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당 책임비서의 9대 과업 중의 경제과업
김정은 총비서는 강습회 제2일회의에서 일찌감치 결론을 내렸다. 그의 결론 뒤 제3일 회의에서는 당 지도부의 강연이 이어졌다. 강습회이기 때문에 이런 형식으로 진행됐을 것이다. 그는 시‧군당 책임비서들에게 9대 과업을 제시했다(9대 과업은 필자의 분류에 의한 것이다).
9대 과업에는 시‧군 당조직의 역할 강화와 내부 결속, 기강확립, 지방경제의 발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7가지는 경제 외적인 과업이지만 시‧군당 책임비서의 역할과 관련하여 포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9대 과업을 정리해보았다.
[시‧군당 책임비서들의 9대 과업]
1. 당 내부사업
- 당 내부사업에 힘을 넣어 혁명진지‧계급진지를 굳건히 다져야 한다는 것.
"당을 조직사상적으로 강화하고 일군들과 당원들을 당과 혁명에 충실한 투사로 준비시키며 전체 인민을 당의 두리에 굳게 묶어세워 당 정책 관철에로 힘 있게 불러일으키기 위한 당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어떤 일에 부닥친다 해도 당 내부사업을 철칙으로, 주선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2. 간부대열
- 간부대열을 잘 꾸리는데 특별한 힘을 넣어야 한다는 것.
간부사업체계의 혁신적 개선을 위한 과업으로 △당 장성사업과 당 대열관리의 책임 △기층 당조직의 강화 △간부‧당원들에 대한 당생활조직과 지도 △기층 당조직들의 당 생활총화와 당 학습을 비롯한 당 조직사상생활의 정상적 조직 △당회의 운영방법의 부단한 개선으로 간부‧당원들의 당 생활수준제고 △새로 개정한 당규약과 당규약해설집에 대한 학습 강화 및 준수 기풍의 확립 △당 생활조직과 지도의 당대회 결정 관철에로의 확고한 지향 등 제시
3. 농촌 초급일군대열
- 농촌 초급일군 대열을 튼튼히 꾸리고 그들의 책임성과 역할을 높이기 위한 당적 지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
"시‧군당 책임비서들은 농사 일면에 치중하지 말고 3대혁명을 추진하며 리당사업을 추켜세우는데 모를 박아야 한다."
4. 생활기풍
- 온 사회에 혁명적이고 건전한 생활기풍이 지배되게 하며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를 제압 소멸하는 투쟁이 대중 자신의 사업으로 전환되게 해야 한다는 것.
5. 정치실무수준과 사업능력
- 정치실무수준과 사업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고 사업작풍과 풍모를 부단히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것.
"시‧군당 책임비서들은 당 정책과 당 사업실무는 물론 자기 시, 군의 발전과 직결되어있는 농업과 공업, 건축과 국토관리, 교육, 보건 등 여러 분야의 선진기술과 지식들을 습득하기 위하여 정열적으로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6. 군중공작방법 구현
- 능숙한 군중공작방법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
"인민들의 생활상 고충을 해결하는 사업을 최우선시하며 한 사람을 만나도 친부모, 친자식처럼 대해주고 그들의 눈빛과 표정, 평범한 말에서도 속마음을 읽고 대책을 세울 줄 아는 참다운 당일군이 되어야 한다."
"자신을 특수화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아래 사람들과 인민들을 존중하며 혁명선배들을 존경하여야 한다."
7.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금지
- 사업과 생활에서 청렴결백성을 견지하고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를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자기 자신이 당 앞에, 인민 앞에 결백할 뿐 아니라 가족, 친척들도 절대로 사리사욕을 추구하지 못하게 신칙(申飭, '단단히 타일러 경계하게 한다'는 뜻)하며 군 안의 모든 일군들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강하게 장악 통제하여야 한다."
8. 제8차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제2차 전원회의 과업관철
- 당 제8차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전원회의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사업을 주도면밀하게 작전하고 지도해 시‧군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개선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야 한다는 것.
9. 당중앙과의 일체화
- 당중앙과 사상과 뜻과 숨결을 같이하기 위하여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지금이야말로 당중앙이 내놓은 정확한 노선을 철저히 견지하고 정확한 정치적 영도를 실현해야 할 때이다."
9개 과업에서 8번 항목은 특히 경제부문에 해당되는 과업이다. 김 총비서는 세 가지 경제과업을 제시했다.
첫째, 농업생산을 결정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이다. 그는 "농업부문 일군들과 근로자들을 당의 농업정책 관철을 위한 투쟁에로 힘 있게 불러일으키는 사업을 항상 중시하고 당적인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가 농사작전을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과학적으로, 세부적으로 세우고 철저히 집행하도록 요구성을 높이며 경영위원회의 사업상 권위를 세워주어 시, 군 안의 농사를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식량증산을 위해 시‧군당위원회는 시‧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에 대한 지도를 제대로 함으로써 경영위원회가 시‧군 안의 농사작전 수립과 실질적인 농사지도에서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오랜 방식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의 '농사작전과 농사지도'를 정상화하면 식량증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은 '1960년대 농정구조의 유지'를 보여준다(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는 청산리정신‧청산리방법을 철저히 관철하기 위해 1962년에 설립됐고 그 당시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의 상급 지도기관은 도농촌경리위원회였다).
그는 "특히 농업부문에 뿌리깊이 배겨있는 허풍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허풍'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고 '뿌리깊이 배겨있다'고 본다는 것은 중요한 현상이다.
'허풍'에는 과장‧허위 보고가 포함되어 있어서 식량을 비롯한 농업총생산량의 계측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국가수매계획에 혼란을 초래한다. 국가수매계획의 혼란은 국영기업체(공업부문) 노동자들과 도시 거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에 차질을 빚는다.
협동농장 차원에서 보면, 생산목표량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양해'되고 이에 따라 국가수매계획의 목표에 '미달'하는 것이 일상화될 우려가 있다. 국가수매는 줄어들었는데도 농민들이 협동농장에서 결산분배에 의해 분배받는 식량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국가는 식량부족에 허덕이는데 농민들은 가처분 식량을 보유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농업부문에서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허풍'을 없애야 농업부문의 부조리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계획경제에서는 실제와 달리 계획이 너무 높게 잡혀 있어도 문제이고 너무 낮게 잡혀 있어도 문제인 것이다.
둘째, 시‧군 소재지들과 농촌마을들을 시대문명의 높이에서 꾸리기 위한 계획을 현실성 있게 세우고 자체의 기능공 역량과 건설장비에 의거해 지방건설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군 소재지와 농촌마을에 대한 재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재개발에서는 주택건설은 물론이고 도서관‧목욕탕‧이발소‧미장원‧식당을 비롯한 각종 주민편의시설 및 지방공업공장들을 건설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것은 개회사에서 말한 '전국의 균형적 동시발전의 촉진'과 직결된다.
셋째,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기 지역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적극 이용해 지방공업공장들을 활성화하고 인민소비품 생산을 늘릴 것 △풀 먹는 집짐승 기르기를 비롯한 축산을 많이 하고 양어를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 등의 과업을 제시했다.
생필품 공급을 위한 지방 경공업공장의 활성화, 식생활 개선을 위한 축산과 양어를 중대 과업으로 제시했음이 확인된다. 식량증산과 재개발, 인민생활 향상 등의 3대 과업은 제8차 당대회와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강조된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현실성 있게 실행하기 위한 대책이라 할 수 있다.
오수용 경제비서와 김재룡 조직지도부장의 강의
강습회 3일회의에서는 오수용 당 경제비서(전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 제8차 당대회)와 김재룡 당 조직지도부장(전 내각총리)이 강의에 나섰다. 오 경제비서는 지방경제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과학적 영농법에 의한 농업생산 증대를 제시했다.
그는 "모든 시, 군을 고유의 특색을 가진 발전된 지역으로 만들자면 경제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 정책적 지도를 잘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 군 경제발전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농산과 축산, 수산을 추켜세우는 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 먹는 문제와 경공업 원료를 해결하는 데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총비서와 거의 마찬가지로 농업증산, 축산, 수산 등을 통한 먹는 문제 해결과 경공업 원료문제의 해결을 주문했다.
그는 또 과학적 영농방법을 수용하고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정확히 적용해 성과를 거둔 시·군 당위원회의 경험을 소개하며 "농업근로자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앞세우면서 다수확운동을 고조시키고 농촌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다지는 사업을 실속 있게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시‧군당위원회의 모범사례를 상기시키면서 과학영농과 사회주의분배원칙의 정확한 적용을 언급한 것을 의미심장했다. 사회주의분배원칙의 정확한 적용을 거론한 것은 협동농장 분조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책임제'가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 이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오수용 경제비서의 발언에서 또 관심을 끄는 대목은 '농업근로자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기 위한 사업을 앞세운다'고 한 것이었다. 이것 역시 '포전담당책임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실증적인 예시는 <로동신문> 등에서 특정 협동농장의 탐방기사 혹은 리협동농장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인터뷰 등으로 확인될 것이다.
다수확운동의 고조는 농민들 속에서 경쟁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촌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다지는 사업'은 시‧군당위원회가 시‧군인민위원회외 시‧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를 제대로 지도하여 농촌의 물질기술적 토대 즉, 농업증산에 필요한 토지정리 및 농경지 확대, 기계화영농을 비롯한 과학영농, 농지에 적합한 다수확품종 재배면적 확대, 복합임농‧유기농의 토대 마련, 객토‧퇴비에 의한 토질 개선, 온실 확대, 홍수피해를 막을 임업단지 조성 및 강하천정리 등을 잘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룡 조직지도부장은 자신의 직무에 맞게 기층 당 조직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간부대열, 당대열을 튼튼히 꾸리고 기층 당 조직의 전투력을 높이며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철저히 구현하고 청년들을 혁명의 계승자, 당의 후비대로 준비시키는 데서 나서는 당 사업"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그는 농촌당 사업을 중시한 가운데 농촌 초급일군과 제대군인과의 사업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농촌당 사업의 중요성이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부터 부쩍 중시되는 것은 협동농장의 분조들이 흩어져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국가수매계획이 정상적으로 실행되도록 독려하려면 농촌 당조직들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에서는 노동자들과 달리 농민들에게는 사회주의‧집단주의의 지향이 부족하기 때문에 농촌에서의 사상혁명을 중시해왔지만 농민들의 전통적인 이기주의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농촌 당사업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강습회의 결산과 시‧군당 책임비서들의 세대교체
김정은 총비서는 강습회의 마지막 날(4일회의)에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책임감을 지니고 일군들과 당원들, 군중과의 사업을 능숙하게, 능통하게 전개하여 지역발전을 위한 투쟁을 대중 자신의 사업으로 확고히 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발전지향적인 목표를 뚜렷이 설정하고 그 실현을 위하여 계속혁명, 계속투쟁 해나간다면 모든 시, 군들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변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당중앙에서 지방의 균형적이며 비약적인 변혁을 위해 구상하고 있는 '중대 사업들'에 대해 소개했다고 한다. 대형 화면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소개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중대 사업들의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는 폐강사에서 시‧군당 책임비서들에게 △인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무정신(기본자세) △사회주의 건설의 지역적 거점을 책임진 일군다운 조직전개력과 실무능력(실력) △고상한 도덕풍모(인격)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든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오늘부터 새로 임명받고 새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새로운 관점과 입장에서 당 정책 관철을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드세게, 박력 있게 벌리며 시, 군 강화 발전의 방향타 역할을 잘하여 인민들이 반기고 실감할 수 있는 뚜렷한 변화와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폐강사에서 시‧군당 책임비서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입장'과 '군 강화 발전의 방향타 역할'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이것은 '전환기' 북한경제에서 지방경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낳는다.
폐강사의 하이라이트는 시‧군당 책임비서들에게 "항상 민심을 중시하고 자기 사업에 대한 평가를 인민들에게서 받아야 한다", "위대한 우리 인민을 섬기는 길에서 인민들이 실지 인정하는 진짜배기 충실한 심부름군이 되자"고 한 것이었다.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의 대미(大尾)를 제8차 당대회의 기본정신인 이민위천(인민대중제일주의)이 장식했던 것이다.
강습회는 시·군당 책임비서들의 결의를 담은 맹세문을 채택하고, 김 총비서와 참석자들의 기념사진 촬영으로 막을 내렸다. 북한 매체들은 그가 당 본부청사(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촬영장소(본부청사 정면)로 걸어 나오며 숲길을 걷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를 에워싼 시‧군당 책임비서들의 모습을 보니 대부분은 50대이고 40대와 60대는 조금 섞여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기자 시절에 조선중앙TV에서 북한영화 <군당책임비서>(1982년 작품)를 본 적이 있는데 군당책임비서를 '아바이'라고 불렀고 나이도 지긋해 보여 지역사회의 '어른' 느낌이 강했다. 이번에 사진으로 본 시‧군당 책임비서들은 상당히 젊어졌고 나이 있는 책임비서들도 1980년대의 '아바이'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김정은시대의 세대교체 바람은 중앙당과 내각뿐 아니라 지방 당조직에도 세차게 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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