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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남성보다 여성이 '편안한 잠' 못 드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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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남성보다 여성이 '편안한 잠' 못 드는 까닭

[서리풀 연구通] 수면과 감정적 안녕과의 관계에서 젠더는 어떤 역할을 할까

수면과 정신건강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잠은 정신건강 문제의 증상 또는 결과로서 개념화되어 왔으나, 최근의 연구들은 수면과 정신건강의 양방향적 관계를 강조해 왔다. 충분한 잠이 감정적 안녕을 증가시키기도 하고 감정적 안녕 상태에 있을 때 잠을 잘 잘 수도 있다. 기존 연구들은 양질의 수면이 몸의 회복 과정을 증진하고, 감정 조절을 활성화시키며, 긍정적 감정을 갖는 데 기여한다고 보았다. 반대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는 정서 장애를 강화한다고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면과 감정적 안녕과의 관계에서 젠더는 어떤 역할을 할까?

국제 학술지 <현대사회과학>에 실린 호주 멜버른대학교와 미국 신시내티대학교 연구팀은 2012년 유럽사회조사(European Social Survey) 자료를 이용하여 전일제 노동에 종사하는 맞벌이 부부에게서 일과 가정환경이 불안한 수면과 감정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자 하였다.(☞ 바로 가기 : 유럽 전일제 맞벌이 부부의 불안한 수면과 감정적 안녕: 아동과 일터에서의 요구가 끼치는 젠더화된 영향)

이를 위해 연구팀은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 이상인 25~64세 맞벌이 이성애자 부부 7735명을 대상으로 구조방정식모형을 사용하여 자녀의 존재와 직무 요구 및 자원 수준이 이들의 불안한 수면과 감정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불안한 수면의 정도는 지난 한 주 동안 얼마나 수면이 불안했는지를 묻는 1~4점 서열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했다. 1은 '전혀 또는 거의 그런 적이 없었다'이고, 4는 '대부분 또는 모든 시간이 그랬다'를 나타낸다. 감정적 안녕은 지난 한 주 동안의 감정 상태를 묻는 6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측정했다.

연구팀이 전일제 맞벌이 노동에 종사하는 부부에 주목한 이유는,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면 불편감과 더 나쁜 감정적 안녕 상태와 관련된다고 하는 기존 연구들에서 이런 젠더 차이는 사회적 역할, 노동 상태, 부모 상태에 따라 구조화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는 외벌이 부부에게서 부부의 수면의 질의 차이는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에게 높은 수면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여성이 자신의 수면이 방해받는 것을 감안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일제 노동이라는 동일한 노동력 상태를 가짐으로써 남녀 모두 직장과 가정에서의 요구 사이에서 역할 간 긴장을 겪고, 둘 다 유급노동을 위해 수면의 질이 필수적일 때에도 수면의 질과 감정적 안녕에서 젠더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 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은 자녀가 없는 가정과 비교했을 때 전일제 노동자인 어머니의 수면에 지장을 주었지만 아버지의 수면에는 지장을 주지 않았다. 남성의 경우, 자녀가 2세 이상일 경우는 자녀가 없는 경우에 비해 수면의 질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더불어 남성은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자녀가 있을수록 감정적 안녕감이 유의하게 증가했는데 이러한 관계가 여성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동양육이라는 가정에서의 요구 외에 직장에서의 요구가 끼친 영향을 살펴보면, 노동시간에 불만족하고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을수록 남성과 여성 모두 수면의 질이 떨어졌고 감정적 안녕감이 낮아졌다. 여기서 두드러지는 차이는 노동시간에 대한 불만족이 수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여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직장과 가정에서의 요구가 충돌될 때, 여성의 전일제 노동 위에서 부과되는 가족 돌봄의 의무로 인해 여성이 더 많이 역할 간 긴장을 경험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2세 이하의 자녀가 수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젠더 차이는 특히 노동시간이 긴 부부에게서 가장 크게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 이상인 부부들 외에도 30시간 이상, 40시간 이상인 부부들에게도 같은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여성은 세 집단 모두에서 노동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자녀양육이 불안한 수면에 영향을 주었지만 남성은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30시간 이상 집단에서만 수면에 지장을 받았다. 또한 노동시간과 상관없이 남성은 자녀가 있을수록 감정적 안녕이 증가했다.

이 결과를 조합해보면 맞벌이 부부 중 가장 수면의 질이 나쁠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은 장시간 노동에 종사하면서 자녀가 있는 여성이다. 이는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일터와 가정에서 겪게 되는 역할 간 긴장이 남녀 둘 다에게서 커지지만, 여성은 불균형적으로 더 고통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부부의 노동시간이 길어질수록 여성의 돌봄 책임 또한 더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전통적인 젠더 규범이 우리의 밤 시간에서도 작동되는 것을 포착하며 여성이 가족에 대한 돌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서 잠을 조명한다. 직무 스트레스나 장시간 노동 등 노동자의 부정적인 직장 경험은 그들의 수면에 영향을 끼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그들의 자녀에 의해 더 많이 수면을 방해받는다. 특히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한 배우자의 수면과 감정적 안녕감은 다른 배우자가 편안하게 잠들 권리를 침해한 결과로서 보호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역할 간 충돌에서 겪는 긴장과 나쁜 감정적 안녕감을 완화하는 데 수면의 역할이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우선 여성들의 편안한 잠을 보장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 서지정보

- Xiao Tan, Leah Ruppanner, Belinda Hewitt & David Maume (2022) Restless sleep and emotional wellbeing among European full-time dual-earner couples: gendered impacts of children and workplace demands, Contemporary Social Science, DOI: 10.1080/21582041.2022.203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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