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똥물'된 금강, '애물단지'된 세종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똥물'된 금강, '애물단지'된 세종보

[함께 사는 길] 2021년 4대강은 여름이 두렵다 ②

2009년 4대강사업이 시작되고 12번의 여름이 지나고 이제 13번째 여름이 오고 있다. 4대강의 여름은 녹조가 점령한 지 오래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던 4대강 찬동 인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녹조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질기게 강을 점령하고 있다 녹조뿐만이 아니다. 비가 오면 홍수가 걱정이다.

"4대강을 흐르게 하라"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4대강 재자연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4대강은 여름이 두렵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4대강의 여름을 두렵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낸 정부다. 정부는 4대강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금강을 지키는 한 활동가는 "암 덩어리를 확인하고는 피검사만 하는 꼴"이라며 정부의 지지부진한 4대강 재자연화를 비판했다.

2021년 다시 4대강에 여름이 왔고 녹조도 왔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4대강으로 눈을 돌려 외쳐야 한다. "강을 흐르게 하라." 편집자.

보는 그대로 둔 채 강 복원? 세종보를 해체하라!

금강을 막은 세종보는 4대강 16개의 보 중에서 가장 먼저 착공하여 2012년 6월에 완공했다. 가로 348m, 높이 2~4m의 세종보가 들어선 후 강엔 녹조현상이 빈번했다. 근처에 가면 악취가 진동했다. 물이 정체되면서 펄이 쌓이고 강바닥에는 깔다구와 실지렁이만 득실댔다. 물만 많았지 탁한 물만 그득했다. 나는 이걸 '똥물'이라고 불렀다. 새들도 몇 종밖에는 볼 수 없는 삭막한 강,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물만 가득한 죽어있는 세종보 주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6년간 닫혀 있던 수문은 3년 4개월 전에야 열렸다. 세종보의 수문을 개방한 지 2년도 안 되어서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유속이 빨라지면서 펄이 씻겨가고 곳곳에 모래톱이 늘어나며 금모래 은모래가 가득한 강이 되었다. 하중도와 습지도 늘어났다. 물이 맑아지면서 흰수마자와 재첩이 돌아왔다. 10년 만에 큰고니가 돌아오고 흰목물떼새와 노랑부리백로 그리고 황새가 찾는 금강.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맑고 건강해진 금강에서는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가족들이 모래톱을 거닌다.

하지만 이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 1월 국가물관리위원회는 금강보 처리방안을 확정하면서 세종보 해체를 결정했다. 현재 세종보는 수문을 완전 개방했으나 전체 강폭의 3분의 1은 여전히 막혀있다. 소수력발전소 건물까지 포함하면 절반에 가깝게 막혀있는 셈이다. 고정보가 물길을 막고 있으니 그 앞에는 토사가 쌓여있다. 수문을 눕혔다가 세우면서 물을 가뒀다가 내보낸다는 전도식 가동보 앞에도 1m 높이의 콘크리트와 자갈보호공이 물과 토사를 막고 있다. 가뜩이나 강의 한쪽은 지형이 높아 퇴적이 이뤄지는 곳인데 보로 인해 토사가 많이 쌓여있다. 홍수기 외에는 물길이 생기지 않는다. 자갈까지 쌓여 큰 언덕이 형성되어 나무까지 자란다. 그 면적이 축구장 2개 정도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물길은 그 반대편으로만 흐르고 수면적은 줄고 있다. 이것이 세종보 금강의 또 다른 현재 모습이다.

▲ 금강 유역 환경단체들은 지난 4월 27일 세종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보 처리 후속 대책인 금강보 해체 시기를 조속히 확정하라고 요구했다. ⓒ세종환경운동연합

'흉물보·오염보·낭비보' 애물단지 세종보

금강을 가로막은 세종보는 '흉물보'이다. 또한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는 '낭비보'이자 애물단지이기도 하다. 2012년 완공 이후 7년간만 보더라도 인건비와 보수비용 등 총 116억7000만 원이 들어갔다. 보를 그대로 둘 경우 이 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다. 세종보는 물의 정체를 가져오고 퇴적을 만들어 수질 오염을 야기하는 '오염보'다. 잦은 고장으로 기름을 유출하기도 했고 낙차 소음으로 인근의 아파트 주민들이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세종보는 '고장보'이다. 지금까지 10여 회 이상 유압전도식 보가 고장 나 수리를 해 왔다. 하상에 설치되어있는 전도식 보이다 보니 해마다 여러 차례 정기점진을 한다. 수문 구동 실린더 점검 및 실린더실 토사 제거, 유압 배관과 수문의 점검, 수문 병합부와 바닥보호공, 스톱로그 등을 점검한다. 세종보는 '결함보'이다.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해마다 여러 차례 보수한 바 있다. 최첨단 가동보라 홍보했지만 툭하면 고장 나는 고철 덩어리인 셈이다. 하자보수 3년의 기간이 끝나면서 유지관리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에는 14억 원, 2015년에는 17억 원이 소요되었다. 한번 보수하는데 8000만 원이 든다. 세종보는 '무능보'이다. 수력발전을 위한 기능은 있지만 발전량이 미미하고 연중 가동률은 현저히 낮다. 식수나 농업 및 공업용수 확보는 물론 가뭄을 막고 홍수를 조절하는 기능과 역할은 전혀 없다. 혹여나 한반도 대운하를 하겠다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일 목적으로 물을 가둔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국 세종보는 어떤 기능도 못 하고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그럼에도 세종보 해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세종보를 해체하게 되면 수위가 낮아져 5km 상류에 있는 취수장에서의 물 공급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 해체와는 무관하게 이미 기후변화에 의한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 항구적인 물 공급 대책으로 하천수가 아닌 복류수를 취수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 중에 있어 문제가 될 게 없다.

보 해체 반대의 다른 이유로는 금강 본류에 물이 적어져 조망권이나 친수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로 잡자면 물의 양은 똑같다. 다만 수 면적이 줄어들거나 물을 머금고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인 듯하다. 금강은 여울과 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이다. 그리고 수많은 교량과 교각 보호공 그리고 퇴적된 하중도와 습지 등으로 인해 유속이 느리거나 물을 머금는 구간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겨울철에도 녹조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물이 정체되는 구간이 넓고 많다. 수 면적이 줄더라도 맑은 물이 흐르고 뭇생명들이 찾아들어 더 자주 강가나 강변에 가고 싶은 게 좋을지, 아니면 오염되고 탁한 물만 그득한 곳을 가고 싶은지 생각해보라.

세종보를 해체해야 하는 이유

반쪽짜리 개방으로는 물의 정체와 퇴적 그리고 강바닥이 썩는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고정보와 가동보를 모두 철거해야만 한다. 보를 해체하자는 국민들의 여론도 높다. 환경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해를 거듭할수록 보 해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의 여론조사에서는 세종시민들은 국민 평균보다 높은 56.6%가 세종보 해체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세종보를 철거해야 맞다. 환경부가 2017년 6월부터 보를 단계적으로 개방하고 모니터링하며 실측 자료를 확보하여 축적된 자료를 토대로 조사·평가한 결과에서도, 2019년에 발표한 결과와 지난 1월에 있었던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세종보 해체 결정에서도 밝혔듯 보 구조물을 해체하는 비용보다 수질·생태 개선, 유지·관리 비용의 절감 등 편익이 약 3배 가까이 크다. 금강의 3개 보를 40년간 유지할 경우 보 유지·관리에만 988억 원이, 수질·생태 개선 기회비용 등은 1688억 원이 소요돼 해체가 수생태계와 경제에 이익이라는 것이다. 반면 세종보를 해체할 경우, 편익은 수질 112억 원, 생태 755억 원, 홍수조절 2억 원, 유지 관리비 절감 83억 원 등이며 불편익은 소수력 발전에 따른 비용 132억 원에 불과했으며 세종보 해체에 115억 원, 물 이용 대책 비용에 86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펜데믹으로 모두 힘든 시기에 기후변화를 막고 적응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 불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여서는 안 된다. 유럽에서처럼 탄소 흡수원으로서 건강한 하천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경제적이며 최첨단으로 자연성을 회복하는 방법이자 탄소중립에 발맞춰 가기 위해서는 하천의 흐름을 막고 있는 보를 해체해야 하는 것이다.

보 해체 없이 자연성 회복 없다

이외에도 보 해체가 필요한 이유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아직도 해체 시기와 계획도 수립하지 못했다. 이명박의 4대강 파괴사업은 전광석화의 속도로 밀어붙인 반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복원은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다. 정부가 눈치 보느라, 개발지상주의에 빠져있는 몇몇 지방정부에 휘둘리느라, 한편으로는 타당해 보일지 모르나 지역 여건을 고려하고 자연성 회복 선도 사업을 해 본 후에 이행하자는 식의 지역에 떠넘기기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정부 조사로도 보가 4대강을 병들게 하는 암 덩어리인 것을 밝혔음에도 해체할 생각을 않고 어떠한 이유를 더 찾아서라도 시간만 끌고 있다. 그러는 사이 보를 유지하자는 세력들은 기세등등하여 가짜뉴스를 생산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과거에 대한 반성 없이 강을 유원지로 만들자는 얘기까지 버젓이 나오는 형국이다.

환경부는 금강을 복원하고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하천을 가로막고 있는 횡단 콘크리트 구조물인 보를 철거하지 않고 어떻게 자연성 회복이 가능한가. 금강의 복원이 가능하단 말인가. 강을 막은 상태로, 하천의 종적 연결성을 확보하지 않고 자연성 회복을 운운하는 것은 사기이다. 생명과 사람에게 이로운 '비단 물결' 금강으로 되살아나는 시기가 멀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온다. 강바람 맞으며 소풍가고 여울 소리를 들어보고 강수욕을 즐기며 추억을 만드는 '모래강' 금강으로 가야 한다. 세종보를 해체해 금강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