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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상업은행 제도의 전환점,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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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상업은행 제도의 전환점, 2015년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재정금융사업과 상업은행 (4)

화폐‧금융제도의 변화와 상업은행의 등장

북한의 중앙은행은 오랫동안 자국 화폐(조선원화)의 안정화와 화폐유통의 공고화에 매달려왔다. 화폐의 가치는 단위화폐로 살 수 있는 상품의 구매력으로 나타난다. 화폐의 가치는 생산‧유통의 증대 또는 감소, 국가의 통화조절정책, 환율의 변동 등에 의해 변화된다. 화폐는 금융‧재정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계획경제에서 금융과 재정은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 금융은 국가예산수입 확보와 지출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북한에서는 조선중앙은행 중심의 '일원적 은행제도'가 운영되어왔다. 모든 자금거래는 조선중앙은행의 기본돈자리(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기업소는 잉여 자금을 중앙은행의 돈자리에 예치하거나 국고로 환수시켰고, 부족한 자금은 중앙은행의 대부 등을 통해 공급받았다. 금융공간과 재정공간은 '사회적 자금순환'에 참가하면서 사회적 재생산에 작용해왔다.

1990년대 중반의 경제난 이후 계획부문이 약화되면서 중앙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난 화폐유통이 늘어나고 사(私)금융이 등장했다. 국가로 환수되지 않은 시중의 주민유휴화폐자금이 많아 졌고 기업소에서 이를 활용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문제는 설비투자와 기술연구 등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기업소의 수요와 단기수익에 집중하는 사금융은 맞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사금융은 즉각적인 상품생산과 유통 관련부문에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기업소의 경영활동자금은 상업은행을 통해 배분하는 것이 필요해졌다. 2006년 《상업은행법》의 제정은 '이원적 은행제도'로의 전환을 최초로 시도한 것이었다. 제도적 장치는 만들어졌지만 작동되지는 않았다.

북한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도입된 이듬해인 2015년에 상업은행 제도가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환의 기본 방향은 기업소의 자체자금과 기업소 적립 감가상각금, 주민유휴화폐자금 등을 화폐순환구조에 편입시키는 것이었다. 상업은행이 화폐의 순환속도를 증가시키게 되면 경제 전반의 생산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북한 학자는 "상업은행은 여러 가지 금융수단과 방법을 옳게 이용하여 기관, 기업소들과 주민들 속에 잠겨 있는 유휴화폐자금을 생산과 건설에 적극 동원 이용하여 주민들의 생활상 편의를 도모해주기 위한 봉사 및 신용활동을 능동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박인선, "사회주의상업은행관리에서 나서는 기본원칙", <경제연구>, 2019년 3호, 55쪽; 박준호 박사논문, 29-30쪽 재인용).

이 학자는 다른 글에서 금융기관의 저금사업과 업무수입을 설명한 바 있다. "은행기관들에서 금융활동에 필요한 자금원천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서는 주민저금사업을 활성화하여야 한다. 주민저금사업을 활성화하여야 주민들 속에 잠겨 있는 유휴화폐자금을 최대한으로 동원할 수 있다.

기관, 기업소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금융활동을 하는 업무수입에는 대부이자수입, 결제봉사수입, 위약금수입, 현금출납봉사수입, 추첨업무수입, 카드업무수입, 정보봉사수입 등이 있다.

은행기관들에서는 (중략) 대부와 결제, 현금출납봉사와 같은 은행업무를 편리하면서도 신속정확하게 조직 진행하며 기관, 기업소들의 생산과 경영활동을 금융적으로 원만히 보장하면서 업무수입을 최대한 늘여야 하며 그 밖의 봉사수입을 늘이기 위한 사업도 짜고 들어야 한다."(박인선, "금융기관 채산제와 그 운영방도", <경제연구>, 2019년 제4호, 49쪽;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제2권, 421쪽 재인용).

중앙은행법‧상업은행법 개정과 은행조직 개편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법》이 개정된 것은 2015년 7월이었다. 《중앙은행법》은 화폐유통의 공고화를 중시한다.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서는 자국 화폐의 안정화와 화폐유통의 공고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앞의 서한에서 화폐유통사업의 개선, 중앙은행의 기능과 역할 제고(모든 은행‧기관‧기업소에서의 현금유통 규율 준수), 지방별 현금유통책임제, 화폐의 안정성 보장, 외국의 통화조절방법의 도입, 기업체들의 자금회전 촉진 등을 강조한 바 있다.

상업은행은 기업소의 이윤‧수익성 증대에 도움을 주어 국가자금수요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상업은행법》의 개정은 경제현장의 다양한 행위자들이 은행을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제도권의 포괄 범위를 넓히고, 이를 통해 국가자금수요도 충족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김 위원장은 상업은행에서의 예금‧대부‧결제방법과 이자율 공간의 활용, 은행 중심의 화폐유통, 주민저금사업의 활성화, 저금사업에서의 신용 준수, 다양한 저금형식과 방법의 도입, 개인저금의 비밀 엄수 등의 지침을 제시했다. 이러한 지침에는 금융기관채산제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이 내재되어 있었다.

과거에는 하나의 중앙은행 체계에서 발권‧통화조절‧예금‧대부 업무가 수행됐으나, 지금은 중앙은행에서 발권업무, 상업은행에서 예금과 대부업무를 담당한다. 은행 조직이 분리되어 기능이 구분된 것이다.

상업은행의 변화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경영활동 개선자금의 대부, 거래자의 돈자리 개설에서의 개수 제한 삭제, 거래자의 요구 시 제3자에게 거래자의 경영상태‧신용 확인과 보증, 은행의 금융채권 발행에 의한 자금 모집과 각종 채권의 매매 등이었다.

이 업무들은 기업소의 경영 정상화와 생산 확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안착과 직결된다. 개정 《상업은행법》이 제대로 이행되면 기업소의 자금 확보 및 경영활동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또한 기업소의 순소득‧소득 증가에 연동되어 국가납입금도 늘어나 재정의 토대가 탄탄해질 것이다.

2015년 12월 제3차 전국재정은행일군대회의 행사 보도에서 '함경북도은행 총재'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북한에서 2016년에 발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투자안내>에 따르면 상업은행은 △국가상업은행 △지역상업은행 △외국투자은행으로 구분된다.

국가상업은행은 종전의 대외결제 등 외화업무를 담당하던 외화전문은행을 일컫는다. 현재 국가상업은행으로는 무역은행, 대성은행, 대동신용은행, 고려은행, 조선통일발전은행, 광선은행, 고려상업은행, 류경상업은행, 하나은행, 제일신용은행, 단천상업은행, 압록강개발은행, 조선합영은행, 오라은행, 황금삼각주은행, 일심국제은행, 개발신용은행, 국제전시은행, 국제산업개발은행, 제일주민은행, 국가개발은행, 조선대중화상업은행, 모란봉은행, 민사합작은행 등 30여 개 있다.

지역상업은행은 평양시은행, 평안남도은행, 평안북도은행, 강원도은행 등 12개 은행이다. 원래 조선중앙은행은 평양본점과 11개의 도(道)총지점(9개 도 소재지, 나선‧개성특별시)이 있었는데 이를 지역상업은행으로 바꾼 것이다. 도 단위의 상업은행 밑에 210개 지점(시‧군‧구역)의 저금소가 '상업은행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업은행에서 6개월 정기예금 이자율은 연 5~7%, 1년 정기예금 이자율은 연 6~7.5%이다. 상업은행은 주민저금사업에서 세 가지를 보증한다. 즉 △수시로 입출금 가능 △개인의 저금비밀 보장(《상업은행법》 제20조) △국내 원화‧달러‧위안화‧유로 등 환전 가능 등이다.

개정 《상업은행법》에서는 은행카드 업무가 추가됐다. 2015년 당시에 카드 사용이 보편화됐음을 고려하면 이것은 현실 변화를 법령에 반영한 것이다.

상업은행의 자금에는 국가소유 자금, 협동단체소유 자금, 개인소유 자금이 있다. 사회주의적 소유의 자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상업은행 자금, 국가재정 자금, 기관‧기업소‧단체 자금이 그에 해당된다. 상업은행의 자금운동은 사회적 재생산과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상업은행이 흡수한 유휴화폐자금은 사회적 생산에 기초해 조성된 자금이고 상업은행의 자금동원 기능에 의하여 집중된 자금이라는 것이 북한 학자의 설명이다(남석춘, "사회주의사회에서 상업은행 자금의 구성과 그 특징", <경제연구>, 2019년 제2호, 52쪽; 유영구,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제2권, 408쪽 재인용).

여기서 확인된 점은 개인소유 자금도 상업은행의 매개로 하여 사회적 재생산과정과 연계된다는 지적이다. '상업은행이 흡수한 유휴화폐자금은 사회적 생산에 기초하여 조성된 자금'이라는 인식이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돈주의 자금 포함). 이 인식은 상업은행 자금이 사회적 재생산과정을 촉진하는데 이바지한다는 합리화로 이어진다.

상업은행을 통한 자금 중개

기업소는 재정관리권을 보유하고 있고, 부족한 경영활동자금을 은행에서 대부하거나 주민유휴화폐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 은행은 유휴화폐자금을 최대한 동원해 자금이 모자라는 기관‧기업소‧단체에 대여하여 생산과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서로 다른 소유의 유휴화폐자금은 은행신용을 통해서 동원 이용할 수 있다. 유휴화폐자금에는 주민이 보유한 것뿐 아니라 기관‧기업소가 보유한 것이 포함된다.

개정 《기업소법》에서 기업소가 자기 자금으로 시설투자 등을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면 기업소들이 유휴자금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자금은 은행을 통해 자금이 부족한 다른 기업소에 공급될 수 있다(대부 형태).

이전에는 기업소들의 유휴자금은 경영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을 제외하고는 중앙은행의 돈자리를 통해 국가예산수입 형태로 국고로 환수되었다. 국고환수 자금은 예산지출의 형식으로 필요한 기업소에 재(再)배분되었다. 지금은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소는 그 잉여를 상업은행에 예금하고 은행은 자금이 부족한 기업소에 대부 형태로 공급하게 된다.

대부업무의 진행과정에서 중앙은행-상업은행의 대부업무 정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북한 학자가 제시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현시기 중앙은행의 대부업무정보체계를 개선하는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 <경제연구>, 2020년 1호; <NK경제>, 2020.8.11. 재인용).

첫째, 화폐유통 실태와 대부거래 상태를 분석할 수 있도록 정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 중앙은행에서 상업은행들에 이르는 대부업무 정보체계가 화폐유통 실태와의 관계 속에서 과학적인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 노동보수 등 현금 양, 생산물 유통에 동반되는 화폐거래량, 저금‧대부량 등을 파악해야 한다.

- 국정가격의 수준과 시장가격의 변화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 대비분석법‧분류분석법‧연관분석법 등의 경제수학적 수법을 적용해 수집된 자료들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

- 유통화폐량과 필요화폐유통량 간의 일치 정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둘째, 현행 대부를 위한 결심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정보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 대부금 규모를 확정하기 위해 화폐유통 실태에 기초해 상업은행별 대부수요를 정확히 타산해야 한다.

- 중앙은행 대부이자율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상업은행의 자금원천에서 주민유휴화폐자금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 저금 실적이 저조한데도 주민 자금의 비중이 높다면 상대적으로 기업의 예금이 적다는 것을 말해준다. 아직은 상업은행이 보유한 대부원천의 규모는 작은 편이다. 기업소들과 주민들의 은행 예금이 저조하다면 상업은행의 자금중개 기능은 제약될 것이다.

기업소의 현금돈자리(계좌) 허용과 자체 적립

2015년 6월 개정 《인민경제계획법》은 인민경제계획지표를 기관‧기업소‧단체에 분담하도록 했다. 국가적 요구와 기관‧기업소‧단체의 창발성을 올바로 결합시키는 원칙이 중요해졌다. 그 원칙 아래 전략적 의의를 가지는 지표, 국가적으로 반드시 틀어쥐어야 할 중요지표는 중앙지표로, 그 밖의 지표는 지방지표‧기업소지표로 나누었다(제13조). 기업소지표에 필요한 원료‧자재는 기업소 자체로 조달한다. 그 생산‧판매도 기업소가 결정한다. 원자재를 시장에서 시장가격으로 조달하면 판매도 시장가격(원가 보상의 실현)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여러 영역은 제도 안으로 편입된다.

기업소가 기본돈자리 외에 현금돈자리와 외화돈자리를 개설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업관리 시스템과 금융 시스템에서 중대한 변화였다. 기업소가 입금한 현금돈자리는 현금을 자유롭게 찾아 쓸 수 있고 외화돈자리는 기업소가 조성한 외화를 입금할 수 있다. 이전에는 기업소 보유현금 가운데 시장에서 조성된 것은 기본돈자리에 입금할 수 없어서 제도 밖에서 유통되었다.

기업소가 자신의 현금돈자리에 현금을 축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국가의 기업소 경영활동자금의 공급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었다. 정부당국으로서는 조세 징수의 대상이 되는 거래를 포착하기가 용이해졌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화폐순환구조'와 '원에 의한 통제'가 실질적으로 회복될 수 있게 됐다. 기업소들의 여유현금은 은행의 대부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게 됐다. 유동자금의 차기년도 이월도 가능해졌다.

기업소가 자체 감가상각금을 적립하거나 불필요한 고정재산을 처분 대여할 수 있게 된 것은 현금 흐름을 증대시켰다. 설비투자가 필요한 기업소는 자금대부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현금돈자리는 화폐순환구조의 핵심 고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화폐순환구조에서의 상업은행의 기능을 확대하는데 있어서 주민유휴화폐자금의 저금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북한 학자는 주민유휴화폐자금의 저금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주민들이 저금한 돈을 제때에 찾을 수 있게 철저히 담보해주는 것, 둘째, 예금이자율과 대부이자율을 올바로 정하는 것, 셋째, 정보산업시대의 요구에 맞는 여러 가지 저금형태를 적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한은정, "현시기 사회주의사회 화페류통의 공고화실현에서 제기되는 중요문제", <경제연구>, 2016년 4호; 박준호 박사논문, 29-30쪽 재인용). 금융거래 상의 최소한의 상식이 2016년에 제시될 정도로 상업은행 거래는 아직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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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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