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플랫폼 기업의 '구밀복검' 전략...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독점'을 꿈꾼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플랫폼 기업의 '구밀복검' 전략...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독점'을 꿈꾼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코로나와 산업·노동 전환 ⑤ 낮은 가격 서비스 뒤엔 착취와 갑질이

"심장은 탄환을 동경한다"

러시아의 혁명 시인 마야코프스키의 이 싯구에는 인간 본연의 욕망, 불사름을 향한 갈망이 담겨 있다. 모름지기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언가를 향한 강한 욕구, 아직 누구에게 보인 적은 없지만 숨겨놓은 갈망 같은 것을 갖고 있지 않던가.

한 놈만 살아남는다

그런데 우리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인간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플랫폼 자본은 탄환이 아니라 다른 걸 절실하게 갈망한다. 그게 무엇일까? 바로 독점이다. 아니, 자본이라면 모두가 독점을 동경하지 않던가. 이게 플랫폼 자본만의 특징이란 말인가?

그렇다. 자본이라면 누구나 독점을 꿈꾼다. 독점에 성공하면 이윤 벌어들이는 수준과 속도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플랫폼 자본의 경우 정도가 다르다. 여기선 독점에 성공한 놈만 살아남는다. 통상적인 기업은 우선 기업이 되고 나서 독점을 탐한다면, 플랫폼 분야에선 독점을 쟁취하지 못하면 기업이 아예 도태·퇴출되어 버린다.

"Winner Takes It All"

아바(ABBA)의 노래 제목처럼 승자독식, 즉 독점을 쟁취한 한놈만 살아남는 극심한 경쟁구조가 플랫폼의 본성이라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버와 쿠팡 등 수많은 플랫폼 기업은 독점을 완성하기 전까지는 천문학적인 적자도 감수하고 있지 않던가.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글로벌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들이 이들 적자기업의 뒷돈을 대주고 있다. 엄청난 투자금을 밀어주고 있는데, 이들이 노리는 건 지금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독점적 초과이윤에 대한 기대수익이다. 지금은 손해가 나도 나중에 독점하고 나면 수십 배, 수백 배로 벌어들일 수 있으니까.

플랫폼 자본이 돈 버는 방법 ① : 트래픽 광고와 클라우드 서비스

"당근마켓은 대체 돈을 어떻게 버는 거야? 거래 수수료 한 푼도 안 받잖아."

중고용품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그저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일 뿐일까? 그런데 이달 초 당근마켓은 1,80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며 무려 3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 뒷돈을 댄 큰 손들이 본 '미래에 발생할 독점적 초과이윤에 대한 기대수익'은 무엇일까?

그건 트래픽이다. 파일을 다운로드 하거나 홈페이지 내용을 볼 때 발생하는 데이터의 양. 당근마켓은 가입자 수가 벌써 2000만 명을 넘겼고 주간 방문자 수도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당근마켓이 현재 현금을 벌어들이는 수입원은 광고 수익이다. 방문자·가입자수가 엄청나니 이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광고를 게시하고 수익을 챙긴다. 사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현금을 벌어들인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대명사 아마존(Amazon)은 어떨까. 대규모 물류센터에 기반한 온라인 판매(e-커머스) 분야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소규모에 불과하다. 아마존이 주로 현금을 끌어들이는 수입원은 클라우드 서비스이다. 아마존 역시 당장 버는 현금보다는 미래 독점이윤 기대수익을 보고 달려드는 투자 규모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당근마켓과 페이스북의 트래픽 광고,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모두 오프라인이 아니라 순수하게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수익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플랫폼 자본이 돈 버는 더 일반적인 방법은 따로 있다.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을 동원해야만 독점을 더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음의 모델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 자본이 돈 버는 방법 ② : 노동법 회피와 노동력 갈아넣기

더 일반적인 모델은 노동법 회피 전략이다. 오프라인에서 엄청난 규모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 어떤 권리 보장도, 사용자로서의 책임도 지지 않는 방식. 플랫폼 기업이 배달 라이더나 택배 기사, 모빌리티 운전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을 피해갈 뿐만 아니라 4대 보험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무나 플랫폼 기업을 만들고 라이더와 기사들을 프리랜서로 다룬다고 자본가로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이 플랫폼에서 사업을 하거나 노무를 제공할 이들을 네트워크로 끌어모아야 한다. 라이더도 부족하고 가맹 음식점 수도 작은 배달 플랫폼은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럼 이런 네트워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배달 플랫폼 기업의 경우 초기에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라이더와 가맹 음식점을 모집한다. 라이더에게는 높은 배달료, 음식점에는 낮은 광고비·수수료를 약속하면서 말이다. 이런 시기에는 높은 소득이 보장되기에 라이더 노동자성 부정에 대한 불만도 많지 않고, 음식점을 상대로 한 갑질이 문제 되는 일도 적었다.

하지만 상당 규모의 네트워크로 성장하게 되면, 즉 독점으로 가는 발판이 마련되기 시작하면 '플랫폼의 배신'이 곧바로 시작된다. '쿠팡이츠'가 처음에는 라이더를 유혹하기 위해 높은 배달비를 보장했지만, '배달의 민족', '요기요'가 독점한 시장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3위에 올라서자마자 기본 배달비를 3100원에서 2500원으로 20% 가까이 깎아버린 바 있다.

플랫폼 기업이 라이더에 대해 적극적으로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적용을 회피하는 전략을 썼기 때문에 배달 노동자는 이런 대대적인 임금(단가) 삭감에 맞설 효과적인 법적 수단을 가질 수 없었다. 노동자로서 집단적으로 뭉쳐서 싸우고 정당한 요구를 제기할 권리의 박탈은, 플랫폼 기업이 지속적으로 배달료 후려치기를 이어갈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주었다.

플랫폼이 독점으로 가는 수단

그렇다면 이들 플랫폼 기업이 독점으로 가기 위해 사용하는 수법은 무엇일까? 가격 또는 요금 덤핑이다. 심지어 일정 기간은 무료로 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주기도 한다. 아니, 그건 다른 자본가들도 독점으로 가기 위해 다 쓰는 방법 아닌가. 하지만 약간 다른 점이 있다. 다른 자본가들은 독점이 이뤄지자마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곧바로 가격을 인상하지만, 플랫폼 독점기업은 상당 기간 낮은 가격과 요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고객이나 소비자 입장에선 특별히 나쁠 게 없지 않을까? 이런 이유로 플랫폼 기업의 독점 욕망은 다양한 방식으로 포장되어 왔다. "고객들의 편리함(편익)은 유지되기 때문에 독점의 폐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네트워크 효과의 특성상 플랫폼은 차라리 독점으로 가야 소비자 편익이 증대된다."

하지만 실제 독점을 향해 가는 플랫폼 힘의 원천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낮은 가격이 유지될 수 있는 힘은, 고객과 배달 플랫폼 기업의 이면에 존재하는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배달 플랫폼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자면, 음식점과 라이더들이 플랫폼에 매여 있도록 만든 거대한 네트워크, 다시 말해 이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도록 만든 시스템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 배달 플랫폼 기업의 착취, 갑질 구조.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낮은 가격이 유지되는 배달 플랫폼과 고객 사이의 관계에만 치중하면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그 이면에 있는 관계, 즉 높은 배달료로 수많은 라이더를 유혹하고 낮은 광고비·수수료로 음식점들을 가맹시키는데 성공한다면, 라이더와 음식점 모두를 이 플랫폼에 가둬두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객이 아니라 라이더·음식점에서 뽑는 이윤

고객이 광고를 보고 주문하는 음식점이 이 플랫폼에 모여 있다면, 라이더는 일감을 받기 위해서도 이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배달 일을 하는 라이더가 이곳에 몰려 있다면 주문 물량을 쳐내기 위해서도 음식점은 이 플랫폼에 매여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배달 플랫폼 기업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음식점, 라이더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인다. 그래야만 독점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한쪽만 성공해선 곤란하다. 음식점과 라이더 모두를 플랫폼에 묶어놓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묶어놓은 뒤 라이더를 유혹했던 배달료를 후려쳐 버리고, 음식점을 가맹시킬 수 있었던 앱 광고와 수수료를 높여버리는 거다. 그런데 이런 일을 벌이더라도 고객이 부담하는 가격과 요금은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플랫폼 자본의 이윤은 겉으로는 고객으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라이더와 음식점으로부터 발생하기 때문이다.

뒤집어서 얘기하면 고객에게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데 드는 부담과 비용을 모조리 라이더와 음식점에 전가시키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은 거래가 발생하기만 하면 거기서 수수료를 챙기기 때문에 고객이 부담하는 가격이나 요금이 아니라 거래량에서 수익을 얻는다. 플랫폼에 묶어놓는 구조를 공고화할수록 독점으로 가는 발걸음은 더 빨라진다.

물류창고 수반한 e-커머스

상품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모빌리티 플랫폼(택시, 대리운전 등)은 구조가 매우 간단하다. 우선 직접 단말기(스마트폰)를 들고 있는 주문자와 운송(?)해야 하는 대상이 동일하다. 그래서 주문중개와 배달중개를 분리할 필요가 없다. 플랫폼 기업이 신경써야 할 쪽은 모빌리티 기사를 충분히 보유하고 수수료를 후려치는 것 정도이다.

▲ e-커머스 플랫폼의 착취, 갑질 구조.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음식배달 플랫폼은 앞에서 본 것처럼 주문중개와 배달중개가 분리된다. 그래서 플랫폼 기업은 라이더와 음식점 모두를 충분히 모집·보유해야만 독점을 향해 갈 수 있다. 그런데 아마존이나 쿠팡 등 e-커머스 플랫폼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구경하지 못했던 대규모 물류창고 업무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물류창고를 빼면 배달 플랫폼과 완전히 동일하다. 아마존이나 쿠팡을 통해 상품 판매를 해온 납품업체는 초기에 제품 주문량이 늘어나며 재미를 보기 시작했지만, 납품업체가 e-커머스 플랫폼에 묶이는 순간 플랫폼 기업은 '아이템 위너' 같은 제도를 도입하며 최저가 납품을 강제한다. 새벽·로켓배송을 가능하게 했던 택배 시스템 역시, 직접고용 쿠팡맨 외에 '쿠팡플렉스'를 통해 노동법 적용 회피 전략을 관철시킨다.

그런데 물류센터로 오면 노동법 회피 전략은 쉽지 않다. 물류 관련 업무에 개인 장비나 자격증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프리랜서로 둔갑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대규모 일용직을 고용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한국의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에 일용직 보호를 위한 법 규정이 대단히 취약하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물류센터와 택배 부문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노동강도와 과로사, 코로나19 집단 감염과 화재로 인한 수많은 죽음들, 납품업체가 당하는 갑질 등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언론 보도가 나와 있기에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마존과 쿠팡을 이용하며 "어떻게 이런 싼 값에?"라는 감탄 뒤에 이들의 고통과 눈물이 배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