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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초기 확산세 잡지 못하면 대유행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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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초기 확산세 잡지 못하면 대유행 불가피

[안종주의 안전사회] 병원력 약하다고 얕잡아 보면 큰코다친다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고 미국에서는 공식 보고 한 달 만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 변이가 언제쯤 우세종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우세종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우리의 방역 지침과 일상생활도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보다 정확한 예측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은 오미크론 확산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이 공식보고 된 때는 지난달 24일이다. 따라서 실제 오미크론이 미국에 상륙해 지역 사회에서 퍼지기 시작한 시점은 이보다 조금 더 이를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이후 공식 보고 시점이 포함된 주간(11월 21~27일) 평균 미국의 오미크론 감염 비율은 0.1%에 불과했다.

하지만 불과 한 주 뒤(11월 28~12월 4일)에는 주간 평균 0.7%, 다시 한 주 뒤에는 12.6%로 높아졌다. 그로부터 2주 뒤인 12월 셋째 주(12~18일)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 중 73.2%를 오미크론 감염자로 분석했다. 분석에 오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들 정도로 놀라운 확산 속도다. 이게 사실이라면 오미크론은 미국에서 이미 우세종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 비정상적 속도로 오미크론 대확산

미국과 같은 오미크론 확산 속도는 비정상적이어서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해 오미크론 확산 추세를 예측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속도는 아닐지라도 오미크론이 우리나라에서도 델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오미크론 국내 전파 속도는 기존 대유행을 주도했던 델타 변이와 비교해도 3배가량 빠르다.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4월 22일이었다. 이후 누적 200명대에 도달하기까지 두 달 정도 걸렸다. 반면 오미크론은 지난 1일 처음 보고된 이후 20일 만인 21일 누적 227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와 20일 만에 200명대를 돌파한 것이다.

오미크론이 국내에 상륙한 지 2주가 지난 뒤인 지난 15일 0시 기준 신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9명이었으며 이 중 국내 감염사례 4건, 해외유입은 5건이었다. 국내 누적 오미크론 감염자는 128명이었다. 누적 감염자의 감염경로를 보면 해외유입 33명, 국내감염 95명으로 지역 사회 전파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5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7850명이어서 오미크론 비율은 0.1%에 지나지 않았다.

일주일가량 뒤인 지난 21일 오미크론 신규 확진자는 49명을 기록했다. 이어 25일에는 오미크론 신규확진자가 81명으로 뛰었다. 신규 감염자 중 41명은 해외 유입 사례이고 나머지 40명은 국내 지역 사회 감염 전파 사례다. 그리고 26일 0시 기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33명 늘어 누적 376명을 기록했다. 국내감염자가 10명이고 23명은 해외유입 감염자였다. 해외 유입보다는 국내 감염자의 숫자가 지역사회 확산과 관련해 더 의미가 있다.

우리는 오미크론 확산 초기, 하지만 우세종 향해 꾸준히 증가세

이날 신규 확진자 5419명이었으므로 전체 감염자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가 차지한 비중은 0.6%이다. 제법 빠르게 오미크론이 확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미크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지 않고 들쭉날쭉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검사받은 날이 평일이냐 주말이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으로 보면 된다. 주말은 평일에 견줘 확진자 수가 적기 마련이다.

12월 중순(16~21일) 기준으로 볼 때 오미크론 누적 확진자 수는 미국이 65만여 명으로 추산되었고 영국 4만여 명, 덴마크 1만여 명, 노르웨이 1700여 명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인도는 200명,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은 각각 100명 대를 기록했으며 일본(82명)과 중국(6명)은 우리보다 인구가 매우 많음에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발생은 훨씬 적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 주요국에 견줘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심각하다고도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기도 곤란한 형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세균의 증식처럼 초기에는 완만하게 증가하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세균이 이분법으로 증식해 30분마다 2배가 된다고 하면 한 마리가 처음 5시간 뒤에는 256마리가 되지만 그 후 다시 5시간 뒤에는 26만2114마리로 엄청나게 불어난다. 똑같은 시간 동안 무려 1000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제대로 대처하면 우세종 시점 내년 봄 이후로 미룰 수 있어

이는 다시 말해 전파력이 큰 변이 바이러스는 초기에 확산세를 다잡지 못하면 대유행은 불가피하다는 것을 뜻한다. 하루 수백 명 수준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하면 수천 명으로 늘어나는 것은 순식간이다. 따라서 오미크론처럼 전파력이 강력한 놈을 다루기 위해서는 유행 초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데 한두 달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이 내다보고 있다. 오미크론은 기존 백신 접종자들에게 델타보다 돌파감염을 더 잘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데 걸리는 기간은 부스터 샷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와 시민들이 얼마나 방역지침을 잘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상황이 바람직한 쪽으로 전개되면 그 시기가 내년 봄 이후로 늦추어질 수도 있다.

오미크론을 다루는 전략은 별로 새로울 게 없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 일상생활 방역지침 준수, 집단감염 예방, 청소년 백신 접종 강화, 기본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추가접종(부스터샷), 오미크론 확진자의 접촉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추적 관리, 가짜뉴스 차단,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한 국민과의 소통 강화 등이다.

오미크론 확산의 위험은 의료시스템 붕괴 가능성 때문

오미크론의 특성은 이제 상당 부분 알고 있다. 전파력은 2~3배가량 델타보다도 더 강력하다. 하지만 병원력은 다소 약하다. 기존 접종 백신 회피 능력이 상당하다. 병원체가 지닌 자체 독성 때문에 위중증으로 진행되어 숨질 위험은 델타보다 낮다. 병원력이 약하다고 얕잡아 보면 큰코다친다.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단위 기간 동안 확진자 수가 매우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병상의 부족을 가져와 재택 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감염자를 크게 늘린다. 말이 재택 치료지 실은 집에서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언감생심이다. 사실상 격리 내지는 대기 상태로 보면 된다.

따라서 오미크론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크게 늘면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제때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일으키기 때문에 오미크론이 델타보다 훨씬 더 위험한 놈으로 등극하게 된다. 지금 당장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의 방역전략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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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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