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실수"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터키의 반발에 부딪혔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을 보면 14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은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통적인 군사 중립 정책을 버리고 나토에 가입하는 것은 실수"라며 "이러한 국가 외교정책의 변화는 오랜 시간 좋은 파트너십을 구축해 상호 이익을 준 양국 관계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나니스퇴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함께 나토 가입 의지를 천명한 뒤 이틀만에 이뤄졌다.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핀란드 의회 표결은 16일에 이뤄질 전망이다.
니니스퇴 쪽은 통화에서 푸틴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핀란드의 안보상황이 극명하게 변했다"고 설명했으며 통화가 "직설적이고 모호함과 과장 없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니니스퇴는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경지역에서 일어나는 실질적인 문제"를 러시아와 함께 풀어나가고 "전문가적인 태도"로 러시아와 계속해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핀란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니니스퇴는 지난 10년 간 푸틴과 꾸준히 대화를 해 온 소수의 서방 지도자 중 한 명이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는 핀란드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푸틴이 나토 가입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통화가 "솔직한 의견 교환"이라고 묘사했다. <로이터>는 이 같은 표현이 일반적으로 대화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뜻하는 외교적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날 자정 러시아 쪽은 핀란드에 대한 전력 공급을 끊기도 했다. 미국 CNN 방송은 핀란드 전력망 회사 핀그리드 쪽이 14일 자정을 기해 러시아가 대금 지불 문제를 구실로 핀란드로의 전력 수출 중단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핀그리드 쪽은 그러나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전력이 핀란드 전체 소비량의 10%가량만 차지하는 데다 부족분은 자국 생산량을 늘리거나 스웨덴에서 수입할 수 있고, 전력이 덜 필요한 여름이 다가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신청 땐 순조로우리라 예상되던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터키가 반대 의사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알자지라>를 보면 13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긍정적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고 터키 이스탄불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나토는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로 가입신청국의 추가 가입을 승인하며 터키는 나토 회원국이다.
에르도안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테러단체의 게스트하우스와 같다"고 성토했다. 이들 국가가 터키가 테러 조직으로 보는 분리 독립 세력인 쿠르드족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것을 지적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문제는 이 두 나라가 공개적으로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쿠르드민병대(YPG)를 지지한다는 것"이라며 "터키 국민의 대다수는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14일 이브라힘 칼린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 터키가 "문을 닫지 않았다"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를 터키의 국가안보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고 <로이터>와의 1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말했다. 핀란드·스웨덴·터키 외무장관은 14일 베를린에서 나토 가입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