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부산, 두 도시의 시장 보궐선거 결과 서울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부산에서 박형준 전 MB정부 청와대 홍보기획관이 당선됐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MB정권의 핵심이었다는 점 외에 정책 지향이 유사하고 현 정권의 핵심 정책과 이반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후·에너지·원전 정책에서 그렇고 도시 부동산 개발, 대형 인프라 개발 사업에 대한 관점에서 '복사해 붙이기' 수준이다. 오 시장은 시존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고, 박 시장은 "원전 수출 600조 원"이라는 철 지난 원전 신봉주의에 더해 건축 용적률과 층고 제한을 풀자는 생각이다.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두 도시 행정 수장들의 정책 지향이 그 도시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일 때 도시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두 도시의 환경연합 활동가들이 새 시장들과 엮인 정책 역진을 막아야 할 부분과 분야에 대해 정리했다. 편집자.
환경·생태·탈핵, 새 부산시장에게 없는 것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지역 동료들의 걱정과 격려를 받았다. 그만큼 보궐선거에 대응하는 부산지역 시민사회가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당이 부산시장을 독차지하면서 부산지역 '기후환경에너지전환' 분야 정책이 타 지자체에 비해 10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민선 2기 안상영 시장의 '인공섬' 건설 시도 및 '외곽 순환고속도로 계획' 등 토건 위주의 정책이 허남식 시장(민선 4기와 5기)까지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6기 서병수 시장(2014년)이 '클린에너지추진단'을 조직해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여 타 지자체와 균형을 맞추는 듯 보였다. '촛불정국'에 힘입어 민선 7기(2018년)는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협치를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시장은 '내게 힘이 되는 부산혁신공약'으로 13대 핵심전략, 50대 추진과제, 171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13대 핵심전략 중 12번 전략으로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의 친환경생태도시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3월 17일 부산환경회의와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이 공동주최했던 '기후환경에너지전환분야'의 후보자 토론회에는 불참했다. 기후·환경·에너지 전환 분야에는 공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불참 이유였다. 새 시장을 맞은 부산의 내일, 무엇이 우려되나 하나씩 짚어보자.
반대자 색출하던 사람이 4대강 보 처리 나설까
박형준 시장은 3월 21일 11번 핵심전략으로 '깨끗한 원수 확보로 건강한 수돗물 공급'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깨끗한 원수 확보만이 부산의 물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난분해성 유기물질의 증가를 물 오염의 원인으로 꼬집었다. 그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취수지역(창녕 및 합천)을 지원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 관리 부처의 일원화가 진행되면서 4대강의 보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때, 낙동강의 8개 보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실 낙동강 수질은 관심 없고 수돗물 원수만 확보하면 된다는 심산인 것이다.
사실 박 시장은 선거전 한복판에 부산지역의 시민사회에게 고발당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환경회의는 공동으로 3월 16일 부산검찰청 앞에서 박 시장을 불법 민간인 사찰 혐의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MB정권 당시 정무수석과 홍보기획관으로 재직(2008.6~2009.9)했던 박 시장 명의로 4대강사업을 반대했던 주요 인물 및 단체를 불법적으로 사찰했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단체들이 지난 2월 2일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4대강사업 관련 불법사찰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해 확인한 사실이다. '4대강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2009.7.16.), '4대강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2009.7.11) 문건에는 '6.26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박 시장은 이런 팩트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는 2월과 3월의 후보자 토론회와 기사를 통해 "치졸한 선거 공작", "국정원장이 이 시기에 언론에 흘려주고", "흑색선전이자 선거공작" 등의 거짓 발언을 일삼았다. 사찰 대상자였던 고발자들은 이런 사실 부정과 왜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인물 및 단체에 대하여 '생계 곤란 등 개인적 애로 사항 및 활동 자금 확보 과정에서의 비리 등을 적출하여 반대 활동을 견제'하라는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보고 받던 바로 그 사람, 지금 부산시장이 된 그에게, 환경 단체 및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어 보 개방 및 철거를 논의하고 낙동강 원수를 살리는 정책을 마련하자고 할 수 있을까?
탈핵이 살 길인 도시의 친원전 시장
박 시장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탈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이다. 지난 3월 30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그는 '탈원전 문제'를 두고 친원전 정책을 지지하며 원전 수출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한전의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을 "우리 신형 원전 수출은 하나의 쾌거"라고 말했고, 재생에너지 평가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을 4월 12일 KBS 토론회에서도 이어갔는데, "이 정부가 탈원전에 대해 잘못된 정책을 쓰는 바람에 세계 600조 원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5년까지 고리 2, 3, 4호기가 설계수명을 다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기본 계획 및 전력 수급 기본 계획 등에 명시된 탈원전 정책과 전면 배치되는 역진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어이없는 해프닝도 벌였다. 지난 3월 20일 한 기사에 '에너지시민연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지지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7개 단체로 구성되었다는 그 '에너지시민연대'는 원자력정책연대를 비롯한 원자력국민연대 등 한수원 노조 및 원전 관련 과학자들로 급조된 단체로 확인됐다. 이들은 20년간 탈핵·에너지전환 활동을 해 온 국내 최대 에너지 전문 NGO 연대기구(에너지시민연대)를 유사 명칭으로 사칭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부산에너지시민연대'는 3월 22일,박형준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박 후보에게 항의서를 전달했다.
기후정책, 그거 뭔데?
화석연료를 막대하게 소비하는 항만과 다수의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어, 부산은 탄소 배출이 많고 그에 따른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2020년 11월 당시 변성완 시장대행 체제에서 부산시는 '부산광역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시가 감축하려는 목표량은 534만4000t이다. 이는 1488만7000t이었던 2017년 배출량 대비 35.9% 감축된 양(정부 권고 목표치 29.5%보다 6.4% 높다)이다. 다만, 산업과 발전 부문을 목표관리 영역에서 제외하고, 비산업 부문에서만 잡은 한계가 뚜렷해 더욱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발전과 산업 부문, 그리고 항만에서 들고 나는 물류의 이동에 따른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그대로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으로 연결된다.
환경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CAPSS)에 따르면, 부산의 2016년 PM10 발생량은 6903t(비산먼지가 70% 차지)이며 PM2.5 발생량이 2544t(비도로 이동오염원 발생량이 48%, 차순이 도로이동오염원)에 달한다. 한편 2018년 부산시의 PM2.5 연평균농도는 23㎍/ℓ로, 국가 기준 15㎍/ℓ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항만과 산업시설, 도로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줄여야 탄소도 잡고, 미세먼지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산의 기후에너지 그리고 대기보건행정이 집중해야 할 지점은 항만시설의 온실가스 정보공유, 컨테이너세 신설, 민관연정 소통 네트워크 구축 등 탄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박형준 시장은 이런 현실에 대한 정책적 이해를 가졌을까? 애초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는 걸 후보 시절 발표한 보도자료(2021.3.20.)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에너지 문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안보 문제도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는 자체의 대처도 있어야 하며, 에너지 경제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그에겐 경제가 기후변화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의 공약 중 기후, 에너지, 미세먼지 관련 내용은 '공약2. 15분 도시'에서 유일하게 발견된다. '탄소중립형 전환도시 기반구축을 위해 시범단지 조성 및 공공시설 주도의 그린 리모델링 추진'이란 내용인데 이게 전부다! 상황 진단도 없고 대책은 정부 대책 짜깁기 재탕이고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 시민보건 우선'이라는 정향과는 달리 에너지 안보(박 시장의 용어인데 사실은 산업용 에너지 공급 안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에 정책 지향을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개발사업, 재개발 장려, 용적률층고제한 해제가 본심
현시점에서 부산의 가장 큰 환경적 과제는 대형 개발사업들이다. 가덕도 신공항 개발, 북항 재개발, 마리나 개발 및 만 매립, 케이블카 건설 등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줄을 잇는 현실이다. 해안가 고층 건물 밀집으로 건축물 높이 관리 방안이 절실한 가운데, 재개발 재건축의 공공성 확보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가 8개 분야 19개 정책의제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선거 전 후보들에게 발송하고 답변을 받았다. 박 시장은 19개 정책의제 중 8개를 수용(42%)했을 뿐이다. 다른 후보가 95%의 수용성을 보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한마디로 말하면 '적극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환경 파괴 대형 개발사업과 부동산 난개발과의 싸움이 부산에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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