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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반지하 1억' 시대에 집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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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반지하 1억' 시대에 집이란?

[시민건강논평] "주거는 인권이자 방역이다"

"성인 6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작은 앞마당 같은 야외 발코니를 가진 아파트."

서울시가 '건축물 심의기준'을 개정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외부로 돌출된 개방형 발코니 설치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코로나 이후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옥외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는 진단에서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 9월 29일 자 '아파트에 ‘개방형 야외 발코니’ 설치 확대 추진')

"옥탑방과 함께 대표적 취약 주거로 꼽히는 반지하."

국토부가 실거래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래 최초로 서울 빌라 지하층(반지하 포함) 평균 전세금이 1억 원을 돌파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관련 기사 : <한국일보> 9월 28일 자 '기막힌 전세난… 서울 빌라 지하층도 전세 1억 시대')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온 결과 빌라 지하층 전세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포스트 코로나든 위드 코로나든, 코로나 시대가 아니더라도 반지하 전셋집보다는 야외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에 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비단 부동산으로서의 자산가치 때문이겠는가, 그것이 살만한 집이기 때문이다.

'의식주'라는 표현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살만한 집, 주거다운 주거에 살고자 함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집은 생활을 넘어 우리의 건강과 안전, 생명까지 좌우한다. 그렇기에 적정한 주거는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인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많은 이들이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집의 중요성을 재발견했다. 한편에는 재택 근무와 수업으로 온 가족이 집에 머물게 되면서 각자 자기만의 방을 가질 수 있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집콕'이 아니라 '집옥'이라며 "감옥에 갇힌 느낌"을 호소하는 원룸, 고시원, 쪽방 거주자가 있다.(☞ 관련 기사 : <서울신문> 2020년 8월 30일 자 ''집콕'하고 싶어도 못합니다… '집옥'에 내몰리는 1평의 삶')

보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앉은 자리에서 곱절 부자가 되어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집값도 전셋값도 하늘 모르고 오르는데 수중에 돈은 없어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소득 증가는 더디거나 감소하는 와중에 전월세 가격과 대출금리까지 오르니 많은 이들에게 주거비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무주택자인 20~30대 청년층의 부채 규모가 전세자금 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 9월 24일 자 '2030청년 부채규모, 전셋값 폭등 영향에 12.8% 급증')

'부동산 부익부 빈익빈' 같은 말로는 부족하다. 소득 중 많은 부분을 주거비로 사용하면 다른 필수지출을 아낄 수밖에 없다. 전기·수도·가스 등 필수서비스 요금, 식비, 교육비, 심지어는 의료비까지. 필요에 비해 양을 줄이거나 더 낮은 품질을 택하면 자연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거 불평등'이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경로.

더 직접적 영향은 열악한 주거가 코로나 감염을 포함, 질병 발생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3밀(밀집·밀접·밀폐)'을 피하라지만, 환기가 열악한 비좁은 집에 여럿이 함께 사는 형편에서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올 초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응급잠자리' 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 집단감염은 물론, 작년 말 한파 속에 농장 비닐하우스 기숙사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 속헹 씨를 기억할 것이다. 올 여름에도 코로나 4차 유행에 역대급 폭염까지 더해지면서 열악한 주거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홈리스·이주민 단체들은 작년 코로나 유행 시작부터 주거가 최고의 방역이자 백신이라고 주장해 왔다. 주거권·반빈곤 단체들은 유엔 권고와 해외 사례들을 예로 들며 코로나 상황에서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대응책들을 일찌감치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놀랍도록 부족하다.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전국 14개 시·도 지방공사 소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2만1425가구가 임대료를 미납했고, 1만9862가구가 관리비를 체납했으며 이 중 206가구는 퇴거를 당했다(3개 시·도는 자료 미제출). 가구 당 평균 미납 임대료는 32만9천 원, 관리비는 20만4천 원 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소유한 공공임대주택에서도 같은 기간 17만2526가구(전체의 약 14%)가 임대료를, 12만5698가구가 관리비를 체납했고 이 중 100가구가 퇴거를 당했다.(☞바로 가기)

보건복지부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체납건수는 전년 대비 73.2% 증가, 전국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건수도 전년 대비 82.7% 증가했다. 반면 국토교통부-LH의 주거지원은 매우 제한적으로 작동했다. 단적으로 2020년 퇴거위기 가구에 임시거처로 제공된 긴급지원주택은 총 70호에 불과했다.(☞ 바로 가기)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대비 7.6%에 불과한 최소한의 주거 안전망이다('20.3월 기준). 거주하는 이들 대다수가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고령자, 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30만 원의 임대료나 관리비 체납으로 공공임대주택에서 쫓겨난 이들이 가게 될 곳은 결국 고시원, 쪽방, 여인숙, 찜질방 등 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곳이다.

2021년 한 해, 상반기엔 LH 투기 사태, 하반기엔 대장동 개발 게이트로 모두가 부동산으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나는 뉴스에 둘러싸여 있다. 두 사건 모두 공히 전 사회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게 수억, 수십억, 수천억의 투기 수익이란 그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주거 불평등, 건강 불평등, 자산 불평등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극소수 고소득층만을 위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대다수 중산층과 저소득층도 집다운 집, 주거다운 주거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 복지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지구 반대편 독일 베를린에서는 최근 거대 부동산 회사들이 보유한 주택을 몰수해 공공기관이 저렴한 월세에 공급하자는 주민투표가 과반 찬성으로 가결됐다. 지난 10년 사이 평균 월세가 2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시 정부가 내놓은 월세 상한제에 연방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직접 움직였다.(☞관련 기사 : <KBS NEWS> 9월 29일 자 '[특파원 리포트] '월세와의 전쟁' 베를린…부동산 '강제 보상 수용' 주민투표 가결')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오늘(10월 4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서울에서는 '서울 주거불평등을 바꾸자! STOP/DOWN/UP'이라는 제목으로 동시다발 1인 시위가 열린다. 아래는 공동행동의 요구사항이다.

STOP!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로 투기 중단! 주거가 방역이다. 강제퇴거 중단하라!

DOWN! 집값을 하향 안정화하고, 주거비(임대료) 부담 내려라!

UP! 장기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공공택지 100% 공공주택!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 주거권 확대하라!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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