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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환경, ESG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복지국가SOCIETY] '자본주의자'여서 기후위기에 더 적극 대응해야

인류가 산업시대 이후에 배출한 화석연료의 온실가스(GHG‧ Green House Gas)가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켰다. 지금 인류는 기후재앙(Climate Disaster)의 위기까지 맞고 있다. 근본 원인인 기후변화의 결과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인류는 위기의 파급력을 체험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시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전 세계가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했다. 글로벌 공급망에도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수요 불균형으로 경제활동에 큰 혼란이 발생했다.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백신공급 자국 우선주의를 비롯해 일자리, 식량, 빈곤층, 성별 등 다양한 문제는 세계적으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나마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으로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의 입구에 들어서려는 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했다. 북해 브렌트유 4월 인도분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국제 유가 급등과 원자재 수급 불균형은 가뜩이나 물가 인상요인으로 압박받는 시장에 상승 압력을 더하고, 전면전 우려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위기의 지구환경과 3중고에 빠진 인류

이산화탄소(CO₂)는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에 가장 중요한 온실 가스다. 다른 온실가스(GHG)는 CO₂보다 지구를 온난화시키는 분자 구조는 더 강력하지만, 인간의 활동에서 배출되는 CO₂ 배출량이 엄청나게 늘어난 까닭에 CO₂가 기후 변화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2018년 CO₂의 대기 농도는 산업시대 이전 수준보다 약 46% 높아졌다. 지난 200만 년 동안 최근 80년의 농도가 가장 짙다.

석탄, 석유 및 가스 등의 화석 연료 연소에서 비롯하는 CO₂ 배출량이 전체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는 시멘트 생산, 가축 및 삼림 벌채 등 토지 이용 변화에서 배출된다. 대기권으로 방출되는 CO₂의 절반 정도만 대기권에 남아 기후 변화로 이어지며, 나머지 절반은 식물의 광합성과 바다에서의 확산으로 제거된다.

급격히 증가하는 탄소배출량은 기온 상승과 강력한 폭풍 등 기상이변을 만들고 있다. 기후 변화는 식량과 물 부족, 홍수 증가, 극심한 폭염, 코로나19 등 질병의 만연, 경제적 손실 등 다양한 상황으로 인간을 위협한다. 이를 계속 방치하면 인류는 '기후위기-질병위기-경제위기'가 동시 다발적으로 닥쳐오는 기후 재앙을 맞게 된다.

​국제사회의 지구온난화 대응 노력과 한계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구가 회복 불가능한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전 지구적 차원에서 공동대응하기 위해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을 채택했다. 이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규정하고, 기후변화협약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 만든 국제협약이다. 2010년 제1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국제사회는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이내로 제한하되, 1.5℃ 목표는 추후 검토대상으로 결정한 칸쿤합의(Cancun Agreement)를 도출했다. 드디어 인류는 2015년 12월 각 국가의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감축행동에 의한 상향식 방식(bottom-up)으로 5년마다 감축목표(NDC)를 제출하고 글로벌 이행점검을 실시하는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했다.

인류가 지구 기온 변화량을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평균) 대비 2℃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아래로 낮추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했지만, 2017년 6월 탄소 누적 배출국 세계 1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 협정을 비준하며 약속한 이산화탄소 배출감축 계획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탈퇴의 이유였다. 지구 온난화를 막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목표한 파리협정이 사실상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21년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했다는 점이다.

한편,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의 강화된 감축정책이 당사국은 물론이고 다자기구, 시민단체,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후행동 주체들에게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 또는 탄소중립에 이르기 위해 장기적이며 보다 획기적인 비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민간 기업에 기후변화 관련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요구하는 등 탄소중립으로 표현되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추세로 전개됐다. 그 결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 및 기후금융 기조가 형성됐다.

그동안 직접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노력을 해온 유럽은 2019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폰 데어 라이엔 의장이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 및 재건 패키지의 핵심 정책 추진계획으로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하며 2050년까지 역내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청정에너지·인프라계획'을 통해 향후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하여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 중국 시진핑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에서 국제적 책임으로 2030년 이전에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정점에, 2060년 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며 에너지 및 사회 구조를 전환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저탄소 경제로 패러다임 전환한 21년 26차 당사국 총회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 Conference of the Parties)가 본격적인 파리기후협정의 이행을 알렸다. 제3차 파리협정당사국총회(CMA3)와 부속기구 회의 등이 개최됐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개최된 특별정상회의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120여 개국 정상이 참석해 최근 각국의 탄소중립 노력과 2020년 전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방안(NDC)을 재제출하는 등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강조했다. 국제사회는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도출했고, 국제 탄소시장메커니즘(파리협정 6조)의 세부 이행지침도 마련해 2015년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의 세부이행 규칙을 모두 완성했다.

2021년 COP26 글래스고 기후합의에서는 처음으로 석탄발전의 축소를 직접적으로 명시하는 문구가 포함됐으며, 전통적인 기후협상 의제 이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메탄서약, 산림훼손 방지 등 다수의 국제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이와 함께 주요국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하고, 탄소중립을 연이어 공약하면서, 처음으로 파리기후협정이 목표로 하는 2℃ 이내의 지구온도 상승목표 도달에 대해 희망을 갖게 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현재 각국의 공약을 반영할 경우 금세기 말까지 1.8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별도도 COP26에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SAB)를 통해 국제회계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제정하는 IFRS 재단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올해 6월까지 제정할 조직을 산하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ESG 경영의 걸림돌로 언급되어왔던 평가와 측정의 표준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ISSB) 출범은 기업이 ESG 경영에 구체적으로 임해야 할 계기가 됐다. 현재 EU,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탄소중립과 같은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원 확대, 탄소가격제의 도입, 친환경 수송 및 건물 확대 등의 저 탄소 전환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ESG가 세계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ESG, 시장과 기업이 나서는 탄소중립 선언

2015년 파리협정의 감축정책으로 당사국은 물론이고 유엔의 다자기구, 기후‧환경 시민단체, 글로벌 민간기업 등 다양한 기후관련 주체들이 저탄소 경제체재 전환이나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선언 등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2020년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5.4% 감소했지만 2021년 회복과정에서 곧바로 4.9%로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1973년 1차 석유파동, 1978년 2차 석유파동,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제활동 위축으로 잠시 나타난 기후상황과 유사하다.

2021년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0.5℃ 차이에도 불구하고 2℃ 상승 시 1.5℃ 상승에 비해 대부분의 영역에서 두 배 이상 피해가 증가함을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회복이 불가능해 기후 변화가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 최대 10조 달러를 굴리는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는 2020년 초에 투자한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LARRY FINK’S 2020 LETTER TO CEOs)에서 "기후변화는 기업들의 장기 전망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기업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기후 리스크는 곧 투자리스크'이며, 수탁자로서 "블랙록은 고객들이 이러한 변화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지속가능투자(sustainable investing)가 고객 포트폴리오의 핵심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래리 핑크는 구체적인 실행 방법으로 "포트폴리오 구축과 리스크 관리에 지속가능성을 필수적으로 반영할 것이며, 열탄 등 지속가능성 리스크가 높은 자산은 매각하고 화석연료를 제외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고, 스튜어드십 활동을 통한 지속가능성 및 투명성 강화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투자 고객에게 개별적으로 보내는 편지에선 석탄 화력에서 총 매출의 25% 이상을 올리는 기업 자산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한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보낸 서한에서는 기업 성장 전망에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각 기업의 사업구조가 넷제로와 양립할 수 있는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기후문제와 탄소중립을 이끌어갈 ESG 전문가 양성이 절실

​래리 핑크는 올해 연례 서한 '자본주의의 힘(The Power of Capitalism)'에서 2년 전 자신이 당부했던 기후 대응을 비롯한 ESG에 대해 다시 상세하게 설명했다. ESG는 이념적이거나 정치적인 의제가 아닌, 주주와 기업이 서로 이해를 도모하고 추구하는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환경주의자'가 아닌 '자본주의자'이며, ESG는 주주와 기업이 공동으로 번영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이라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거듭 강조했다. 블랙록은 자사가 운영하는 블랙록 펀드어드바이저스를 통해 국내 주요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3분기 경영공시 기준 삼성전자(지분율 5.03%), KB금융(6.02%), 엔씨소프트(4.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래리 핑크가 앞으로도 전 세계에 ESG 투자 확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도 ESG 경영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이다.

과거 ESG 수용 요구를 마뜩잖게 여기던 태도와는 전혀 다르게 기업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국내 최초로 소위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제품만 생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RE100'을 선언한 이형희 SK SUPEX 추구협의회 위원장은 "세계경제 속에서 RE100 선언을 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사회규제, 금융시장 등을 이유로 상대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의 자산운용사 APG가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 국내기업 10곳에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배출 감축 전략의 혁신적인 실행에 대한 제언' 서한을 보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지분을 팔아 돈을 빼가는 것은 물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글로벌 고객사 등이 서플라이 체인 전반에까지 ESG 경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산업계와 공급망 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과제가 됐다. 만시지탄의 느낌도 없지 않지만,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이끌어 갈 ESG 전문가 양성은 이제 발등의 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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