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인 집중호우 등 변덕이 심한 여름 날씨에 하천이나 맨홀 속에서의 작업 시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가늠할 수 없는 소낙성 호우에는 하천물이 급격히 불어나고, 맨홀과 같은 좁은 장소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이 쏟아져 고립 후 자칫 생명을 잃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28일 전북 전주에서는 기록적인 소낙성 강수가 퍼부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전주에 내린 최고 강수는 42.8㎜에 달했다. 여기에 강한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바람마저 불어닥쳐 일순간 전쟁터를 방불케할 정도였다.
예상치 못했던 기습적인 집중호우는 결국 한 생명을 도로 밑에서 빼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2분께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에서 하수도 누수보수작업을 위해 맨홀 밑으로 들어가 작업을 하던 A모(53) 씨가 집중호우에 변을 당했다.
멘홀 밑으로 들어가 작업 중이던 A 씨는 갑자기 내린 많은 비에 미처 피하지도 못한 채 물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A 씨와 함께 작업을 하던 인부 한 명은 맨홀 밖으로 빠져 나와 목숨을 건졌지만, A 씨는 20분 만에 119구조대원들의 손에 붙들려 맨홀 밖으로 나왔지만, 사실상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A 씨는 이미 심정지 상태에서 구조돼 119구조대원들이 손을 쓰기에 늦은 상태였다. 병원으로 긴급히 옮겨졌지만, A 씨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50㎜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우에 몸도 생명도 잠겨버리게 된 것이다.
이같은 비슷한 상황은 1년 전인 지난해 7월에도 전주에서 발생했다.
당시에는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지만, 구조대원들의 손길이 조금만 늦었더라도 목숨을 담보할 수 없는 위기일발의 순간이 있었다.
지난해 7월 6일 오후 5시 21분께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건산천 1공영주차장 인근 복개천에서 미니포크레인으로 작업을 하던 인부 B모(66) 씨와 C모(58) 씨가 갑자기 차오른 하천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있었다.
B 씨 등은 불어난 물을 재빨리 피해 포크레인 위로 대피했지만, 구조의 손길만을 애태우며 30분 동안 고립된 채 벌벌 떨어야 했다.
하천 교량 밑 포크레인 위에 대피해 있던 이들은 긴급 출동한 119구조대가 사다리를 이용해 가까스로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구조는 됐지만, 이들을 구해내기 위한 119구조대의 작업은 그야말로 자신들의 생명도 위태로울만큼 필사적으로 진행돼 쉽지 않은 구조였다. 119구조대는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교량 위에서 하천 아래로 연결되는 맨홀을 통해 접근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전주에는 이번 사고와 같이 시간당 50㎜가 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고립사고가 발생하게 됐다.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내린 비의 양이 54.1㎜. 이 엄청난 비가 폭이 좁은 하천으로 몰리면서 인부들이 사고로 내몰리는데 이르렀던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여름 날씨는 방금 전까지 맑았다하더라도 한순간 돌변하는 변수가 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비하는 자세만이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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