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도 주목 "한국 금메달리스트가 숏컷 때문에 온라인 '반페미'에 공격 당해"

양궁 안산 선수 올림픽 개인전 8강 진출…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 탄생하나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혼성·여자 단체)에 오른 안산 선수를 향한 사이버불링에 주요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 뉴욕타임스 등은 "헤어스타일을 이유로 안티페미니스트로부터 '온라인 학대(online abuse)'를 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한국 양궁 선수의 숏컷이 안티페미니스트 감정을 자극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이 같은 온라인 학대는 젊은 한국 남성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안티페미니즘 정서에 기반한다"고 분석했다. BBC도 방송을 통해 이 같은 사이버불링을 전하며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서도 "한국 양궁 선수인 안산이 짧은 머리 때문에 자국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국 폭스뉴스와 프랑스 AFP통신, 독일 슈피겔 등도 같은 날 일제히 '한국의 금메달리스트가 머리 길이 때문에 온라인 안티페미니즘 운동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안 선수에 대해 "올림픽 기록을 깨고 2개의 금메달을 확보한 20세 선수"라고 소개하면서 "일부 남성이 그의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스트임을 암시한다고 주장했고 안산의 사과와 함께 금메달 박탈을 요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주재 외신 기자들은 사태를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라 비커 BBC 서울 주재 특파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공격은 자신들의 이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격하는 소수의 목소리"라며 "한국이 성평등 문제와 씨름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한국에선 더러운 의미를 가진 단어가 돼 버렸다"고도 강조했다.

켈리 카술리스 조 뉴욕타임스 서울지부 객원 기자도 소셜미디어에서 "헤어스타일이 논쟁거리일 정도로 안티 페미니즘 운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일베(극우 보수 커뮤니티)가 떠오른다. 헤어스타일 하나로도 혐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안산 선수는 이날(30일) 일본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16강전에서 한국 출신 일본 귀화 선수 하야카와 렌을 꺾고 8강전에 진출했다. 안 선수는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혼성단체에서 우승한데 이어 여자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며 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안 선수가 개인전에서도 우승하면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이 탄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