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가 코로나 이후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앞선 두 편의 글에 이어, 세 번째 글을 싣습니다.
☞바로가기 : 코로나19에도 성장하는 2개의 자동차 시장 ① 코로나 이후 모두 곤두박질, 한국 자동차 시장만 성장했다
☞바로가기 : 코로나19에도 성장하는 2개의 자동차 시장 ② 코로나19 이후 전기차 시장 성장, 왜?
코로나19 대유행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인사이드경제>에서 계속 소개해온 것처럼 자동차산업 역시 마찬가지인데, 지금까지는 주로 생산과 판매 관련 변화만 다뤄왔다. 그렇다면 한동안 유행했던 '공유경제' 신드롬의 하나였던 카 쉐어링(Car Sharing) 부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카 쉐어링 관련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우버(Uber)'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버의 실적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어떤 변화를 겪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우버의 실적 발표 자료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공유는 기울고 배달이 뜬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매출액을 기준으로 실적을 따져야겠지만, 운전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수백만 기사들을 통해 돈을 버는 우버의 경우 '총 예약(Gross Booking)' 액수를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이건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한 후 우버 기사에게 지불하는 총 금액을 뜻하는데, 우버는 이 금액 중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챙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우버는 라이드쉐어링(Ridesharing, 승차 공유 서비스), 그러니까 택시와 같은 서비스를 떠올리겠지만, 우버의 사업영역은 이보다 훨씬 넓다. 몇 년 전부터 우버이츠(Uber Eats)라는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고 작년부터는 택배 서비스도 시작했다. 도시에 따라, 서비스에 따라 우버가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조금씩 다르다.
작년과 올해 각 분기별 우버의 그로스 부킹(Gross Booking, 우버의 모든 플랫폼에서 고객이 서비스를 사용한 뒤 우버에 지불하는 금액의 총합) 규모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문인 라이드쉐어링(Rides)과 음식배달(Eats) 각각의 변화는 어떠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우버가 발표한 분기별 실적자료를 토대로 표를 작성해 보았다. (위 표 참조)
그랬더니 변화 양상이 매우 뚜렷하게 확인된다. 우선 라이드쉐어링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총 예약 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1분기 108억 달러에서 2분기 30억 달러, 3분기 59억 달러로 곤두박질치며 3분기까지의 합계가 전년 대비 반토막(-45%)이 났다.
반대로 음식배달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오히려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여주고 있다. 1분기 46억 달러에서 2분기 69억 달러, 3분기 85억 달러로 3분기까지의 합계가 전년 대비 2배(100%)로 늘어났다. 그뿐 아니라 라이드쉐어링 총 예약 규모를 앞지르는 기록도 남겼다. 우버의 주력이 라이드쉐어링 대신 음식배달로 넘어간 듯한 인상까지 주고 있다.
감염병과 라이드쉐어링은 상극 관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소위 '차량 공유'는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차량 가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남의 차를 빌려 쓰는 게 차량 공유인데 이 경우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버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라이드쉐어링 업체들 매출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를테면 GM이 야심차게 출범시킨 카쉐어링 브랜드인 메이븐(MAVEN)도 코로나19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2016년에 설립되어 1년 만에 미국 17개 도시로 서비스 범위를 넓힐 정도로 뻗어나갔지만, 팬데믹으로 매출이 급감하며 결국 지난 4월에 사업 중단 선언을 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 렌터카업체 2위인 허츠(Hertz)는 파산보호신청(한국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렌터카업체는 공항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코로나19로 비행기 이용자들이 급감하자 렌터카업체 매출액도 급격히 떨어진 것이다.
자율주행 투자는 부담스러워
지난해 5월에 주식상장(기업공개)을 한 우버는 단숨에 시가총액 597억 달러를 기록해 GM이나 현대차 3사(현대차·기아차·모비스) 규모를 뛰어넘었다. 하지만 우버는 창사 이래 단 한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적자폭 또한 엄청난 수준이다. 그럼 우버 주식을 매입하는 그 많은 투자자들은 바보란 말인가.
이 시점에서 작년과 올해 우버의 손익계산서(아래 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매출액에서 총 비용을 뺀 금액이 영업이익(또는 손실)이 되는데, 총 비용에서 매출원가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판매 및 마케팅'과 '연구개발비'임을 알 수 있다.
판매·마케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얘기지만, 라이드쉐어링 기업이 왜 이렇게 많은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 걸까? 고객과 기사를 연결시켜주는 어플, 매일매일 쌓이는 빅 데이터의 처리, 새로운 알고리즘의 개발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하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우버의 연구개발비의 상당 부분은 현재 우버 영업과는 무관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투입된다. 만일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가장 먼저 내놓을 수만 있다면, (라이드쉐어링이건 음식배달이건) 기사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우버의 연구개발비는 작년 대비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부분의 기업에 현금 유동성 비상이 걸렸고 우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에는 막대한 현금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율주행 기술 개발 순위가 뒤로 밀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와 미래자동차
우버만이 아니다. 포드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산량·판매량이 대폭 줄어들자 자율주행차 개발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글 웨이모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Cruise) 역시 직원 2000명 중 8%인 160명 감원에 나서며 구조조정을 집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코로나19는 미래자동차를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C·A·S·E : Connected, Autonomous, Shared, Electric Vehicle)에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글에서 구체적인 판매량으로 입증한 것처럼, 코로나19는 전기차·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엄청나게 가속시키고 있다. 그러나 라이드쉐어링 사업에는 상당한 타격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잠시 지연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아래 표)
코로나19 대유행은 인간이 이동수단을 선택함에 있어 '감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 여부를 중요한 기준으로 설정하도록 만들었다. 남의 차량을 잠시 빌려서 사용하는 라이드쉐어링,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대중교통 이용은 줄어드는 반면, 가장 안전한 이동수단이 자가용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양상은 코로나19 대유행 수준이 잦아드는 나라에서 어김없이 자동차 판매량 상승이라는 기현상을 낳게 된다. 3월부터 한국에서, 6월부터 중국에서 전년 대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시차를 두고 코로나19 재유행이 이뤄지고 있는데, 유행 규모가 줄어들 때마다 자동차 판매량은 상승했다.
자동차 구매에 나선 이들 중 상당수가 생애 처음으로 자가용을 마련하는 이들이다. 그동안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소유보다 공유'를 선택했던 이들이 자가용 구매에 나선 탓이다. 이들의 경우 코로나19와 기후위기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높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기왕에 새 차를 살 거라면 전기차·친환경차 구매가 늘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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