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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실패, 위기 탈출은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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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실패, 위기 탈출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안종주의 안전사회]

단계적 일상회복 방역 전략, 즉 ‘위드 코로나(with Corona)’ 방역의 실패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에 앞서 영국 등 여러 유럽국가,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공존(coexisting with Covid, 위드 코로나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조어여서 영어권 국가에서는 이 말이 무엇인지 모름)을 선언한 뒤 코로나 확산으로 위기를 겪었거나 겪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6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2만4413명으로, 2주 전보다 31% 증가했다. 또 7일간의 하루 평균 입원 환자수는 6만8400명으로 2주 전 대비 20% 늘어났고,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1288명으로, 2주 전 대비 23% 증가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의료체계는 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오미크론 변이가 곧 미국의 지배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올 겨울 오미크론과 델타, 독감이 겹치면 사망자 급증 이외 의료시스템 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파력이 센 오미크론이 크게 유행하면 확진자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미국은 확진자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봉쇄조치보다는 코로나 대응 기준을 확진자에서 중증환자로 전환해 위기를 탈출하려 하고 있다.

코로나 공존 실패한 유럽 잇단 강력한 방역 조치 내놔

반면 유럽국가는 코로나 공존 방역 조치 이후 확진자가 크게 늘고 오미크론마저 점차 확산 속도가 높아지자 일제히 강력한 방역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술집과 식당 영업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했다. 덴마크는 영화관과 공연장 영업을 중단했다. 네덜란드는 19일 새벽 5시부터 전면 봉쇄에 들어가 슈퍼마켓과 의료기관, 카센터 같은 필수 시설 영업만 허용된다. 식당, 비필수 상점, 영화관, 극장, 동물원 등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독일은 주(州) 보건장관들이 유럽 국가 가운데 오미크론이 가장 유행하고 있는 영국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방역 조치르 적용할 것을 요구하자 20일 자정부터 영국 들어오는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전원 격리 조치를 취하고 코로나19 음성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했다.

영국 런던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병원을 지원하기 위해 의료 관련 기관들에 특별조치를 취할 수도 있는 이른바 ‘중대사건’을 선포했다. 프랑스 파리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해 불꽃 축제 등 새해맞이 행사를 전면 중단키로 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 국가들의 이러한 방역 강화 조치는 ‘위드 코로나’를 중단하고 지난 18일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보다 코로나 유행 정도가 유럽 국가에서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더 일찍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1·2차 접종뿐 아니라 추가접종, 즉 ‘부스터 샷’도 먼저 시작했다.

유럽과 한국이 다른 점, 대통령 선거 코앞 선거운동 본격화

따라서 코로나 공존 방역이 실패한 까닭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같은 점도 있다. 일상생활 활동반경을 죄던 것을 완화하면 마스크 착용, 다중이 모이는 행사와 집회, 경기 관람 등 많은 부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잘 퍼지는 환경에 놓이게 마련이다. 유럽과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보면 비슷한 이유로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유럽 국가 대다수는 우리나라처럼 북반구에 위치해 실내 공간에 오래 머무르고 환기가 어려운 겨울철을 맞아 느슨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코로나가 확산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일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어 다중이 모이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유세 등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유권자와 만나는 과정과 이 과정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널리 보도되면서 사람들에게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누그러뜨리는 구실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에워싸고 연호를 하거나 악수하는 등 전파 위험이 있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고 이것이 방송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되기 때문이다.

▲3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가에 한 주점이 내놓은 간이 의자가 쌓여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이 다시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뉴스

공공의료 비중 유럽보다 낮아 병상 확보에 어려움

또 우리나라는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유럽 국가들에 견줘 매우 낮아 코로나 환자 입원 병상과 중증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병상을 제때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의료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확진자와 중환자가 급증했을 때를 대비해 병상과 관련 의료 인력이 사전에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고 시행에 들어가면서 실제 급증이라는 충격이 오자 어쩔 수 없이 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와 함께 백신 부작용은 별 염려할 필요가 없음에도 가짜뉴스와 지나친 자식 걱정 때문에 자녀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학부모층이 매우 두텁게 형성되어 미접종 청소년 사이에서 확진자 발생이 늘고 이들이 새로운 전파자 구실을 한 점도 ‘위드 코로나’ 실패의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다른 백신에 견줘 항체 형성률과 그 지속성이 낮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장년층과 노년층들 사이에서 대거 돌파감염이 생긴 것도 문제였다.

하루 7천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 연일 발생하고 위중증 환자가 1천명이 넘으며 가동할 수 있는 중환자 병상이 한계점에 몰리면서 정부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현재로서는 하루빨리 이 위험 터널을 빠져나가는 길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더 강화된 조치, 즉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봉쇄에 가까운 조치를 2주가량 굵고 짧게 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때문이다.

방역 위기 극복 성공하려면 모든 부문이 함께 잘 작동해야

이들은 지금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22일 대규모 시위도 예정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길어지면서 최대 피해자는 사망자 등을 제외하면 이들이다. 이들에 대해서 지난 2년 가까이 실제 경제적 손실을 본 것에 걸맞거나 손실을 얼추 벌충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지원만 몇 차례 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번에는 반드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일괄적으로 몇십만원 식으로 하지 말고 업체별, 업자별 피해 정도를 세밀하게 파악해 그에 따라 차등을 두어 해야 한다. 그것이 공정이고 정의다. 업체·업주뿐만 아니라 그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실직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유럽 식 지원 체계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 방역은 역학조사나 의료 등으로만 성공하기 어렵다. 코로나 대응은 사회 각 부문과 맞물려 있다. 의료 인력 지원과 병상 확보, 피해자 지원, 가짜뉴스의 차단 등 국민과의 소통, 과학적이고 효과적이며 현실에 기반을 둔 방역 지침, 백신과 치료제의 신속한 공급, 정치권의 무분별한 갈등과 갈등 조장 지양 등 그 하나라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코로나 전쟁에서 패배자로 자리매김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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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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