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차량의 CO2 배출을 55% 줄이고 2035년에는 100% 줄여야 한다.”
작년 7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선언문 하나가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차량의 CO2 배출을 100% 줄인다? 이건 2035년부터 단 한 대의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서도, 팔아서도 안 된다는 선언이었다.
물론 집행위의 선언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1~2년은 족히 걸리는 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유럽연합 의회에서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집행위의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것이었고, 자동차업계 노·사를 포함해 유럽의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과 유럽에서 진행되는 놀라운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가장 많은 전기차가 생산되고 판매된 곳은 중국이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성장이 유럽에서 전기차 전환에 가속도를 붙이게 된다.
2016~2020년 사이 중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그래프와 표로 나타내 보았다. 유럽의 전기차 시장은 2020년 가파르게 성장해 중국을 추월하며 전기차 시장점유율 두자릿수(10.0%)를 이미 달성한 바 있다. 전기차 점유율 두자릿수는 전문가 예상보다 무려 3~5년 앞선 것이었다.
참고로 그래프와 표에 나온 수치는 모두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데이터베이스 수치를 이용했는데, 요즘 글로벌 전기차 동향을 살피려면 전통적인 자동차업계 자료가 아니라 에너지 관련 기구들 자료도 분석해야 한다. 이런 지점도 과거와 분명히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전기차 점유율 20% 넘보는 유럽
전기차로의 가파른 전환 추세는 2021년에도 이어졌다. 아직 지난해 판매량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서 작년 3분기까지의 판매량을 살펴보았는데, 유럽에서의 전기차(BEV 100% 배터리에 의지해 모터를 작동시키는 차, PHEV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동시에 쓰지만 콘센트 플러그로 충전하는 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배, 중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3배로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모두 전년 대비 2배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어서, 지난 2년 동안 무려 4배의 판매량 상승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2020년에는 유럽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면 2021년은 중국의 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유럽(17.2%)과 중국(13.8%) 모두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무려 2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참고로 위 그래프와 표에 사용된 전기차 판매량과 시장점유율 수치는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가 발표한 분기별 보도자료에 공개된 수치를 사용하였다. IEA는 아직 분기별 판매량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업체들의 전기차 출시·판매 계획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선언은 중국과 미국 정부를 자극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주요 업체들 역시 서로 앞다투어 전기차로의 전환 목표를 상향 조정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차량만으로도 CO2 규제를 맞추는 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던 토요타도 최근 2~3개월에 한번씩 목표치를 상향하며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위 그림은 글로벌 주요 업체 및 브랜드가 연도별로 몇 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인지, 신규 출시 차량 중 유럽 및 세계에서 전기차 비중을 몇 %로 할 것인지, 전기차 연간 생산대수는 몇 대 규모인지, 즉 생산을 기준으로 한 전기차 전환 계획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그려본 것이다.
2035년에 글로벌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GM, 2030년에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한 캐딜락, 푸조, 닛산, 볼보, 미니, 다임러, 재규어 랜드로버 등의 업체 및 브랜드 이름이 눈에 띈다. BMW의 경우 2030년에 전기차 누적 생산대수 1000만 대를 목표로 선언했다.
위 그림은 판매를 기준으로 본 주요 업체 및 브랜드별 전기차 전환 계획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표현해본 것이다. 2035년에는 모든 업체들이 유럽에서 전기차만을 판매하게 되며, 르노 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비중을 무려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바야흐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이제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완전히 다른 모습과 꼴로 변신하고 있다. 한동안 플랫폼산업을 탐구했던 <인사이드경제>는 이제 다시 자동차산업으로 눈을 돌려, 이러한 변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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