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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 개혁공천 어디까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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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민주당 순천지역위원회, 개혁공천 어디까지 가능할까?

지방자치부활 30년이 됐다. 그런데 발전보다는 오히려 자꾸 퇴보하는 느낌이다. 발전 없는 지방자치·지방선거 이대로 좋은가. 발전이 아닌 ‘퇴보’느낌을 받는 건 주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불신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최근 전남 순천에서 민주당 인사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다. 급기야 소병철 의원은 지역위원장으로 신속하게 ‘개혁공천’을 부르짖으며 논란을 잠재우고자 했다. 그 와중에 당사자는 제대로 된 소명도 못하고 온갖 비난과 비판에 직면했다.

대선에서 ‘원팀’을 외치며 ‘동지애’를 말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비록 휘발성 강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할지라도, 본인의 소명절차도 없이 ‘개혁’에 걸림돌이 되니 버려야 할 ‘낙석’ 취급은 어딘가 모르게 너무 매정하기 짝이 없고 보기에도 매몰차다.

물론 당으로서야 불필요한 잡음과 논란들이 뒤섞이면서 당장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도 컸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같은 추상어린 결기를 세웠을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이 더러는 당의 신속한 입장을 옹호하기도 하고 더러는 비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일련의 이면에는 ‘공천’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과연 지방의회 공천제가 꼭 필요한가?’라는 근본적 물음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공천제 도입으로 인한 폐해가 있어 공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천제 도입으로 인한 피해가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지방의원이 제10의 국회의원보좌진을 뽑는 정치행사로 전락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공천에 의하다보니 ‘주민중심’이 아닌 ‘정당중심’의 활동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그렇다. 누가 더 많은 권리당원을 확보하고 있느냐가 공천과 직결되는 구조. 그러니 돈 정치가 필수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나 일당일색인 호남지역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이미 사라졌다.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 보다는 때론 반대를 위한 반대 등 극심한 대립과 나쁜 정치행태만 가득한 현실이다. 대선·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 때는 지방의원은 지역별 행동대장으로 올인 하며 전문 선거꾼처럼 몇 개월씩 동원되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니 풀뿌리 지방자치는 구호일 뿐 참으로 답답한 이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 언제까지 이럴 순 없다. 공천이 없어지면 이 같은 폐해도 사라지겠지만 작금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어쨌든 현재로선 공천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진짜 제대로 된 개혁공천을 하려면 공천시스템의 허점을 고쳐야 한다. 공천에 대한 지역의 권한이 얼마나 될까? 후보에 관한 내용을 잘 모르는 현행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과연 합리적인 공천심의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까?

지방선거 후보심사는 후보가 되고자 하는 이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 봉사실적, 기부금실적, 미담사례, 사업성과, 주변인 탐문여론수집결과 등 그의 생을 관통하는 가공하지 않는 사실들을 제대로 심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시스템에 되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시·도당 공관위원들은 그런 세세한 내용들을 알 수도 없거니와 알려고도 들지 않는다. 왜냐. 권리당원으로 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천을 희망하는 이들은 오직 권리당원 늘리기와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유지된 권리당원들이 정말 전체 시민들을 뜻을 대신할 수 있는가?

후보가 되고자하는 이가 늘리고 유지해온 권리당원들을 상대로 지역위원회는 어떤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까? 지방자치에 대한 기본 업무역량 테스트, 공약수립 및 실천계획, 정당 활동계획을 살펴 본 적 있었나. 적격심사에서 자치입법 등 정당 활동계획서 등을 제출받아 심사하고, 면접을 통해 활동계획을 확실하게 파악한 후, 최종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작금의 심사과정을 보면 이타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왔으며, 향후 어떻게 살아갈지 등의 내용은 고사하고 ‘인성’ 등 기본적인 자질조차도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다. 때문에 일부 ‘인성’이 부족한 이들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나면 각종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단순히 적격심사 문서에 기대어 심사 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허점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따라서 ‘개혁공천’을 하려면 현재와 같은 시·도당 공관위에 주어져 있는 역할을 지역위원회에 돌려야 한다. 시스템을 대폭 전환해야 한다.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후보의 자질 등 파악하기 어려워 실질적인 공천검증기능 작동이 될 수없는 구조임을 이해하고. 중앙당에서는 과감한 공천심사 권한을 지역위에 돌려줘야 한다.

그리고 지역위원회는 지역위원장을 비롯한 핵심 당직자 몇몇이 심사하려하지 말고 지역 내 여러 채널과 각계각층의 평범한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7일 보도된 민주당 전북도당이 여론조사 1위 후보를 적격심사에 ‘컷오프’ 시킨 사안은 향후 ‘개혁공천’을 어떤 방향에서 모색해야 하는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임정엽 전주시장 출마예정자(전 완주군수)는 27일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공직선거후보 검증위원회가 전주시장후보 ‘부적격 판정’을 내린 데 대해 “중앙당이 지방선거후보 부적격 기준으로 제시한 7대 중대범죄 항목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에 부적격 사유가 된 알선수재 등 범죄경력은 이미 정치적 사건으로 중앙당에서 충분히 소명된 사안”이라면서 “2006년과 2010년 완주군수 출마 시 중앙당에서 정치적 사건의 희생양으로 판단해 두 차례나 공천장을 줬던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임 예정자의 항의와 주장도 일리는 있을 것이나 민주당 전북도당은 여론조사 1위 후보를 ‘부적격’ 처분하는 과단성을 보여줬다. 다만, 이 사안은 도당에서 결정한 것으로 지역위원회는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는 점이다.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범죄경력으로 인해 도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했지만 지역위원회는 그럴 권한조차도 없다.

때문에 지역위원장이 ‘개혁공천’을 하려면 할 수 있는 권한부터 가져야 가능하다. 실질적 권한은 없는 상태에서 외치는 ‘개혁공천’은 예비후보자들에게 자칫 ‘겁박’처럼 들릴 수 있으며 ‘줄 세우기’처럼 비칠 수도 있다. 어제까지 ‘동지’가 오늘 ‘방 빼’라니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정치가 그렇다. 어제의 적이 오늘 동지가 되듯이 오늘의 동지가 내일은 적이 되기도 한다.

선거패배 때 마다 나오는 “당이 뼈를 깎는 반성에서 다시 출발 하겠다”. 하도 많이 들어서 민주당이 깎을 뼈라도 남아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말뿐인 개혁’은 그만하고 진짜 ‘개혁공천’이 뭔지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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