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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탄소 50% 감축", 그런데 탈원전은?

"원전은 시한폭탄" → "원자력은 경제구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50% 감축해야 한다"며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2018년 대비 40% 감축을 제시한 것보다 진전된 입장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도 원자력발전 축소 요구에는 "원자력(핵)은 옳냐 그르냐를 떠나 이미 하나의 경제 구조"라며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후위기 대응 정책공약에 대해 "석탄 발전소는 없애는 쪽으로 하고, 가스 발전도 비용이 들지만 전환하겠다. 그 외에도 정부가 지금 2030년 탄소 감축 목표를 40%로 올렸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지금까지는 석탄, 원자력 발전소 등 중앙집중식 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했다면, 반대로 지역에서 분권적 발전으로 소량 에너지를 여러 곳에서 생산하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도 줄이고, 수입 대체 효과도 있고,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석연료 사용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 후보는 "화석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조달은 오랫동안 인류 경제 활동의 근본이었다"며 "이것을 바꾸려고 하면 기존의 경제 양식을 바꾸는 일이어서 엄청난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다"면서 "원자력은 이게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이미 하나의 경제 구조가 됐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이해관계 가진 하나의 고착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한 청년 활동가가 'SMR(소형원자로)를 서울에 할 것 아니면 하지 말라'는 팻말을 들고 온 것을 보고 "좀 이해가 안 간다"면서 "기존 이해관계 조정에 따른 저항과 반발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좋은 기획을 했다고 다 집행되면 천국일 텐데, 사람 사는 세상은 그렇지 않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 8월 "추가 원전 건설은 안 하는 게 맞다"면서도 "이미 가동하거나 건설한 원전은 사용기간 범위에서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지사는 지난해 10월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강행 방침을 밝히자 "원전을 경제논리로만 따져 가동하는 일은 전기세 아끼자고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며 "더 이상 물질적 풍요를 누리겠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뒷전에 둘 순 없다"고 강한 탈원전 정책을 주장했었다. "원자력은 하나의 경제구조"라고 한 이날 발언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활동가들도 이 후보 면전에서 많은 비판을 가했다. 한 활동가는 "후보님이 생각하는 기후 비전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라며 "과학적 기준으로 생각해도 공감할 수 없다. 현재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회주의자가 아니라면 제대로 된 정치로 (의지를) 증명해 달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매우 아픈 지적"이라며 "현실 정치라는 게 좋은 것, 이상적으로 바람직한 것을 그대로 주장하고 실행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얼마든지 가장 바람직한 상태를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실 정치인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설득을 시도했다.

이 후보는 '기회주의자'라는 비판에 대해 "이건 아픈 말인데, 다르게 표현하면 실용주의일 수 있다"며 "원리주의자 입장에서 보면 (현실과) 타협하는 실효적 정책이 기회주의처럼 보이지만, 현실 정책을 집행해야 하는 정치인들은 실행이 가능해야 하고 그러니까 양쪽 의견을 다 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한 청년이 '타협점을 찾는 게 정치의 역할 이라고만 하시는데 이젠 절박한 요구를 들어줄 때도 되지 않았느냐. 우리에게 노력하라는 말만 하지 말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는데,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세상이 단일한 색채면 좋은데 반대 의견도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맞받았다. 이 청년이 "생명 앞에서 반대 의견을 말할 수는 없다"고 재반박하자 이 후보는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보다 두 개의 생명을 구해야할 때도 있다"고 재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6일 서울 서대문구 청년문화공간 신촌파랑고래에서 열린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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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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