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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대북정책, 이명박 시절로 퇴행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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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대북정책, 이명박 시절로 퇴행해선 안 된다

[정욱식 칼럼]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위하여

취임을 한달여 앞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대북정책 기조로 '실용'을 강조하고 있다. "새 정부 대북정책 기조는 강경 정책이 아니다"라며 실용적, 실질적 접근을 취해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드러나고 있는 대북정책 기조는 실용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인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퇴행적인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먼저 인수위는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다시 들고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윤 당선인의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의 박진 단장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용어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CVID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주도한 네오콘이 고안해낸 표현으로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결국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선 '완전한'과 '불가역적인'이라는 표현이 빠지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도출되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CVID가 재등장한 시기는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궤를 같이 한다. 6자회담과 남북·북미대화가 비교적 순항하던 시기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도 '실용적인 대북정책'을 강조했었다. 그러나 CVID를 다시 사용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1인당 GDP를 3000달러로 높여줄 수 있다는 '비핵개방3000'을 표방하면서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윤 당선인 인수위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이명박 정부 시절과 너무나도 닮았다. 실용을 앞세우면서 실용과는 가장 거리가 먼 대북정책 기조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해결과 더불어 미국의 대북 핵위협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시야에 넣지 않으면 진전되기 어려운 속성을 품고 있다. 그런데 인수위는 비핵화의 대상을 북한으로 한정하면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이 자제해왔던 핵 전략폭격기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그 골자가 될 전망이다. 핵과 미사일 능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의 움직임과 맞물려 한반도 위기가 또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와는 달리 매우 좋지 않은 안보 환경을 안고 출범하게 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지정학과 지경학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전략 경쟁 열기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북한은 작심하고 국방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일시에 타개할 수 있는 묘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이럴 때일수록 인수위 스스로 강조해온 실용적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실용적 태도의 핵심에는 우발적 충돌과 확전까지 초래할 수 있는 과잉대응이나 긴장 고조 언행을 자제하고 문제 해결의 접점을 만들어나가는 데에 있다.

실용적 접근의 토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천문학적인 국방비 투자에 따라 한국의 군사력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세계 6위로 평가될 정도로 막강해졌다. 미국의 확장 억제도 굳이 한반도에 전략 자산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슬기롭게 운용할 수 있다. 9.19 군사 합의는 남북한 사이의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는 데에 크게 기여해왔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점들을 두루 살피면서 대북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과도한 국방비 증액을 억제해 민생 구제에 사용하고 9.19 군사 합의도 진전된 이행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외교에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유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대북 억제력을 추구하면서도 안정성을 확보하고 대화 재개의 토대를 하나둘씩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면서 간절히 호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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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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