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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청년정책'은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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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표 청년정책'은 청년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윤석열의 '청년'➀]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 인터뷰

"청년 고용 노동 정책의 전반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 '시험' 중심이라는 점에서 (윤 정부 정책의) 한계점은 명확해요."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만난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청년 고용 노동 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현재 윤 정부의 청년 정책 중 고용·노동과 관련된 정책은 주로 '공정한 절차(시험)'를 만드는 데 집중돼 있는데, 이는 "내부 노동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일부 청년들만을 호명"하는 정책이라는 게 나 위원장의 지적이다.

나 위원장은 2010년 출범한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왔다. 지난달 청년유니온이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를 전환하면서 노조의 비대위원장 자리를 역임했다. 같은 달 31일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청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 '새 정부 1,826일; 코로나 이후, 청년정책의 과제'에 참가해 청년고용노동정책 부문 발제를 맡았다. 나 위원장이 해당 발제에서 제기한 윤 정부 청년고용노동정책의 한계와 과제를 <프레시안>이 자세히 물었다.

▲8일 오전 <프레시안>과 만난 나현우 청년유니온 비대위원장. ⓒ청년유니온 제공

시험이 공정의 전부 아냐 … "시험 볼 여력조차 없는 청년들이 있다"

"(시험 위주의 정책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함께 고민해 나갈 부분을 놓쳐 아쉽다는 거죠."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청년 문제의 핵심 키워드로 '공정'을 제시했다. 공약집에서 드러난 윤 당선인의 공정은, 주로 '시험'이라는 절차적 공정을 지원하거나 정비하는 정책으로 구현됐다. 공약집을 분석한 나 위원장은 △공정채용법 제정 △최종 면접자 자율 피드백 의무화 △미래형 로스쿨 도입 △취업 후 상환 대출제도 취업준비생까지 확대 △청년 아르바이트 근로자 보호법 마련 등 5개 공약을 윤 당선인의 청년 고용 노동 정책으로 꼽으며 "공정채용법을 통한 채용의 공정성 확보, 전문자격(변호사) 취득 경로 확대, 취업준비생 대출 및 취업 후 상환제도가 그 흐름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시험 중심의 고용 정책은 문재인 정부 아래 불거져온 "공정담론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지난 몇 년간의 주류 청년담론을 생각할 때 다소 자연스러운 정책적 흐름이다. 나 위원장은 2016년 5월 발생한 일명 구의역 김군 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에서 추진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시험 중심 공정담론의 출발점으로 봤다. "노동자와 시민 양측의 안전을 모두 담보하기 위해 추진됐던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업"을 두고 일부 청년들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노동자가 시험을 통해 들어온 정규직 노동자와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건 옳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조국사태, 인천국제공항 사태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지금의 공정담론이 다시 폭발했다."

나 위원장은 "채용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시험)들로만 공정담론에 접근하는 건 굉장히 협소한 방식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담론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공정담론이 부각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나 위원장은 그 이유를 "정규직 등 질 좋은 일자리, 즉 내부 노동 시장을 향한 경쟁이 굉장히 격화됐기 때문"이라고 봤다. 시험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시험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내부 노동 시장을 확장하려 하면, 시험을 위해 여러 자원을 투자했던 이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험 절차를 정비하는 정책만으로 그 격화된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나 위원장은 "오히려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늘릴지, 또 산업 전환기에 새롭게 창출되고 있는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담보할지, 혹은 일자리와 일자리 사이에 방치되는 구직자들, 실직자들을 어떻게 질 좋은 일자리로 안착시킬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정한 시험, 시험 중심 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시험 외의 고민들을 하나의 패키지로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은 곧 정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이 어떤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느냐에 따라 그 정책은 정책 대상에 대한 정치적 효과를 지닌다." 그리고 시험 중심의 정책은 결국 "내부 노동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청년들"에게만 그 정치적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윤 정부 정책에 별다른 보완이 없다면, 윤 정부 아래의 청년정치는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아주 일부에 해당하는, '여건이 되는 청년들'의 정치"로 수렴할 수 있다. 나 위원장은 우리 사회엔 여전히 "시험을 볼 여력조차 없는 청년들이 있다"며 그러한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월 1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청년당원들과 정책공약 행복배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정책의 협소함 '어떤 노동자' 도울 것인가 고민해야

나 위원장은 윤 정부의 청년 노동 정책에 있어서도 비슷한 우려지점이 있다고 봤다. 특히 그는 윤 정부가 공약을 통해 예고한 노동정책들이 "어떤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느냐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정부 노동 공약 중 '청년' 혹은 '세대'가 강조된 공약은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의 개선' 공약이다. 해당 공약은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가치 및 성과 반영 임금체계로 개선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을 위한 절차합리화 △직무별 임금정보 공시로 구성된다. 나 위원장은 "숙련도나 능력 축적 여부를 세세하게 가리지 않고 연차라는 기준만으로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가게 하는 연공급제의 불합리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며 연공급제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문제는 연공급제 체계가 어떤 기업에 있느냐는 것"이라며 연공급제 개선이 '어떤 노동자를 위한 것인가'에 집중했다.

작년 6월 기준 임금직무정보시스템 통계를 보면, 전체 기업의 13.7%만이 연공급제를 도입 중이다. 도입률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높아진다. 연공급제 도입률은 100인 이상 기업에선 55.5%, 300인 이상 기업에선 60.1%, 1000인 이상 기업에선 70.3%에 달한다. "내부노동시장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연공급이 보장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즉 연공급제 개선은 "내부노동시장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임금) 분배 의제"고 "(노동정책을) 연공급제 개선에만 집중한다면, 윤 정부 아래 노동 의제는 내부노동시장만의 의제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는 게 나 위원장의 지적이다.

노동 의제가 내부노동시장의 의제로 한정되는 건 왜 문제일까. 나 위원장은 "안 그래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한국의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를 문제로 꼽았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5월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300인 이상 정규직 임금을 기준(100)으로 잡을 때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은 68.9, 300인 미만 기업의 정규직은 57.3, 비정규직은 44.5의 임금을 받는다." 나 위원장은 이렇게 "노동시장 내의 격차가 큰" 상황을 고려할 때 "내부노동시장의 임금체계 개편에 머무르지 않고, 전체 노동시장의 격차를 해소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편 공약엔 '세대상생'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청년세대는 해당 공약이 집중하는 내부노동시장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나 위원장은 "가령 여성의 경우 돌봄·서비스 직종에 많이 종사하는데, 그들이 받는 임금은 몇 년을 일해도 상승하지 않는다"며 "이런 저임금 체계의 극복을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연공급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전체 노동시장 문제에 대한 더 폭넓은 고려가 윤 정부 정책에 담기지 못한 이유로 나 위원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쉽지 않기 때문에 담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했다. 노동시장 내 격차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임금체계는 애초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내 격차 문제에 대한) 논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이를 논의하지 않고 방치하겠다는 건 결국 "임금격차와 그로인한 불평등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신경 쓰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나 위원장은 말했다. 논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경영계 양쪽 모두를 붙잡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이 주최한 청년노동자대회. ⓒ연합뉴스

"'청년'만으론 청년문제 해결 못한다"

"청년 정책을 논의하는 주체들이 청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들을 같이 바라보면서 청년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나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설계된 청년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현 시대의 전환기적 특성과 청년세대가 겪는 '세대 내·외부의 격차'를 이해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포괄해 나가야 한다고 봤다. 나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확인한 건 이런 위기상황에서의 노동구조 변동"이라며 그 변동에 영향 받을 청년세대를 위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도 앞으로 예고된 구조적 전환, 변동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산업, 노동 전환기에 발생하는 공백(사각)지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코로나19 사태 이후만 보더라도 "고용지표가 양적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회복의 양상은 종사상 지위에 있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 산업별 취업자의 대규모 이동, 고용회복과정의 특정계층(여성, 저학력자) 소외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변동과정에서의 격차 혹은 소외'가 코로나19 이외의 여러 전환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나 위원장은 구체적인 전환의 예시로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산업 전환,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의 위기"를 꼽았다. "기후 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의 과정, 인구 절벽으로 인한 지방 소멸의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구 산업, 지역의 일자리가 붕괴하고 새로운 일자리로 진입하지 못하는 공백 상태의 노동자들이 속출"할 테고, "이들을 어떻게 새로운 (그리고 질 좋은) 일자리로 안착시킬 것인가" 고민해야 하며, 이는 결국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뒤따라야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나 위원장은 전망했다.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마련해야 할 전환기 청년 정책의 과제도 이 지점에서 발견된다. 나 위원장은 "이러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기존의 청년 정책 형태만으론 구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즉 "사회 진입 시기에 놓인 청년세대를 지원하는 형태의 청년정책"만으론 현시대 청년세대가 마주한 고용노동 문제를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 위원장은 "결국 전반적인 사회 정책, 일자리 정책, 노동 정책들로 (청년세대가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사회 진입 시기라는 특수한 시기에 필요한 정책이 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청년은 이 사회에서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이 사회의 일부 구성원이죠. 어떤 구성원 집단이든 다른 구성원 집단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이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면, 특정 집단을 위한 청년정책 역시 전반적인 노동 정책 혹은 사회 정책의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그 정책의 설계 또한 이 '전반적인 영향관계'를 고려해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정책은 '소확행' 등 대선 과정에서의 미니 공약에 머물게 될 겁니다."

▲2022대선청년네트워크의 '실타래 챌린지'. 대선청년네트워크의 청년 활동가들은 22년 주요 청년의제로 기후, 지역, 노동, 젠더, 주거 등을 뽑았다. ⓒ2022대선청년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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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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