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 헌법에 나온 '원가‧가격‧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槓杆)'이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 헌법에 나온 '원가‧가격‧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槓杆)'이란?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재정금융사업과 상업은행 (3)

원가‧가격‧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

북한의 《사회주의헌법》은 국가는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3조). 원가‧가격‧수익성은 기업소가 활용하는 경제적 공간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에서 경제관리 개선에서 원가 저하와 질(質) 제고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원가‧품질 중시의 표현이었다.

기업소는 원가 저하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원가 저하는 원료‧자재의 가격, 공장설비의 효율성(노후화와 현대화 수준), 전력공급, 노동생산능률 등에 달려 있다. 원가가 낮아지면 그만큼 이윤이 늘어나며 그것은 기업소의 내부 화폐축적을 증대시킨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은 원가 절감과 수익성‧이윤 증대에 실패하면 파산에 이를 수 있다. 기업가들은 수익성‧이윤 증대에 사활을 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는 기업소의 사회적 가치와 효용성을 중시한다는 명분 아래 원가 절감과 수익성‧이윤 증대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겼다.

기업소의 국가 의존도는 높았고 이로 인해 재정의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업소들은 수익성‧이윤 증대에 관심을 덜 가졌고 생산목표량(혹은 총생산액)에 집중해왔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자율경영과 기업전략‧경영전략을 중시하면서 원가‧가격‧수익성 등을 중요 과제로 삼는다.

원가‧가격‧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의 바탕에 '가치공간'이 있다. 북한 학자는 가치공간의 이용에서 중요한 점을 세 가지 꼽았다. 첫째, 국가적으로 정한 원가항목과 그 계산방법론에 기초해 기업체에서 질적 지표에 의해 원가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둘째, 생산자들이 자기가 생산한 제품에 대한 원가를 타산하고 절약하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셋째, 가치와 수요‧공급관계에 기초해 가격을 제정하는 것이다(렴병호, "현시기 경제관리를 합리화하기 위한 경제적공간의 리용", <경제연구>, 2019년 2호, 17쪽; 박기찬 박사논문, 115쪽 재인용).

원가계획 수립과 절약제도 확립은 쉽게 이해되는 반면에 가치와 수요‧공급관계에 기초한 가격 제정은 좀 복잡하다. 가치법칙과 상품화폐관계의 '형태적 이용'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사회는 과도기 사회여서 자본주의사회의 상품화폐관계를 전면적으로 인정할 수는 없으나 그것을 형태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다는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다.

가격은 개별 기업소 차원뿐 아니라 계획경제 전반의 운영에서 중요하다. 국정가격으로 운영될 때에는 가격공간의 중요성이 높지 않았다. '시장이 없는 여건'에서 국정가격은 사용가치(인간의 필요나 욕망을 충족시키는 재화의 유용성 또는 효용)를 기본으로 삼았다.

교환가치(상이한 가치를 지니는 상품들 간의 교환비율)는 상품화폐관계를 통해 '형태적'으로만 이용했다. 국정가격은 가격수준과 가격균형을 보장하고 유일 가격원칙을 견지하기 위해 사회적 필요노동 지출에 기초해 제정되었다. 유일 가격제정은 가격사업을 담당하는 국가가격제정기관에 의해 이뤄졌다.

자금처럼 '시장이 존재하는 여건'(계획과 시장의 공존)에서 가격 시스템은 중요해진다. 북한의 경제관념은 계획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상품화폐관계와 관련된 경제적 공간을 보조공간으로 삼아 계획경제의 '공백'을 메운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사회의 과도기적 특성을 감안해 기업관리에서 가격공간의 이용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한다. 가격은 생산단위에서 원료‧자재를 절약하게 하여 기업관리에 이바지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북한 정부는 국정가격 외에 '다양한 계약관계에서 성립하는 가격'을 인정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시장가격'을 언급하지 않는다. 시장가격 대신에 '시장신호'를 인정한다. 가격은 생산물의 가치, 수요‧공급, 화폐 구매력과 환자(환율)시세 등의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기업관리와 가격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화폐‧금융 및 재정 시스템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고 있다.

재정‧금융‧가격 등 경제적 공간 이용

김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계획화사업을 개선하고 재정과 금융, 가격을 비롯한 경제적 공간들을 옳게 이용하여 경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대회에 이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김덕훈 총리는 <내각사업보고>를 통해 똑같은 말을 했다.

계획경제에서 계획화사업의 개선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제적 공간에서 가격공간을 넘어 금융‧재정공간을 중시하는 것에는 양 측면이 있다. 그것은 기업관리의 업무이기도 하고 기업 외부에서 이뤄지는 업무이기도 하다. 재정‧금융‧가격 등의 경제적 공간의 이용은 '전환기' 북한경제를 이해하는 관문의 하나이다.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경제적 공간이 기업체의 생산을 활성화하고 확대재생산에 활용되도록 제반 조건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금융'을 '계획화'와 동일선상에 놓고 내각과 국가경제지도기관에 재정‧금융 관리의 개선을 주문했다.

기업체에서 계획화사업을 개선하려면 재정‧금융‧가격공간을 '주동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북한 학자에 따르면 그 방법은 네 가지다. 첫째, 기업체에서 독자적인 재정‧금융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둘째, 유동자금을 비롯한 경영자금의 조성‧이용을 주동적으로 하는 것이다.

셋째, 국가적인 원가항목과 계산방법에 따라 원가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넷째, 가치와 수요‧공급관계, 원가보상의 원칙에 의거해 가격을 제정하는 것이다(김현철,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요구에 맞게 기업소 계획화사업을 개선하는 것은 기업체들과 생산자들이 높은 의욕과 열의를 가지고 일해나가도록 하기 위한 중요방도," <경제연구>, 2019년 4호, 17쪽; 박기찬 박사논문, 116쪽 재인용).

가치와 수요‧공급관계 및 원가보상의 원칙에 의거한 가격제정, 원가계획의 수립은 앞에서 본 가치공간의 활용과 중복된다. 재정‧금융‧가격 공간의 이용에서 기업체에서의 재정‧금융 질서의 수립과 경영자금의 조성‧이용이 중요해진다. 북한 학자들의 이와 관련된 제안이 2019년에 본격적으로 제기됐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5년 12월 제3차 전국재정은행일군대회에 보낸 서한 《재정은행사업에서 전환을 일으켜 강성국가 건설을 힘있게 다그치자》에서 재정기관‧은행기관 사이의 연계와 협동 강화, 기업체에서 재정관리권을 활용하는 규정‧세칙 작성과 실무적 대책 수립,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요구에 맞는 기업체의 재정관리사업 개선 등을 제시한 지 3년 지난 뒤의 일이었다.

그는 서한에서 기업체의 국가예산납부 의무의 수행, 기업체의 경영전략‧기업전략에 기초한 재정관리사업의 설계, 자체의 실정과 객관적 현실에 맞는 재정관리사업의 조직화 등의 과업도 제시했다. 2016~19년 사이에 재정‧금융‧가격 공간을 둘러싼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동신문>은 2020년 3월 7일 사설에서 가격공간과 재정‧금융공간에 관하여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변화된 현실적 조건에 맞게 가격제정과 관리를 능동적으로 하고 가격균형을 보장할 때 생산과 유통을 활성화하고 인민생활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격제정과 관리의 적극적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분산되어 있는 재정금융체계를 정비하고 노력과 물자, 자금의 동원 이용과정을 경제계산체계에 철저히 반영하여 통제할 수 있게 되어야 국가의 재정토대가 강화되고 경제관리도 건전하게 진행되게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재정금융체계의 정비를 강조한 것이었다. 이것은 화폐‧금융제도의 변화와 직결된다. <로동신문> 사설은 4년 동안 정책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충분히 토의한 내용을 정리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