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한국 시간) 온라인 화상 회의로 열린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했다. 이는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미 기간 이뤄진 한미정상회담 결론에 따른 것이지만, 중국의 반발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여서 외교가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온라인 정상회의 연설에서 "IPEF 출범은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역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IPEF가 개방성·포용성·투명성의 원칙하에 추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에서 역내 국가의 공동번영을 위한 IPEF의 출범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빠른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한국은 IPEF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국제 공조 체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반도체·배터리·미래차 등 첨단산업의 핵심 역량을 보유한 한국은 역내국과 호혜적 공급망을 구축할 것"이라는 약속과 함께, "원자력·수소·재생에너지 등 청정 에너지 분야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탄소 저감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 역량 강화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윤 대통령은 제시했다.
이날 정상회의는 현재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중인 바이든 미 대통령이 도쿄(東京)에서 주최했고, 한국 외에 인도,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브루나이, 일본 등 13개국이 참여했다. 인도네시아는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공동선언문에는 이름을 올렸다.
회의 참가국들은 '번영을 위한 IPEF 선언'이라는 출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미국, 호주,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대한민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은 역동적인 우리 지역 경제가 지닌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인식"하며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성장 달성의 잠재력을 지닌,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포용적인 동시에 상호 연관성과 회복력이 있고 안전하며 번창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책임을 공유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자유·개방·공정 등의 표현은 IPEF가 대(對)중국 봉쇄 혹은 포위망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관측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참여국들은 또 "우리는 역내 경제정책의 이익이 서로 밀접히 관련되어 있고, 파트너 국가 간 심도 있는 경제협력이 지속적인 성장과 평화, 번영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전제하고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한 우리의 목표와 관심, 열정을 공유할 수 있는 지역 파트너들의 추가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기술 지원과 역량 개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유연한 접근방식을 허용해 주며, 우리 국민들에게 유형의 이익을 제공해 주는 방식으로 프레임워크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최선을 다한다"고 상호 간의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무역에 대해 " 높은 수준의 포용적이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협정의 수립 및 경제활동·투자를 촉진하고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향후 협상을 위한 공동의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또 "지역(역내의) 탈세와 부패 방지를 위한 기존의 다자간 의무 및 기준, 협정에 따라 실질적이고 강력한 세금, 자금세탁 방지, 뇌물방지 체제를 제정·집행"하기로 했다.
공급망과 관련해서는 "공급망을 보다 회복력 있고 통합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공급망 내 투명성과 다양성, 안보, 지속가능성 향상에 전념한다"는 표현이 채택됐다.
대통령실은 회의 설명 자료에서 "IPEF는 미국이 제안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포괄적 경제통상협력체로, 관세 인하 등 시장 개방 중심의 기존 FTA와는 달리 디지털‧공급망‧인프라‧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에 대한 새로운 규범 설정 및 역내 협력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며 "IPEF 참여를 통해 우리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디지털 등 신(新)통상 이슈에 대한 글로벌 규범을 선제적으로 주도하는 한편, 역내 주요국과 인프라‧디지털‧신기술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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