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신속 처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민형배 의원의 '꼼수' 탈당으로 여야 관계가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이 "입법 독재",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반발하는 가운데, 당초 야당의 저지선 돌파를 위해 법사위에 보임된 무소속 양향자 의원도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이 또다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며 "양향자 의원을 무소속이라며 법사위에 보임하더니 (양 의원이) 검수완박법에 대한 비판 입장을 보이자 급기야 민 의원을 탈당시켜 (민주당 안건조정위원 몫을) 비교섭단체 몫으로 둔갑시켰다"고 말했다.
안건조정위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견이 있는 법안을 심사할 때 여야 3명 동수로 소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심의하게 한 제도다. 안건조정위 강제 종료를 위해서는 재적 위원 3분의 2(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지난 7일 검수완박법 안건조정위 구성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에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민주당과의 교감 하에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법사위에서 기획재정위원회로, 무소속 양 의원을 기재위에서 법사위로 보내는 사보임 안건을 결재한 데 따른 변화였다. 민주당은 과거 자당 소속이었던 양 의원이 검수완박에 찬성해 위원 4명의 동의로 안건조정위가 강제종료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날 양 의원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검수완박' 반대 문건이 퍼지며 안건조정위 강제종료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민 의원을 탈당시켜 양 의원의 대체자 역할을 맡겨 안건조정위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안건조정위에서 최장 90일의 법안 심사가 이뤄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법안 거부권 행사가 가능해지는 상황을 피하려 한 셈이다.
권 원내대표는 "편법 꼼수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민주당에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이 소수당이던 시절 국회법 개정을 통한 안건조정위 도입에 찬성한 점을 말한 뒤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자 소수당의 의견을 묵살하고 안건조정위까지 무력화시켰다. 이것이야말로 입법독재가 아니고 뭐겠나"라고 물었다.
정의당 장태수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 의원의 탈당에 대해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쏘아붙였다. 장 대변인은 "국회의 시간은 국민의 시간이다. 검찰 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모든 개혁과제는 오직 국민의 것이어야 한다"며 "그런데도 (국회의 시간을) 자신만의 시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행보는 도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장 대변인은 "더군다나 지금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이 순방까지 미뤄가면서 각 당이 입장을 마련해오고 협의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의 오늘 처사는 국회의 시간과 국회의 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다. 몰염치하다"고 질타했다.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혀 민형배 의원의 탈당의 도화선이 됐던 양향자 의원도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으로 하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양 의원은 "어제 제 명의의 문건은 극도로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어떻게 하면 협치를 할수 있게 할수 있을까 고민하며 양심만에 의지해서 작성한 글"이라며 "내가 사랑하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계획에 대해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지만 좀 더 숙고하자. 국회도 제 역할을 하는지 성찰하자"고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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