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대금으로 러시아에 전쟁자금을 대 주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가디언> 등 외신을 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위치한 유럽의회 연설에서 회원국에 6개월 안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고 연말까지 정제 제품 수입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러시아에 대한 6차 제재안을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은 이날 연설에서 "(석유 금수가) 쉽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일부 회원국은 러시아산 오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커다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은 "러시아산 석유 수입 중단은 질서 있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그런 방식으로 대체 공급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폰데어라이엔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스베르뱅크를 포함한 다른 주요 은행들도 추가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허위 정보 유포를 이유로 EU에서 러시아 국영 방송사 3곳을 차단하겠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제재안은 EU 27개 회원국이 모두 승인해야 효력을 가진다. 외신들은 회원국들이 향후 수일 간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3일 트위터에 "러시아의 정당성이 결여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은 전지구적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더 많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고 허위정보 유포자들의 명단을 만들고 석유 수입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6차 제재 패키지 작업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26%, 천연가스 의존도가 40%에 달하는 유럽은 연료 대금으로 러시아에 전쟁자금을 대 주고 있다는 비난에도 높은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경제 문제 등을 이유로 석유 및 천연가스(LNG) 금수 조치를 망설여 왔다. <로이터>는 에너지 및 맑은 공기 연구센터 조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침공 뒤 유럽에서 러시아로 흘러 들어간 천연가스 및 석유 대금이 470억유로(약 62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EU는 오는 8월부터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는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석유 금수 제재가 급물살을 탄 것은 EU 최대 경제권이자 러시아산 연료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금수 조치를 지지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이치벨레>(DW)를 보면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1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EU의 러시아 석유 금수 조치를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장관은 여름이 끝나기 전에 독일이 러시아산 석유에서 완전히 독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벡은 성명에서 독일이 이미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석유 12%, 석탄 8%, 천연가스 3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석유 금수에 반대해 온 나라들이 제재에서 면제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제재안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분석된다. 폰데어라이엔이 발표에서 면제 대상국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번 제재에서 면제 대상이라고 <로이터>는 외교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 쪽은 3일 러시아산 연료 수입 제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미 지난주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을 끊으며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러시아는 EU 제재 발표에 앞서 3일 비우호국에 대해 원자재 수출을 끊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부 국가와 국제기구의 비우호적 행위에 대한 보복적 특별경제조치"로 크렘린이 지정한 개인이나 단체에 원자재와 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개인과 단체의 목록은 10일 안에 작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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