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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카드형 전자화폐가 있다...북한의 금융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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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카드형 전자화폐가 있다...북한의 금융 현실은?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재정금융사업과 상업은행 (5)

금융기관채산제의 적용

북한의 상업은행은 금융기관채산제로 운영된다. 금융기관채산제는 상업은행이 금융업무를 통한 수입으로 지출을 보상하고, 국가에 이익을 주는 경영활동방식을 가리킨다. 중앙은행은 나라의 전반적 화폐유통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한편, 모든 은행에 대하여 지도와 감독통제를 한다.

이에 비해 상업은행은 △자체의 업무수입(기업소‧주민의 저금과 대부 등)에 의한 지출 보장 △봉사성과 신용의 제고 △업무거래의 편리성과 신속정확성 보장 △금융활동의 적극적 전개의 기틀 마련 등의 기본방향을 갖고 있다.

북한에서 상업은행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관‧기업소‧단체에게 자금을 보장해 생산 발전과 생산물 유통의 원만한 실현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자금 융통과정에서 기업소들의 경영활동을 통제한다(원에 의한 통제). 셋째, 현금유통조직, 무현금결제, 저금 및 대부조직. 고정재산등록, 노동보수자금 지불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넷째, 대외결제, 외화관리, 환자조작(환율조절), 채권의 인수‧할인 등의 대외기능도 수행한다.

북한에서 상업은행의 자금원천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소들과 주민들로부터 받아들이는 저금‧송금 등이다. 예금한 자금을 내줄 때까지 자기자금처럼 이용할 수 있다. 둘째, 대부이자 수입, 봉사수수료 수입, 은행의 통제기능 수행과정에서의 수입금, 기본업무 외에 여러 가지 봉사업무와 관련한 수입 등이 있다. 셋째, 자체의 대부 원천이 부족할 때 다른 금융기관이나 상급은행으로부터 대부받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재정 서한에서 금융기관채산제의 엄격한 적용을 지시했다. 해당 지방의 상업은행은 중앙은행의 관리 감독 아래 지역 내 현금수요를 보장할 책임을 진다. 지방 상업은행은 도‧시‧군 인민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편제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채산제에서는 '자금적 밑천'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금적 밑천'이 부족하면 어디서든 조달해야 하고 기업소의 독립채산제처럼 금융기관채산제로 운영해나가야 한다.

화폐순환 시스템의 작동

북한의 화폐순환 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하려면 상업은행의 기능 정상화가 필요하다. 상업은행의 현금돈자리와 외화돈자리 개설, 카드 도입, 지방별 화폐유통책임제, 국영상업망의 재건 등은 그 기능 정상화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기업소‧주민의 현금이 현금돈자리와 외화돈자리의 개설에 따라 은행에 입금된다.

은행카드형의 전자화폐, 예불카드형의 전자화폐 등을 통해 현금이 제도 안으로 흡수되고 있다. 북한 정부는 외화상점, 택시, 유선전화, 송금 등에 카드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상업은행법》은 2015년 개정에서 상업은행의 업무에 '은행카드 업무'를 추가했다. 카드 사용의 확산은 주민 수중의 화폐를 공적인 화폐‧금융 시스템으로 흡수하게 한다.

지방별 현금유통책임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지방정부가 해당 지역 화폐유통의 책임자가 되어 화폐유통을 원활하게 하라는 것이다. 지방별 현금유통책임제는 지방예산제, 금융기관채산제와 연관이 있다.

지방에서 금융기관채산제와 현금유통책임제가 작동하려면 도‧시‧군 인민위원회와 해당 상업은행의 재정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역 시장의 장세(場稅)와 봉사료수입금이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이것은 지방 인민위원회로 귀속되기 때문에 지방 예산수입은 늘어날 것이다.

상업은행 지점에서 금융기관채산제를 준수하면 해당 지역의 화폐질서가 안정된다. 지방에서의 화폐유통의 안정은 전국적인 화폐유통의 안정화를 가져온다. 더욱이 국영상점의 운영이 정상화된다면 주민들은 시장보다 국영상점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국영상업망에서 증가된 수입은 은행에 들어간다. 이 과정은 이미 진행 중이다.

시간에 쫓기는 재정은행사업의 개선

김정은 위원장이 재정 서한에서 "재정은행사업이 변화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자금이 재정은행기관의 통제 밖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은 문제의식의 출발이었다.

화폐순환 시스템이 작동하면 추가적인 화폐발행 없이 시중 화폐가 환수되고 이를 통해 재정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상업은행 중심의 새로운 재정은행사업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언제쯤일까 하는 문제가 남는다.

북한 정부의 재정은 기업소의 거래수입급, 국가기업이익금, 부동산사용료 등에 달려 있고, 이것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조기 정착을 필요로 한다. 지금 진행 중인 연합기업소들의 시범사례가 성공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기업소의 자율경영의 정착은 법률적‧제도적 정비를 요구하는데 이것 역시 시간이 걸린다. 북한 정부가 취해야 할 혁신과제는 명백한데 기업 활성화와 재정 증가에 도달하기까지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기업소가 자체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자력갱생 정신이고, 지방에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자력갱생 정신이다. 중앙의 세원은 국가기업소들이, 지방의 세원은 지방공업공장들이 각각 마련해야 한다. 지방에서 장세, 봉사료수입금, 국영상점망의 운영수익 등으로는 재정자립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의 재정은행사업은 국가기업소와 지방공업공장의 관리 시스템과 직결된다. 기업관리 시스템(독립채산제), 가격 시스템(다양한 가격의 공존), 화폐‧금융 시스템(금융기관채산제), 그리고 재정 시스템(국가예산수입의 안정적 확보)이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계획경제의 숙명이다. 중앙에서 재정 부담이 줄어들고 기업소와 지방의 자체 자금 조성은 늘어난다면 톱니바퀴는 잘 돌아 갈 것이다.

이 선순환구조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다. 지난 6년간은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기에는 짧은 기간이다. '전환기' 경제에서 기업관리, 가격, 화폐‧금융, 재정 등의 연계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경제관리 전반의 중대한 과제다.

재정은행사업의 전환은 변화의 최전선이다. 북한은 머뭇거림 없이 혁신을 선택하고 그 경험을 축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지를 진단하면서 자신에게 적합한 발전모델을 만들어갈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재정은행사업이 있다.

북한의 재정은행사업은 향후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의 기업관리, 가격, 화폐‧금융, 재정 등의 순환구조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덧붙임> 이 글의 집필에 다음 연구가 도움이 되었다.

* 이석기 외, <김정은 시대 북한 경제개혁 연구: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중심으로>(산업연구원, 2018년 8월)

* 최문, "김정은 시대 금융산업 발전현황과 미래," <수은 북한경제>(2019년 겨울호), 26-50쪽.

* 박기찬, "북한의 기업관리 정책에 나타난 개혁성 변동에 관한 연구"(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년 7월)

* 박준호, "경제위기 이후 북한 재정제도에 대한 연구: 예산수입제도를 중심으로"(북한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년 7월)

* 황수민‧양문수, "김정은 시대 '북한식' 금융개혁에 관한 연구" <국가전략>(세종연구소, 2020년 봄호), 167-197쪽.

* 박준호, "경제위기 이후 북한 예산수입제도에 대한 연구," <수은 북한경제>(수출입은행, 2020년 겨울호), 97-126쪽.

* 김민정‧문성민, "김정일 시대 북한의 금융제도 변화: 북한 문헌 분석을 중심으로"(한국은행 BOK 경제연구, 2021년 2월호.

*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제2권(파주: 경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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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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