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악화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사죄 없는 일본 책임론'을 강조하며 일본 언론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반기고 있다고 12일 주장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대한 계승 의지와 함께 집권 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한 윤 후보의 입장이 일본 우경화에 부응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읽어보셨냐"면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일본이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입힌 과거를 인정하고, '통절(痛切)한 반성과 사죄'를 한 것을 전제로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자는 선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사를 덮고 미래로 가자고 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 대해 '과거를 똑바로 인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어 "일본은 과거 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의 일본이 아니다. 한참 우경화됐다"며 "(윤 후보는) 일본 정부에게 과거사 문제 해결과 위안부 문제 사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 하면서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역사적인 DJ 업적을 언급하냐"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묻지 말라는 일본이 웃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 언론이 윤석열 후보를 두고 '(우경화된 일본을) 이웃으로 인정'했다고 반기겠냐"며 "일본 관련 발언은 역사의 맥락을 이해하고 보다 신중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하며 일본의 대한제국 침략 역사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이 후보는 "일본은 언제나 믿을 수 있는 완전한 우방국가냐"며 "일본 문제는 영토나 과거사가 정리돼 영속적으로 공존하는 관계가 되면 몰라도 제국주의 침탈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반일 감정을 자극해 표를 얻을 생각"이라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해괴한 현실이다. 김어준 말대로 대선을 '한일전'으로 치르겠다는 것"이라며 "대립적 민족주의로 국민을 친일, 반일로 갈라 그 절반을 토착왜구로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고 믿는 모양"이라고 했다.
'우경화된 일본에 부응하고 있다'는 이 후보의 공세에 대해 윤 후보는 "단순히 일본 정권의 우경화, 일본 사회의 우경화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오부치는 사과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를 위한 협력을 제안했는데, 그게 제대로 잘 굴러왔다면 일본 정부나 일본의 다수 여론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력 발전해 나간다면, 과거사 문제도 우리나라 국민이 수용할 정도의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입장이 나오지 않겠나"고 했다.
그는 "이 정부 들어 대일 외교와 한일관계가 거의 망가졌다"면서 "외교는 국익에 입각해 실용주의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대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너무 끌어들인 것 아니냐"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윤 후보는 "대일관계가 국가대 국가의 이익을 조정하는 외교관계로 논의되는 게 아니고 국내정치에 활용된다면 그 외교관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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