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방송 토론 등에서 밝힌 '차별 해소 문제에 공감한다'는 입장과 대비된다.
이 대표는 17일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지금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러 차별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확장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당장 보수진영 내에서는 이 담론이, 예를 들면 기독교적 관점도 있고 이게 혼재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까 아직까지 입법의 단계에 이르기에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합의가 충분하지 않고,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가 아직까지 이 법안에 우려를 하고 있다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범위가 포괄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차별금지법 입법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밝힌 것이라는 풀이를 낳았다.
그러나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받으며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고, 정의당 장혜영 의원 안(案)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별도 차별금지법 법안을 발의하는 등 입법 논의가 현실로 접어든 단계에서 '시기상조'라고 한 것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터뷰 발언 내용에 대해 "차별에 대해 폭넓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제 개인적인 소신"이라며 "다만 입법이나 제도화는 제1야당으로서 절차와 구성원 공감대 없이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 당 대표로서 성급한 추진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자강론자 이준석 등장에, 윤석열·안철수는 '마이 웨이' 가나
한편 국민의힘 입당·합당 문제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나란히 국민의힘 지도부와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국민 통합을 해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큰 정치'만 생각하겠다. 국민이 가리키는 대로 큰 정치를 하겠다"며 "내 갈 길만 가겠다. 내 할 일만 하겠다.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 말씀드렸다. 더 이상 말씀드릴 게 없다"고만 했다.
'여야의 협공'이란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 자신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말이어서다.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의 견제에 대한 불쾌감을 우호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해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된 모습"이라며 우당 기념관 개관식 일정을 지목해 "어떤 분들이 윤 전 총장과 함께하는지 보여주지 못했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에도 답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도 "제대로 된 보좌를 받고 있는 것인지 최근 의구심이 들었다"며 "퇴임후 첫 공개 행보에 나섰으면서도 대선 출마에 대한 질문에 모호하게 답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그같은 질문 공세를 예상하고 답변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안 나타나는 게 나았다"고 혹평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공식 선언은 안 하신 상태에서 대변인은 있는 상태가 보통의 우리 상식하고는 안 맞다"며 "빨리 링 위에 올라오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냐. 간 보기 제발 그만하고 빨리 올라오라"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5일 같은 방송에서 "국민과 대화를 해야지. 뽑아줄 사람은 국민 아니냐. 그러니까 국민이 (윤 전 총장이) 누군지, 정치적인 비전이 뭔지, 나라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진짜 그런 역량이 되는지…(알아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에서 "좀 모호하고 너무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국민의힘과 통합시 당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 제기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공개적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는 당 대표의 나이가 아니라, 통합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혁신 의지와 실천 노력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당명 변경 요구에 대해 무시·일축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 공개 발언에서 "합당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실무기구 구성이 시급하다"고 하는 등 의지를 강조했으나, BBS 인터뷰에서는 "어제 당명과 관련해서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국민의당 측 협상대표)가 돌발적으로 제안한 것(당명 변경)은 저희 당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당명이라는 것이, 보통 (당명을) 바꿀 때는 당의 위상을 일신할 필요가 있을 때인데, 지금은 당원 가입도 폭증세이고 당 이미지가 전반적으로 좋은 상태에서 당명 변경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와 함께 신임 지도부의 일원이 된 김재원 최고위원은 나아가 안 대표 측의 의도를 의심하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대표가, 윤석열 전 총장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우리 당에 들어와서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합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이제는 윤 전 총장이 입당한다고 하니까 합당을 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성사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우고 합당을 어렵게 만드는 그런 수순"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당명 변경을 받아들이면 또 다른 요구를 할 것"이라며 "그래서 결국은 합당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조건을 계속 내세울 것"이라고 재차 의혹을 표시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CBS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나 국민의당이나 한 글자밖에 안 다른데 왜 당명 개정을 들고 나오셨을까 의아했다"며 "당 지도부가 알아서 잘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당명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게 좋은 것도 아니다. 또 대선을 앞두고 당 바깥에 계신 소위 유력 대권 주자들께서 입당하실 때마다 당명을 바꿀 수는 없다"고 당명 변경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