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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부른 참사"...46년 키운 장애자녀 살해한 노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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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부른 참사"...46년 키운 장애자녀 살해한 노모

직장도 잃으면서 24시간 생활로 우울증 증세 악화로 비관적 선택, 법원 징역 4년 선고

장애를 가진 자녀를 46년간 본인의 몸까지 혹사하며 길러왔던 모친이 갈수록 악화되는 우울증 증상에 순간을 참지 못하고 자녀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녀를 취업까지 시키고 평생의 동반자로 살아왔지만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고 24시간 함께하면서 더욱 늘어난 스트레스는 결국 비관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만든 시발점이 됐다.

법원은 모친의 이같은 선택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생명존중을 근거로 징역 4년에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7월 자택에서 지체·시각 장애를 가진 자신의 자녀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을 보면 A 씨는 B 씨를 전적으로 양육하고 보호하면서 46년간 함께 살아왔다. 지난 2020년 이전에는 B 씨가 회사에 취직해 함께 일도 했으나 코로나19 인해 회사 상황이 악화됐고 더 이상 일도 하지 못하고 24시간 동안 전적으로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A 씨는 지난 2016년부터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B 씨와 24시간 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갔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가족들에게 "사는 것이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범행 이후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체 및 시각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낳아 46년간 부양하면서 항상 피해자의 옆에서 정성껏 보살펴왔다"며 "피해자가 코로나 사태로 회사에 나갈 수 없게 되자 피고인과 피해자는 외출도 하지 못한 채 집에서 같이 24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2016년 3월부터 우울증으로 인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피고인은 수시로 가족들에게 사는 것이 희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우울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합리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부모는 자녀에게 생명을 주지만 자녀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까지 가지는 것은 아니다"며 "피고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모두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이 사건 범행 외에 대안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로 피해자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형 선고를 통해 피고인 본인이 속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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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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