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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모든 계획은 3년 전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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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모든 계획은 3년 전 랜드연구소 보고서에 있었다

[해외시각]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원'을 찾아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러시아와 미국을 위시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두고 '전선'을 뚜렷히 하고 있다는 데에서 '신냉전'의 징후를 읽어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미 국방부 등의 자금을 지원받으며 과거 '냉전 전략'을 연구해 왔던 '랜드연구소'의 3년 전 보고서 내용과 현재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의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왜 이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의 악마화'와 '미국을 포함한 서구'가 제시한 선택적 관점은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 특히 '전쟁의 근본 원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프레시안>은 지정학 분석가이자 지리학자이고, 이탈리아 피사에 있는 ‘지구화 연구센터(Center for Research on Globalization : CRG)' 연구원으로 있는 마닐로 디누치가 3월 7일 글로벌 리서치(<빈곤의 세계화> 저자 미셸 초스도프스키가 운영하는 캐나다 소재 독립연구기관)에 기고한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이 글에서 마닐로 디누치는 '랜드연구소'가 3년 전에 냈던 '보고서'에 주목한다.편집자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대결의 심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세계를 제3차 대전으로 이끌 수도 있다. 군사 대결의 가속화를 예방할 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되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리서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한다. 무엇보다 양자간 평화협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제·금융 제재 등 미국의 전략적 계획은 이미 3년 전에 랜드연구소(Rand Corp)에 의해 제시된 것이다(‘어떻게 러시아를 무너뜨릴 것인가’ 2019년 5월 21일).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랜드연구소는 "(미국의) 정책적 도전에 대한 해법 개발을 위한 세계적 연구 조직“이다. 이 연구소에는 전 세계 50여 개 국가에서 선발된 1,800여 명의 연구원 및 전문가들이 있으며 이들은 미국과 유럽, 호주, 걸프만 지역 등의 지역 사무소에 포진해 있다.

랜드연구소는 스스로를 "비영리, 무당파 조직"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 국방부와 육군 및 공군, CIA를 비롯한 국가안보 기관들, 그리고 외국 정부와 강력한 NGO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연구소는 자신들이 미국 냉전 승리의 전락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한다. 승리의 요체는 소련에게 가혹한 군비 경쟁을 강요해 소중한 자원을 탕진하도록 한 데 있다. 바로 이 전략이 2019년의 새로운 계획에도 적용됐다. "과도한 팽창과 균형 무너뜨리기(Overextending and Unbalancing Russia)", 즉 소련 군사력의 과도한 팽창을 유도해 경제의 균형을 무너뜨려 쓰러지게 한다는 것이다.

▲랜드연구소(Rand Corp) 홈페이지. 

이것이 랜드연구소가 제시한 러시아 공격의 핵심이며 최근 수년간 미국은 이 계획을 실제로 실행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선 러시아의 가장 취약한 지점을 공격한다. 그곳은 천연가스와 석유의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러시아 경제다. 러시아 경제를 공격하기 위해 상업 및 금융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유럽 국가들에게는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수입을 줄이고 그 대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도록 한다.

이념과 정보 분야에서는 러시아 내부의 반대를 고무하고,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깎아 내린다.

군사 분야에서는 유럽의 나토 동맹국들이 반(反) 러시아 군사 활동을 증가시키도록 한다. 미국은 (직접 전투 대신) 러시아를 겨냥한 전략 폭격기와 장거리 공격 미사일에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 하면서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러시아를 겨냥한 신형 중거리 핵미사일을 유럽 국가들에 배치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전쟁 확대의 위험성도 크다.

랜드연구소의 결론은, (미국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각종 정책을 적절히 조합한다면 러시아는 미국과의 대결에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며, 반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목적에 사용돼야 할 자원들을 러시아 공격에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랜드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예견했다.

"러시아의 외부적 약점이 가장 큰 지점을 공격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것. 그러나 미국이 제공하는 무기와 군사적 조언이 러시아로 하여금 더 큰 군사적 대결에 나서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음. 왜냐하면 러시아 부근에서의 군사적 대결은 러시아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임."

바로 이 부분, 즉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되 "러시아로 하여금 더 큰 군사적 대결에 나서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조율해 "러시아의 외부적 약점이 가장 큰 지점"을 공격하도록 한다는 데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미국과 나토의 점점 강화되는 정치적, 경제적, 외교적 압박 속에 모든 협상의 가능성이 무산되면서 러시아가 군사 행동에 나서 약 2천 개의 군사시설을 파괴한 것이다. 이 군사시설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니라 미국과 나토가 건설한 것이다.

2019년 랜드연구소 보고서의 마지막 결론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 공격 계획에 제시된 정책 제안들은 (냉전 때와) 같은 전쟁 전략의 변종일 뿐이며, 이 계획에 따른 희생과 위험 부담은 우리 모두가 감당해야 할 것이다."

우리 유럽 민중들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나아가 우리가 미국-나토의 전쟁 계획의 포로로 묶여 있는 한 갈수록 더 많은 희생과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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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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