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요청에 대해 "고충을 이해한다"며 적극적인 검토 의사를 밝혔다. 부정 여론을 강조하던 한 달 전과는 사뭇 다른 답변으로,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긍정적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 그룹과의 오찬 겸 간담회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 요청이 나오자 이같이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면서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의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부회장 사면 언급은 이 부회장 대신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남 부회장이 먼저 꺼냈다. 김 부회장은 "반도체는 대형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총수가 있어야 의사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면서 에둘러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했다. 이에 다른 그룹 대표들도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시대에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말을 보탰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는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서 우리도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력 더욱 높여 나갈 필요성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선례나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결코 마음대로 쉽게 정할 사안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하며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디에 대한 공감인지는 정확하게 말씀은 안 하셨다. 4주년 특별연설 때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며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두루두루 의견을 들으시겠다, 경청하시겠다로 해석된다"하며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4주년 특별연설과 이날 발언에는 뉘앙스 차이가 확연한 데다,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 사면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오찬 간담회 분위기 또한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 없었다면 오늘이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미국과 수혜적 관계였다면 이제는 반도체‧전기차‧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서 동반자적 관계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4대 그룹의 기여가 컸다"고 했다.
또 "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회복하고, 재도약하는 데 있어서 4대 그룹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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