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민들의 문화와 예술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대전문화재단이 수 년 동안 노사갈등 및 노노갈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이 곳을 지도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대전시는 지도관리감독은 물론 감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수수방관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 <프레시안>은 최근 대전문화재단 내에서 벌어진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다. /편집자
글싣는 순서
①노노갈등과 승진 인사…노동위 판정 앞두고 부당 인사 조치된 조합원 원대 복귀
②대표이사 마음에 안 들면 보직해임…법정공방 돌입
③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전문화재단
④대전시의 무관심과 소홀한 지도감독…감사까지도 재단에 떠넘겨
대전문화재단노조의 문제 제기
대전문화재단(이하 재단)에서 활동하는 2개의 노동조합 중 한 곳인 대전문화재단노조는 지난 2021년 6월7일 사용자인 대전문화재단에 재단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내규 위반 사항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서 대전문화재단측은 ‘재단이 지난 2021년 4월14일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승진인사 시행에 관한 내규 개정(안)에 대해 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직원 중 노동조합법에서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않은 1명과 다른 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문화재단 지부, 이하 민주노총 대전문화재단지부) 조합원 3명 등 4명이 성명, 규탄 등 단체행동을 모색했다’고 주장했다.
대전문화재단노조는 구체적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지 않은 A 씨는 자기의 뜻을 펼치기 위해 근무시간에 업무출장을 통해 재단본부를 방문,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 조합원 B 씨 등 3명과 노사협의회 위원과 접촉했다’며 ‘A 씨 등 4명은 함께 승진 시행에 관련해 2021년 5월13일 직원들을 소집해 의견을 듣고 이에 맞는 행동(성명, 규탄 등)을 하고자 모의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5월 초순 무렵 위에 언급한 사람들과 함께 4층에 있는 여자휴게소에서 사전 모의를 했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직원들에게 접촉해 5월13일 관련 모임의 참석 권유 및 단체행동을 함께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은 참석 권유를 위해 당초 목적이나 사유와 다르게 관내 출장을 신청해 재단본부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당일 2021년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를 위한 담당자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고 이 일을 위해 필히 참석해야 하는 회의 참석자가 언급된 직원의 출장으로 시설을 지켜야 한다는 사유로 불참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단 경영진 일부와 인사 담당자는 위의 단체 행동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며 ‘2021년 5월12일 승진대상자 인사설명회에서 경영진의 한 사람은 “내일 또 모인다고 하더라. 의견을 모아달라. 나도 여러분들을 충분히 도와주도록 하겠다. 좀 위험한 발언이다”라는 말을 하며 이들의 사전단체행동 모의를 인지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특히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A 씨는 이날 행정지원부서장에게 “저희 노사협의회에서 직원들을 모아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어느 정도 내려고 한다’며 ‘근무시간에 문의해도 되냐”라고 문의했다’며 ‘이를 종합해 볼 때 이들과 재단 일부 경영진, 담당자의 경우 헌법 제33조에 보장되는 노조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이용하려 했으나 이는 법률에서 보장하는 노사협의회의 건한은 아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직원들을 설득, 회유해 임의 행동을 하도록 하는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남용하고자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대전문화재단노조는 ‘이들은 본 보합과 조합 소속 노사협의회 위원을 배제한 채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수단으로 단체의 의견을 개진했다고 사료된다’며 ‘이들은 이런 행동을 노사협의회의 고충처리를 위해 행동한다고 하나 본 조합의 확인 결과 노사협의회의 고충처리과정이 없었고 고충처리 시 이에 대한 고충처리대장의 비치 여부, 고충처리결과 통보 등의 과정이 있었는지의 면밀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문화재단노조는 ‘본 사안은 재단의 포상 및 징계 내규 중 집단행위 금지 위반에 해당된다고 보여진다’며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
당사자들과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의 반발
대전문화재단으로부터 공문을 접수한 대전문화재단 측은 같은 해 7월2일 해당 직원 4명에게 조사를 소집하고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A 씨와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 조합원 3명은 대전문화재단노조 측에서 언급한 내용이 허위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사측이 요구한 경위서 제출을 거부하고 반대로 사측에 허위제보를 한 대전문화재단노조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도 같은 해 9월6일 대전문화재단노조에 공문을 보내 허위 사실을 근거로 사측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사실관계를 규명해줄 것과 직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는 이 공문에서 ‘귀 노조는 2021년 6월 본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을 근거로 직원 조사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사측에 발송했는데 해당 공문에는 직원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여직원휴게소 이용 및 근로자위원 면담 등)이 상세히 명시돼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해당 진정서는 승진인사가 예고된 시기에 유력한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관계 직원들이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는 허위제보(누명) 및 직원 사찰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며 대전문화재단노조에 세부내용 공개 및 공식 사과문 게시를 요구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에는 대전문화재단에도 공문을 보내 ‘진정 내용 대부분이 허위이며 진정인(대전문화재단노조)이 직원들을 사찰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됨에도 사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정리해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관련 직원들에게 사과할 것과 유사사건 발생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는 같은 해 10월12일 다시 대전문화재단에 공문을 보내 ‘재단은 필요시 사실관계 확인을 할 수 있으며 이는 기관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했는데도 직원 사찰에 관한 사항은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사찰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직원 개인의 다른 직원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사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찰로 보여지는 행위를 한 노조는 직원의 행동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공문을 작성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구성원들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면 무작위로 타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향후 자유자재로 활용해도 문제없는 것인지’에 대한 재단의 입장을 밝혀줄 것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등 11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특히 11월4일에 보낸 공문에서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는 ‘계속해서 대전문화재단이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지부의 요청사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고 질의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경우 외부 수사기관에 조사를 요청하고 대외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는 11월18일에도 ‘해당 진정서 중 명백한 증거와 증인이 있는 허위제보에 대한 부분은 재단에서 즉시 정식으로 감사할 것을 청구’, ‘관련사건을 근거로 한 허위 제보 및 사찰 등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정식 문서로 마련하고 전 직원이 확인 할 수 있도록 인트라넷에 게시’, ‘그동안 발송한 공문 중 이행하지 않은 모든 부분에 대해 조치 및 회신’ 등을 요구했다.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는 이렇게 수차례에 걸쳐 사측에 공문을 발송하고 성의 있는 답변을 요구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하자 결국 11월 26일 대전시감사위원회에 그동안 벌어진 사건의 문제점과 경과에 대해 감사를 요청했다.
이어 12월10일에는 대전지방노동청에 단체협약위반(감사청구), 노조 간 차별대우, 부당인사발령, 근로기준법 위반 등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진정을 냈으며, 올해 1월3일에는 충남지방노동청에 부당인사발령과 관련된 진정서를 제출했고 1월11일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허위제보 및 사찰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사측의 소극적인 반응…특정인을 위한 승진인사 때문이었나?
대전문화재단은 대전문화재단노조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후 서명 및 단체 행동 등 내규 위반자로 지목된 4명에 대해 조사 소집 및 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조사를 강행했다. 특히 노무사가 이 건을 조사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의문을 사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에서 공문을 발송하는 등 사실관계 규명 및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한 대전문화재단노조의 위원장과 사무국장을 모두 승진시켜 의혹을 증폭시켰다.
더욱이 이 문제로 인해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에서 수차례 공문을 발송하고 대전시에 감사를 요청하고, 대전지방노동청에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진정을 접수했으며 충남지방노동청에 부당인사발령과 관련된 진정서 제출, 국민권익위원회에 허위제보 및 사찰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등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데도 이에 대한 조사를 하기 보다는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에서 주장하는 허위 민원을 제기한 대전문화재단 노조의 간부들을 지난 해 7월8일 시행한 인사에서 승진시킴으로써 오히려 갈등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도출했다.
특히 대전문화재단 간부가 인사 시행 다음 날인 지난해 7월9일 내규 위반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을 만나 대전문화재단노조에서 제출한 진정서의 문제점과 사측의 실수를 인정하고 당사자들에게 사과를 했음에도 아무런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피해 당사자들과 만난 간부의 의견을 상부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가 대전시에 감사를 청구한 것과 관련. 최고위 간부가 11월말 감사를 청구한 직원에게 “정책홍보팀으로 보낼테니 네가 직접 감사를 해보라”고 말했는가 하면 허위제보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음에도 실제로 12월3일 시행한 인사에서 이 노조 지부장을 정책홍보팀으로, 사무국장을 예술지원팀으로 전보 발령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전문화재단은 올해 1월3일 이들 2명이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을 접수하자 심판 하루 전에 갑자기 원래 업무로 복귀시킴으로써 잘못된 인사발령을 했음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부당한 인사였다
대전문화재단노조의 진정으로 인해 지난해 12월3일 전보인사 발령을 받은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 위원장 C 씨와 노조간부 B 씨는 올해 1월3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인사발령이라며 구제신청을 냈다.
이들은 “대전문화재단의 인사가 허위신고에 대한 진상조사 및 감사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필요성이 없는 부당한 인사발령”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인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사용자가 노조 위원장들과 원활하게 소통해 노조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므로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해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4일 판정한 판정서에서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위원장 C 씨와 노조간부 B 씨가 낸 부당인사발령 구제신청에 대해 ‘이 사건 사용자는 C 씨를 본청으로 보내 자주 소통해 노조 간 갈등을 해소하고자 한 것이므로 인사발령의 정당한 업무상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사건 발령 전에도 재단 대표이사가 근무하는 본청과 C 씨가 근무하던 외청 간 거리가 불과 842m로 멀지 않았고, 사용자가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시도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단의 대표이사가 이 사건 근로자들과의 면담 시 “노조위원장을 그만두고라도 감사업무를 맡으라고 얘기한거예요”라고 발언한 것에 비추어, 민주노총대전문화재단노조위원장인 C 씨가 감사업무를 맡을 경우 노조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인사발령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과 ‘대전시에서 감사 진행 중인 허위제보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B 씨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인사발령을 한 점, 인사 발령이 이 사건 근로자들이 업무를 맡은지 1년이 되지 않은 시기에 이루어진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사용자가 주장하는 소통강화를 인사발령의 정당한 업무상 필요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혀 지난해 12월시행한 인사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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