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대강사업이 시작되고 12번의 여름이 지나고 이제 13번째 여름이 오고 있다. 4대강의 여름은 녹조가 점령한 지 오래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던 4대강 찬동 인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녹조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질기게 강을 점령하고 있다. 녹조뿐만이 아니다. 비가 오면 홍수가 걱정이다.
"4대강을 흐르게 하라"는 국민의 염원을 받아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4대강 재자연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4대강은 여름이 두렵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4대강의 여름을 두렵게 한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낸 정부다. 정부는 4대강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금강을 지키는 한 활동가는 "암 덩어리를 확인하고는 피검사만 하는 꼴"이라며 정부의 지지부진한 4대강 재자연화를 비판했다.
2021년 다시 4대강에 여름이 왔고 녹조도 왔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시 4대강으로 눈을 돌려 외쳐야 한다. "강을 흐르게 하라." 편집자.
여름이 두려운 4대강
'물의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현상 또는 그 강이나 호수를 녹차라테에 빗대어 이르는 말.' 녹조라테임을 알아차린 이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녹조가 점령한 4대강의 여름
녹조라테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4대강의 녹조가 대한민국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것은 2012년부터다. 4대강사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16개 보가 들어서고 본격적으로 담수가 시작된 해다. 2012년 7월 전에 없이 4대강 전역에서 녹조가 발생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해 장기간 비가 오지 않고 폭염이 지속되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2012년 8월 7일 청와대 국무회의).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4대강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명박 대통령과 4대강 찬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으나 그들의 거짓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년 여름이 되면 4대강에 녹조가 번성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는 그 농도가 더 세졌고 발생 시기 또한 더 빨리 나타났다가 더 늦게 사라졌다. 이들 녹조 중에서도 간독성과 신경 독소를 일으키는 물질을 배출하는 유해 남조류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8월 22일 합천창녕보 상류에서는 유해 남조류가 1㎖ 당 126만4052개가 검출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당장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낙동강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8년 부산 수돗물 정수장에서는 녹조로 취수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해에도 창녕함안보 하류 칠서와 물금 매리취수장 지점의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기준(1000세포수/㎖)을 연속 초과하면서 조류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최근엔 4대강사업 후 번성한 녹조가 간질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2019년 국제학술지인 <환경과학과 보건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Science and Health, Part C)>에 실린 '한국에서 4대강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유해 조류 대발생과 간질환 연구(Harmful algal blooms and liver diseases: focusing on the areas near the four major rivers in South Korea, 이승준 외. 2019)'에 따르면 4대강 공사가 완료된 후 한강 지역을 제외한 금강, 낙동강, 영산강에서 남조류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클로로필a의 농도가 크게 증가했고 이러한 유해 조류 발생 강도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한 간질환 비율과 유의한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앞선 연구에서 중국, 미국 및 세르비아에서 유해 조류 발생의 강도와 간질환 또는 간암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있음을 밝혔고 조류가 1% 증가할 때마다 간 질환 사망률이 0.3%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민환경연구소는 "조류 독소의 인체 흡입 가능성도 다양한 경로로 더 높아지고 있다. 미량이라도 마시는 물에 존재할 가능성, 에어로졸을 통한 직접적인 과다 노출과 흡입, 생물체 축적을 통한 섭취 등 그 위협은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부 대책은 매우 협소할 따름이다. 정부는 조류 발생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이를 통한 사회적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관련 대책과 연구를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보 개방하니 녹조 사라져"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14일 환경부는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서 개방한 11개 보에 대해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모니터링한 결과를 공개했다. 결론은 보를 많이 개방할수록 유해 남조류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금강의 경우 보를 개방되지 않았던 2013~2017년 여름철(6~9월) 평균 유해 남조류 세포수는 4800cells/mL였으나 그 기간과 유사한 기상 조건이었던 2019년에는 263cells/mL로 95%나 감소했다. 보를 개방한 영산강도 97% 감소했다. 하지만 개방 폭이 적었던 낙동강은 오히려 32%가 증가했다.
다만 BOD와 총인 등 수치는 다소 증가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강수량, 기온, 상류에서 내려오는 오염물질 등 외부 조건과 보 개방으로 인한 퇴적물 재부유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대강사업을 찬성했던 전문가는 이 수치를 근거로 보 개방으로 수질이 악화된다고 주장했고 이들의 주장은 4대강사업을 찬성했던 언론들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었다.
이에 대해 송미영 경기연구원 연구부원장은 "양동이에 들어 있는 물을 생각해보라. 시간이 지나 오염물질은 밑으로 가라앉고 표층은 깨끗해 보인다. 이른바 침강효과다. 하지만 오염물질은 양동이 안에 그대로 있다. 4대강 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BOD 등 수질검사를 할 때 표층 30cm 아래에서 채수해 수질을 측정한다. 보를 개방하기 전에는 물과 함께 유입된 오염물질이 흘러가지 못하고 보 아래로 가라앉는 반면 보를 개방한 후에는 물과 함께 유입된 오염물질이 물과 함께 흘러가고 거기에 그동안 보 안에 쌓였던 오염물질까지 휩쓸려 흘러가면서 표층 수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을 찬성했던 박석순 교수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인정하면서도 보 안의 쌓인 오염물질은 "사라진다"는 주장을 폈다. 굳이 보를 개방해 흘려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송 부원장은 반박했다. 송 부원장은 "오염물질이 강바닥 모래 위에 쌓이면서 산소 공급을 막는다. 또한 장기간 쌓인 퇴적물은 맨 아래층일수록 딱딱한데 산소공급이 되질 않는다. 이곳에선 혐기성 산화가 진행되는데 말 그대로 썩는 것"이라고 말했다. 혐기성 산화는 냄새 및 유해 가스를 발생시켜 또 다른 수질 오염을 일으키기는 주범이기도 하다. "반면 퇴적물 위층은 건드리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를 정도로 쉽게 부유하는데 산소를 공급받으며 호기성 산화가 이뤄진다. 이때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이 정해져 있는데 호기성 산화가 많이 발생하면 물속 산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에 쌓인 오염물질을 그대로 둘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저층 빈산소 현상이다. 저층 빈산소 현상은 물속의 녹아있는 산소의 양이 수생생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로 일반적으로 용존산소가 2mg/L 이하의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2013년 금강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 사건이 발생했는데 민관공동조사 결과 "4대강(금강)사업에 의한 서식환경의 변화와 유기물 퇴적과 퇴적된 유기물의 분해에 따른 용존산소 부족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 개방 후 저층 빈산소도 발생하지 않거나 빈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층 빈산소로 물고기 떼죽음까지 불러왔던 백제보는 완전 개방 이후 저층 빈산소 현상이 관측되지 않았다. 영산강 역시 보 개방 규모가 클수록 빈산소 발생 빈도가 감소했으며 낙동강에서는 부분개방 이후 달성합천창녕보 구간은 발생 빈도가 감소했다.
퇴적물도 변화를 보였다. 개방 폭이 큰 금강, 영산강 보에서 퇴적물 내의 모래 비율이 증가하고 유기물질 함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 개방으로 모래톱과 자갈밭이 생겼고 흰수마자가 발견되는 등 어류 및 저서동물 건강지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덩어리'를 그대로 둘 것인가
여름이 두려운 이유는 또 있다. 비가 오면 반복되는 침수다. 특히 경북 고령군 우곡면 일대는 4대강사업 후 매년 침수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도 8월 초에 내린 비로 연리들, 월오들, 사촌들, 신안들 등 많은 지역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에 배수장을 설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역 주민들은 합천창녕보를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합천창녕보에 가둔 물 때문에 자연배수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환경부는 대한토목학회에 의뢰하여 진행한 '4대강 보의 홍수 조절능력 실증평가' 결과, 보는 홍수 발생 시기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홍수위가 상승한다는 결과를 받아든 상태다.
4대강사업 후 4대강은 더운 날이면 녹조가 걱정이고 비가 오면 침수가 걱정이다. 4대강사업의 거짓과 폐해가 드러난 것은 사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난 내용이다. 그것들이 지목한 원인도 하나다. 16개 보 때문이다. "암 덩어리를 그대로 두고 피검사만 하는 꼴"이라는 한 지역 활동가의 외침이 현실을 이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으리라. 또 한 번의 여름이 4대강을 찾아왔다. 이 두려운 여름을 언제 끝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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