄신파의 역할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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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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