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말과 사건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벼리기 위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들의 고민을 <프레시안>에 연재합니다. 우리의 말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여는 싹이 되고, 인권 감수성을 돋우는 생각의 밭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도로 위를 달리는 위험 일터, 버스 운전 노동 현장
버스 운전노동자들의 근로 환경은 열악하기로 유명하다. 지난 26일 예정되었던 한국노총 소속 전국자동차노동조합(이하 전자련) 버스노조의 요구도 임금 인상에 관한 것이었다. 파업 하루 전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파업은 피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버스 운수 업계와 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은 잠재적 문제로 남아있다. 버스 노동자들은 대부분 만근제에 적용되는데, 만근제는 만근을 채워야 만근수당이 나오고, 추가 일수 별로 임금이 늘어난다. 고강도 노동임에도 노동자들이 만근 이상의 노동을 하는 것은 기본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버스 노동자들의 과로는 저임금과 경영상 불안과 무관하지 않다.
버스 운전 노동자들은 매일 도로 위를 달린다. 이들이 달리는 도로 사정은 매일, 매번 다르지만, 배차시간은 빠듯하고 고정적이다. 배차 인원을 증원하면 쉽게 해소될 수 있는 부담이지만 지점이지만, 실제 버스 시간에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배차가 빡빡하게 짜여있다. 노동자는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화장실 한 번 갈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버스 노동자들의 과속, 신호위반은 일상이 되지만 이마저도 앞 차들이 연착되어 출발이 늦은 경우에는 보장되기 어렵다.
대부분 버스 노동자들은 첫 차에 배차되면 새벽 3~4시 집을 나서 차를 충전하러 나선 후 4시 반 정도 운전을 시작하고, 막차 배차의 경우 새벽 1~2시 운행이 종료된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근로환경 조사에서는 '22시에서 05시 사이 최소 2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야간노동이라고 보고 있는데, 버스 노동자는 이에 해당한다. 장시간 노동시간은 자연스레 야간시간까지 노동으로 이어지고, 심혈관계 등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로사 비율이 높다. 2019년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택시, 버스 운전 노동자들의 과로사 사망률이 여타 업종에 비하여 3배가량 높다고 밝혔다. 버스운수업계는 여전히 격일제 등 변형근로제나 만근제로 근로하는 노동자가 많다. 격일제는 하루 출근, 하루 휴식을 취하는 형태의 근로인데, 이 경우 배차에 따라 상이하지만, 새벽 4시에 집을 나서서 저녁 11시 넘어서까지 근무하는 등 하루 20시간에 가까운 장시간 노동을 경험한다. 변형근로제의 경우 2일 근로, 1일 휴무 심하면 3일 근로 1일 휴무와 같이 격일제의 변형된 형태로 더 큰 신체적 무리를 가져온다.
이러한 현실은 버스 운전노동자들을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한다. 누가 승객과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운전을 일삼고 싶을까. 그러나 인력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줄이고, 개인에게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것은 운수업체의 최대 이윤추구를 위하여 형성된 조건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에 따라 버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버스 회사가 보험 처리를 하고,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경우도 드물다는 것이다. 사고 시 회사 보험의 보상을 받으면, 이에 따라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이직 시 어려움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은 이를 피하고자 자신의 사비로 보상하는 게 일상화되어있다. 결국 현장의 위험은 다시 노동자에게로 돌아가는 위험 일터다.
복수노조, 버스 현장을 변화시키다
버스 현장의 과로는 교통사고까지 이어지는 위협으로 경험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버스운수업계는 기업친화적 노동조합이 형성되어 있고, 일터 개선이 쉽지 않다. 노동조합 간부를 하더라도 이렇게는 바꿀 수 없다는 답답함을 경험한 이들은 2009년 노동조합법 내 복수노조 불가 조항이 폐지된 이후 민주노총 소속 복수노조 설립 운동에 뛰어들었다.
2010년대 초 복수노조 운동의 슬로건은 '휴게시간 확보', '휴게실 보장'이 가장 핵심적일 정도로 버스운수업계의 현장은 열악했다. 복수노조 운동은 실제로 노동조합 사무실과 휴게실, 배차 간격을 늘려 휴게시간을 확보하는 데 큰 성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복수노조의 운동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반복되는 임금체불, 연월차 사용에 대한 회사의 불이익, 산재 등에서도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이전에는 휴가를 쓰면 다른 노동자들이 고생스러우니, 쓰지 말라던 현장 분위기도 점차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휴가를 쓰더라'며 휴가를 쓰는 이들이 늘어났다. 다수 노조의 간부들도 '너무 그렇게 하지 말라, 민주노총 간부가 그건 불법이랬다'며 회사의 말에 반박할 수 있고, 저항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났다.
여전히 전자련이 버스운수업계의 다수 노조를 형성하고 있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노동조합은 적은 수의 조합원이지만 현장을 바꾸는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버스노조는 기업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이들을 전환 배치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그런데도 소수노동조합의 존재가 현장의 분위기를 변화시킨 것, 그로 인해 노동권 보장이 늘어나고 사측이 노조 눈치를 본다는 것에 긍정하고 있다.
준공영제를 넘어 완전 공영제로
그런데도 여전히 버스 현장은 열악하다. 그리고 이는 단일사업장 개선 문제가 아닌 버스 업계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대중교통으로서 버스는 다른 교통수단이 닿지 않는 벽지까지 운영이 되어야 하고, 버스비가 부담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버스가 공공서비스이기 때문인데, 다른 대중교통보다도 버스에 더욱더 강하게 요구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이 민영제로 운영되어 기업이 버스와 노선을 소유한 채 최대 이윤을 남기고자 하고 있다. 이는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제로 주목되어 왔다.
서울시 등 특별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준공영제가 버스 운수 업계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사회적 불신과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에 있어 큰 개선 효과를 낸 것은 지자체 지원금이 투여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지자체의 버스운수업체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서, 경영비용을 더 줄이기 위해서 애쓰는 버스운수업체들은 버스 노동자들에게 코로나19 방역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배차를 촉박하게 하여 과로를 유발하는 등 여전히 이윤 추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최근 울산시 신도여객 해고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 또한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담고 있다. 버스업체들은 지자체 보조금이나 경영상의 이유로 자주 사업체 변경을 시도한다. 버스 노동자들이 한 업체에 고용되었지만, 다수의 운수 업체 소속 경험이 있는 것은 이러한 업계 내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신도여객도 버스업체가 인수되는 과정에서 기존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결국 없어도 되었을 노동자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버스 노동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하여 모든 버스에 대한 완전 공영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버스에 투입되는 공적 예산이 크고, 표준운송원가를 통하여 버스 운영에 관한 균질화를 꾀하던 공공으로의 전환은 아주 허황된 주장이 아니다.
또한 기존에 지원금은 있지만, 제대로 경영,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다수 지자체의 경우 높은 보조금을 타기 위해 필요 없는 배차를 하고, 손실금을 보조받는 등의 문제도 개선될 수 있다. 버스는 공공서비스로 서비스 개선을 위해 세금 보조는 당연하지만, 노동조건 개선이나 편의 향상에 쓰이는지 알 수 없는 세금 투입은 항상 문제가 된다. 결국 지자체가 버스와 노선을 소유하고 관리할 때 공공성 확보와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 보장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잡게 되는 것이다. 버스는 한 번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많은 이들의 생명과 연결되는 직종이다. 따라서 버스 노동자의 노동 안전은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고 지자체와 국가 등 공공의 책임이 중요하다. 결국 버스 운전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한 것이다.
신도여객 노동자들은 울산시의 중재로 다시 버스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신도여객에서 해고되기 전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은 여전히 처리되지 못했다. 신도여객을 넘어 많은 버스운수업계 체불임금 또한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이들의 문제를 넘어 궁극적인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 개선을 위한 모든 버스, 완전 공영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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