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 등 강한 비판을 하면서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남북미 3자 간 상설 비핵화 대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자신의 외교안보 구상을 밝혔다. 미중 간 대립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 측으로 강하게 쏠린 태도를 보였다.
윤 후보는 12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남북한 관계를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며 "원칙 있는 자세로 일관성을 견지해, 주종관계로 전락한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위협을 방치하고 우리의 안보 태세만 약화하는 조치들이 이어졌다"면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망 체계를 촘촘히 하면서 한미 확장억제력을 확충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주도하겠다"며 "예측 가능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하겠다. 북한 지도부가 결단만 내린다면 비핵화 진전에 따른 경제지원과 협력사업을 가동하고, 비핵화 이후를 대비한 '남북 공동 경제발전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전선언 문제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전쟁 당사국·관계국들이 전쟁 후 평화협정과 경제·문화 교류협정 등을 체결하면서 그 모두(冒頭)에 종전을 선언하는 것인데, 종전선언만 분리해 정치적인 선언을 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작용으로는 "유엔군사령부가 무력화되기 쉽고, 유엔사의 일본 후방기지 역시 무력화되기 쉽기 때문에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 안보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또 "국내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나 병력 감축 여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며 "때문에 북한 비핵화가 불가역적으로 진전돼서 (북한과) 광범위한 경제 협력 관계가 수립된다면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이 얼마든지 함께 갈 수 있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의미가 약하거나 국제사회나 한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윤 후보는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과거 남북미중 4자, 러시아·일본까지 6자 회담을 진행해 왔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면서 "판문점이든, 북한이 원한다면 워싱턴이든, 남북한과 미국의 상시적인 3자 회담 장소를 둬서, 미리 조율해서 어쩌다 한 번 만나는 4자·6자회담이 아니고 3자 상시회담을 통해 문제가 진전되면 나중에 4자든 6자든 국제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 "북한 주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겠다"며 "남북 간 방송통신 개방, 청년 교류, 문화 교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남북과 미국의 상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구축,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 간 정찰자산 협력체계 가동과 확장억제, 북한과의 인도적 문화적 교류를 원활히 함으로써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하고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 이 3가지를 동시에 가동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에선 美에 '올인'?…"사드 추가배치 가능", "쿼드 추가 참여", "파이브아이즈와 협조"
윤 후보는 미중 간 대립 이슈에서는 전반적으로 미국 측에 강하게 기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미중 신냉전으로 세계는 이익과 이념에 따라 두 편으로 갈라섰다"면서 곧이어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놓고 자유주의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이 대치하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또 대미관계에 대해서는 "포괄적 전략동맹을 구축하겠다"고, 대중관계에 대해서는 "상호 존중의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겠다. 정경분리와 공동이익의 원칙에 입각해 양국 간 대화를 지속하고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구분지어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 언론으로부터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고는 "문재인 정부의 소위 '3불 (三不. 사드 추가배치, 미국 MD체계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이라는 것은 중국과 맺은 협정도 약속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 블과한 것"이라며 "국가 안보 상황에 따라서 그 입장이 얼마든 변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사드는 북핵·미사일로부터 우리의 안보와 주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부분"이라며 "사드 문제를 마치 중국에 대한 도발의 하나로 이해하는 것은 상당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얼마나 더 강화하고 한미일 간 공조할 것인지는 안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주권 사항이기 때문에 거기 입각해 판단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북핵·미사일에 대한 요격 방어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감시정찰 자산인데, 이것이 좀 부족하기 때문에 한미일의 강력한 공조가 필요하다"면서 "한미일 간 정보·군사 협력 단계가 동맹까지 갈 것인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른바 '3불' 중 두 가지에 대해 '뒤집을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낸 셈이다.
미국의 대중 전략에 대한 참여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열린 입장을 밝혔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자유민주주의 연대에 동참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 번영의 주춧돌을 놓겠다"며 "긴밀한 정보 공유와 전략 공조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앞서 이날 오전에도 존 오소프 상원의원 등 미 방한단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전 세계 국가들 간의 확실한 연대에 의해 글로벌 문제들이 잘 해결되길 바라고, 거기에 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쿼드·파이브아이즈·오커스 참여에 대해 각각 어떤 입장인지 묻는 미 CNN 방송 기자의 질문에 "쿼드는 지금 우리가 백신 부문 워킹그룹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첨단기술이나 나머지 그룹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북핵 위협으로부터 우리와 동북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파이브아이즈와의 협조 체계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쿼드·파이브아이즈 그룹 가입 자체에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들과의 협조체계 추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열린 태도를 보인 셈이다. 다만 오커스에 대해서는 "비용·효과 면에서 봤을 때 한국의 안보에 핵추진 잠수함이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거리를 뒀다.
대중 강경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들이 잇달아 나오자, 한 기자로부터 '최근의 요소수 사태를 보면 한국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꼭 중국 요소수만이 아니라 2년 전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산업 원료) 수출이 제한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 않느냐"며 "요소수는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을 못 해 생산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문제 때문에 한중 간의 광범위한 경제 교역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그는 "과거사 문제, 경제·안보 협력 의제를 망라한 포괄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면서 "현 정권에 들어와 대일관계가 존재하느냐고 할 정도로 외교관계가 실종된 상황이다. 대일관계를 국내정치에 너무 끌어들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국가와의 외교가 국내정치에 활용된다면 그 외교관계는 정상 작동할 수 없다"며 "1998년에는 일본 수상께서 과거의 식민지 강점 부분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하고, 우리는 미래로 향해 일본과 경제·문화 등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 나가자(고 했었다). 한일관계가 미래를 향해, 양국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력·발전해 나간다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이 수용할 정도의 일본 정부·국민의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낙관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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