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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전국 균형 발전'이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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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전국 균형 발전'이 화두다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 (1)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 개최

한편, 지난 3월 3~6일에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가 열렸다. 북한은 각종 기술강습회를 비롯해 각 부문‧단위에서 강습회를 자주 여는 나라다. 북한의 역사를 돌아보면 시‧군의 당‧정 책임자들이 참석한 중앙강습회도 간혹 열렸음이 확인된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장 강습회(1957년 7월, 1958년 8월) △생산기업소 당조직원 및 당위원장들, 도‧시‧군 당위원장들의 강습회(1959년 2월) 등 이미 중앙 차원의 강습회가 열렸다.

1970~90년대에는 △전국당선전일군강습회(1974년 2월) △도‧시‧군당 조직비서‧조직부장들을 위한 강습회(1977년 8월) △전국당근로단체사업부일군강습회(1985년 4월) △전국농업근로자동맹일군강습회(1985년 12월) △전국당세포비서강습회(1991년 5월) △전국도시경영부문일군강습회(1992년 9월) △전국인민정권기관일군강습회(1992년 12월) 등이 열렸다. 이 강습회들은 당시의 정치‧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개최되었다.

조선로동당이 현재의 면모를 갖추게 된 1970년대 초반 이래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가 열린 적은 없다. 이번 행사는 '제1차' 강습회였다.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는 처음이지만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당세포비서대회(제4차, 2013년 2월), 사상일군대회(제8차, 2014년 2월), 초급당위원장대회(제5차, 2016년 12월), 당세포비서대회(제6차, 2021년 4월) 등 당의 조직‧사상부문의 대회는 개최된 적이 있다.

이 가운데 당세포비서대회의 경우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서 '당의 기층조직 강화'와 '그 기능과 역할의 부단한 제고'를 위해 5년에 한 번씩 소집하는 것으로 정규화 되었다(41조). '당의 기층조직 강화'를 정치적으로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강습회는 '당의 기층조직 강화'를 위한 것은 아니었으며 일석삼조(一石三鳥)를 겨냥한 것이었다. 첫째, 김정은 당총비서와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들 간의 소통과 일심단결을 겨냥했다. 둘째, '지역사령관'으로 여러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의 반성‧각오와 능력 향상을 겨냥했다. 셋째,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즉 경제부문)에서 지역 당 간부들의 역할을 높이는 것을 겨냥했다. 그 구체적인 사항은 강습회 제2일회의에서 있었던 김 총비서의 '강령적 결론'에 잘 나타나 있다,

이번 강습회에는 전국의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들 226명(김 총비서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에서 숫자 확인, 중앙당‧도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에 포함됐을 경우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의 숫자는 이보다 줄어들 수 있음)과 도당위원회 책임비서들 및 해당 부서 간부들이 참가했다. 또한 당중앙위원회 비서들과 해당 부서 부장, 제1부부장들, 지방 당사업과 연관된 간부들이 참가했다. 강습회의 기본 당사자들 외의 참가자들의 면면을 보면 중앙당‧도당이 시‧군당을 관할하는 구조적 측면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강습회는 북한 전역의 지역거점에 해당하는 시‧군당의 책임자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정은 총비서의 강습회 발언을 보면 시‧군당위원회가 △당 정책의 말단 지도단위‧집행단위 △농촌경리와 지방공업을 지도하는 지역적 거점 △나라의 전반적 발전을 떠받드는 보루 등의 지위를 갖고 있음이 확인된다.

시‧군당 책임비서는 지역의 행정경제 책임자인 시‧군인민위원회 위원장과 시‧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당적으로' 지도하는 위치에 있다.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이어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를 개최하고 책임비서들을 당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로 집결시켰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의 개강사‧결론‧폐강사

김정은 총비서는 이번 강습회에 참석하여 개강사‧결론‧폐강사를 직접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집회에는 일정 전체에 참가하여 개회사‧보고‧폐회사를 함으로써 행사 자체를 직접 지도하는 모양새를 취해왔다.

이번 개강사‧결론‧폐강사는 별도의 태스크포스(당 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와 경제부서들)에서 초안을 작성해 김 총비서의 검토 등 피드백을 몇 차례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점을 감안해 개강사‧결론‧폐강사를 자세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 북한은 지난 3월 3~6일 제1차 시‧군당책임비서강습회를 열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4일 '결론'을 발표하는 모습. ⓒ로동신문

그는 개강사에서 '전국의 균형적 동시발전의 촉진'과 이를 위한 '시‧군당사업의 혁신'을 강조했다.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들 앞에서 전국의 균형적 동시발전의 촉진을 언급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방경제의 중요성이 결정적으로 부각된 계기는 1962년 8월 7~8일에 평안북도 창성군에서 열린 '지방당 및 경제일군 창성연석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김일성 수상은 군(郡)의 역할을 강화하고 지방공업과 농촌경리를 더욱 발전시켜 인민생활을 훨씬 높이자고 역설했고, 이때부터 북한에서는 창성군이 지방경제 발전의 본보기로 내세워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첫해인 2012년 1월 22일에 열린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는 '지방공업 발전에 결정적 전환을 일으킬 데 대한 과제'를 토의했다. 북한은 2012년에 창성군을 지방공업의 '본보기 군'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 6월에 창성군의 여러 부문 사업에 대한 현지지도에 나섬으로써 창성연석회의의 정신의 계승을 보여주었다. 북한은 2016년부터 산간지대의 본보기 군으로 삼지연(시로 승격)을 지정해 시가지‧주택 개발에 나섰으며 벌방(평야)지대‧해안지대에도 본보기 군을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런 가운데 이번 강습회에서 전국의 균형적 동시발전의 촉진을 제기했다는 것은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 것이었다. 즉 본보기 군을 만들어 이를 확산하는 정책을 한편 유지하면서(이를테면 5개년계획에서 강원도 김화군의 지방공업공장들의 전면개조 계획), 다른 한편으로 전국의 균형적 동시발전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당중앙의 파견원인 시, 군당 책임비서들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면서 "시, 군당 책임비서들이 혁명적인 정치의식을 가지고 사업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당대회 결정을 철저히 관철하고 우리식 사회주의가 급속히 전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를 '당중앙의 파견원'으로 표현한 것을 눈여겨보게 된다. 당중앙은 때로는 당중앙위원회의 줄임말로, 때로는 당의 수반인 총비서(김정은) 자신을 지칭한다. 이번 강습회를 계기로 당중앙과 시‧군당 책임비서들 간의 일체감을 높이려는 의도를 알 수 있다.

그는 강습회의 목적에 대하여 시‧군당위원회 책임비서들의 실무수준 제고, 사업작풍의 개선, 시‧군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 마련, 우수한 경험들의 교환 공유, 시‧군당사업에서 결정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한 방법론 체득 등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개강선언을 하면서 "이번 강습회가 당 제8차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첫 부문별 회의로서 당중앙의 구상과 의도에 맞게 시, 군당 책임비서들의 사상관점과 일 본새, 실무수준과 정신도덕적 풍모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시, 군 강화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강사에서 '시‧군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 마련'을 중시한 것에 시선이 간다. 이것은 '전국의 균형적 동시발전의 촉진'과 직접 연결이 된다. 강습회를 시‧군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군 당사업에서의 결정적 전환에 필요한 방법론 체득'은 당의 중앙 집회에서 대체로 강조되어오던 '반복형' 과업이다. 이번 강습회를 '첫 부문별 회의'라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이 강습회를 시발로 근로단체들을 비롯해 다른 부문에서도 제8차 당대회의 '결정 관철'을 위한 회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원 조직비서의 보고와 토론자들

김 총비서의 개강사에 이어 조용원 당 조직비서의 보고가 있었다. 조 비서는 일부 시‧군당 책임비서들과 시‧군당위원회들의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결함들을 분석했다. 그는 시‧군당 책임비서는 '당중앙의 지역적 보좌관'이라면서 △행정경제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 정책적 지도를 올바로 하지 않는 것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을 비판한 뒤에 당의 시‧군 강화노선과 정책을 철저히 관철할 것을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당중앙의 지역적 보좌관'에서 당중앙은 김정은 당 총비서를 지칭하는 느낌이 강했다. 시‧군당 책임비서들의 지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당중앙의 '파견원'과 '지역적 보좌관'으로 규정했던 것은 이번 강습회가 처음인 것 같다. 1970년대 중반에 3대혁명지도소조성원들에게 '당중앙의 파견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당중앙의 지역적 보좌관'은 생소한 것이었다.

조용원 비서의 보고에 이어서 당중앙위원회가 시‧군당위원회들의 당 정책 집행정형을 기준으로 평가한 <전국적인 시‧군별 순위>가 발표되었다. 순위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시‧군별 순위 발표를 보면 앞으로 '평가와 경쟁의 일상화' 시대에 접어들 것임을 예고한다. 순위에 따른 포상이 당연히 뒤따랐을 것이다. 순위의 꼴찌 그룹에게는 반성문(자아비판과 각오)을 제출하게 했을 것이다.

조용원 조직비서는 제1일회의에서 보고했을 뿐 아니라 제4일회의에서는 강의에 나섰다. 당중앙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더욱 철저히 세우는 문제를 다루었다. 그가 연단에 두 차례 나선 것은 직무(당 조직사업) 때문이기도 하고 김정은 총비서의 '복심'이라는 측면도 작용했을 것 같다.

조 비서는 "당중앙의 지시에 따라 당조직들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고 당 결정을 무조건 끝까지 집행하는 혁명적 규율과 질서를 철저히 세워 모든 시, 군을 당과 국가를 철벽으로 옹위하는 강철의 성새, 억척의 초석으로 튼튼히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당중앙은 김 총비서를 일컫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한편, 강습회 제2일회의에서는 시‧군당 책임비서 20여 명이 토론자로 나섰다. 그들은 토론에서 반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즉 △당 내부사업, 사람과의 사업을 소홀히 하고 행정실무적으로 사업했던 문제 △기층 당조직들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형식적으로 한 문제 △행정경제사업에 대한 당적 지도를 올바로 하지 않고 허풍을 치면서 시‧군 살림살이를 추켜세우지 못하고 있는 문제 △인민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무정신이 부족해 인민생활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 △당의 일군다운 정신도덕적 풍모를 갖추지 못한 문제 등이 주류를 이뤘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당사업을 '혁신'하겠다는 결의를 피력했다. 북한의 모든 정치집회가 그렇고 모든 토론이 그러하듯이 지난 시기 사업에서 심중한 결함을 보인 책임비서들에 대한 비판은 날이 서 있었을 것이다. '비판과 자아비판의 일상화'라는 오랜 벽을 넘어 '평가와 경쟁의 일상화'를 간부 활동의 기본으로 여기는 조직문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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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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