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기숙사에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 씨의 유족이 노동부에 산재를 신청했다.
고인의 유족은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등과 함께 30일 근로복지공단 관악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 사망의 주요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과 과중한 노동강도에 있다"며 노동부에 산재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재 신청을 대리한 권동희 법률사무소 '일과 사람' 노무사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고인은 지난 6월 26일 사망하기 전 12주 동안 7일밖에 쉬지 못했다. 열흘 이상 연속근무도 4회 있었다. 4월 11일부터 23일까지 13일, 4월 25일부터 5월 4일까지 10일, 5월 6일부터 18일까지 13일,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17일 등이다.
코로나 이후 기숙사 청소량이 두 배 가까이 늘기도 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고인이 일한 서울대 기숙사 925동에서는 2019년 605리터, 2020년 945리터의 쓰레기가 배출됐지만, 올해에는 7월 기준 1045리터의 쓰레기가 나왔다. 대리인 측은 고인이 하루 300kg 이상의 쓰레기를 처리했다고 추정했다.
전 기숙사 안전관리팀장 A씨가 행한 복장 관리, 업무와 무관한 시험과 A씨 부임 이후 기숙사 행정실 차원에서 시행된 청소 검열도 고인의 스트레스를 가중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권 노무사는 "이탄희 의원실을 통재 입수한 자료, 조합원 면담 조사, 노조 자체 조사, 기숙사 925동 현장 조사를 통해 고인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많이 파악했다"며 "산재 인정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기숙사 청소노동자 산재 아니라는 서울대 관계자...유족 "발언 책임져야 할 것"
서울대 관계자는 전날 언론에 고인의 사망의 원인은 과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가 수행한 학내조사에 노조와 유족이 비협조적이었다며 "그럼에도 조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 서울대 측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하기도 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14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고인이 과로에 시달렸다'는 주장에 대해 "(고인이 근무한) 925동의 청소 업무량이 다른 건물에 비해 사회 통념상 부당하게 과중하다거나 쓰레기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과다한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이전에 사회학과 교수 등의 성희롱 사건에 정직 3개월 권고와 같은 솜방망이 처분을 내려 '학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는 표현이 담긴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킨 구민교 행정대학원 교수가 학생처장 보직을 사임하기 전까지 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있던 곳이기도 하다.
고인의 남편 이모 씨는 "서울대는 처음에 일을 덮는데 급급하다 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이 나왔을 때 비로소 사과했다"며 "서울대 당국자는 또다시 제 아내의 죽음이 과로에 의한 산재가 아니라며 모든 상황을 오리무중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아내의 죽음이 산재로 승인된다면 해당 발언을 한 당국자는 더 이상 총장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 말고 서울대의 명예를 위해 서울대를 떠나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덮일 수도 있었던 사건을 세상이 알게 된데는 용기 내준 제 아내의 동료 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신들은 저의 영웅"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의원 아들은 산재 보상금 44억, 서울대는 청소노동자 산재 책임 회피" 비판도
한편,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44억 원을 산재 보상금 명목으로 받은 일을 언급하며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서울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탄희 의원은 "누구는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50억 원씩 받아가는데 누구는 목숨을 잃고 산재 신청의 권리를 주장하는데도 학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비난과 모욕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사회가 사람의 '목숨 값'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는지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곽 의원의 아들이) 기침을 했다고 한다. 이명이 들리고 어지러워 업무수행이 어려웠다고 한다. 이에 따른 산재 위로금이 44억 원이었다"고 한 뒤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청소노동자의 사망에 대해 서울대는 산재가 아니라고 회피하고 있다. 우리는 상식적 사회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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