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도입되어 올해 3년째 운영되고 있는 아동수당은 "아동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야심 찬 아동복지 정책이다. 정책 도입 이후, 해당 지출 규모는 계속 증가하여 내년부터는 만 2세 미만 영유아에게도 영아수당이 지급될 계획이다. 이는 아동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아동의 복지와 권리를 얼마나 증진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대부분의 경우 아동수당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논의에만 치중되어 있고, 아동복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인프라에 대한 논의와 투자계획은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2019년 3월 29일 자 '아동수당은 출산장려금이 아닙니다', <한겨레> 9월 24일 자 '아동·노인돌봄·취약계층 예산도…코로나 시국 '생색내기 확충'')
아동을 위한 정책이 아동의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리버풀대학 연구팀이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슈어 스타트 (Sure Start) 프로그램의 지출 삭감이 아동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이다.(☞ 바로 가기 : 슈어 스타트 프로그램 지출 삭감이 아동기 비만에 미치는 영향 : 종단 생태적 연구) 슈어 스타트(Sure Start)는 아동기의 건강이 성인기의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1999년에 영국에서 시작된 정책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빈곤, 교육 접근성, 지역사회 환경 등 아동기의 위험요인들이 누적되면서 시간이 지나 성인기의 좋지 않은 건강으로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또다시 그들의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건강 상태가 대물림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슈어 스타트는 바로 이러한 건강 상태의 대물림을 줄이고자 여러 정책과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에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 병원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동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올바른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취업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보건의료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중재개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2010년부터 공공지출을 대규모 삭감하는 긴축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많은 슈어 스타트 센터들이 운영을 중지하거나, 서비스 규모를 줄여야 했다.
연구진은 종단연구를 이용해 2010~11년과 슈어 스타트 지출 삭감이 이루어진 2017~18년 사이에 지역사회의 아동 1인당 슈어 스타트 지출 규모, 4~5세 아동의 비만율을 측정했고, 시계열적으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고정효과 모형을 활용하여 지출 삭감과 비만율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두 기간 사이 슈어 스타트 센터의 지출은 평균 53% 감소했고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그 감소세가 뚜렷했다. 지출 삭감에 따라 아동의 비만율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슈어 스타트의 지출이 10% 삭감되면, 비만율은 상대적으로 0.34%(95% 신뢰구간: 0.15~0.53%) 증가했다. 지출 규모가 안정세를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비만 청소년 수에 비해, 지출이 삭감되었을 때의 비만 청소년 수가 추가적으로 약 4,575명 많았다(과체중은 약 9174명 많음). 또한 비만율이 감소하고 있던 지역에서 슈어 스타트 지출 삭감 이후 다시 비만율이 반등하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났다. 범죄, 소득, 교육 수준 등 여러 지역사회 특성을 합쳐 만든 지역사회 박탈 정도에 따라서는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다. 즉, 이는 슈어 스타트의 지출 삭감이 지역사회 특성과 관계없이 아동이 비만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중앙 정부의 지출 삭감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지역사회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그들의 선택이 결국 아동의 건강과 복지에 많은 위협이 되는 점을 강조하였다. 긴축 정책으로 슈어 스타트 센터가 제공하고 있던 비만 예방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비만에 간접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강 검진 및 여러 건강 증진 프로그램들이 없어지게 되며, 이는 아동의 영양상태와 신체활동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아동 건강의 악화로 이어진다. 현재의 정책이 아동들에게 어떠한 혜택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해당 예산들이 어떻게 아동 건강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지 못한 무분별한 예산 삭감은, 아동의 현재 건강은 물론이고 이후 성인기 건강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연구는 우리에게 두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아동 정책은 아동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웠던 사실이다. 둘째, 아동에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복지 기관에 대한 지출 감소는 아동의 비만율을 높인다. 이 두 가지 명제가 낯설게 들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동복지 정책이 "아동에게"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동복지 정책에서도 사람 중심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동정책은 아이들이 인구정책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를 가진 존재라는 데서 출발하여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서지사항
- Kate E Mason, Alexandros Alexiou, Davara Lee Bennett, Carolyn Summerbell, Ben Barr, David Taylor-Robinson. Impact of cuts to local government spending on Sure Start children’s centres on childhood obesity in England: a longitudinal ecological study. .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21;75:860–866. doi:10.1136/jech-2020-216064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