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도약, 북조선' 싱가포르 전편 바로 보기
1. 멘토 국가
싱가포르에서 만난 이로 키쇼어 마흐부바니가 있었다. 싱가포르대학 리콴유 공공정책 대학원 학장이다. 몹시 분주한 분이셨다. 막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카자흐스탄 주요 대학의 세계화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고 했다. 2년 후 직접 카자흐스탄에 가보니 대학만 컨설팅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카자흐의 10대 경제특구를 관리하고 투자 유치를 하고 있는 기관들이 싱가포르의 국유기업들이었다. 카자흐만도 아니다. 2014년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장한 러시아의 소치 국제공항은 창이공항의 노하우를 전수해준 곳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중국 자본이 건설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작 그 항만의 운영과 관리는 싱가포르가 맡는다는 점을 아는 이들은 드물다. 실은 중국 도처에서부터 싱가포르의 흔적을 목격할 수 있다. 쑤저우의 산업단지는 1994년부터 싱가포르가 컨설팅한 곳이다.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2000년부터 개발한 광저우 지식도시 프로젝트도 싱가포르가 관여했다. 기왕의 노동집약적 수출산업도시를 생명과학, 그린에너지, 신소재, 바이오, 문화 창조 도시로 탈바꿈시킨다. 2008년 톈진의 생태도시 프로그램 또한 싱가포르가 참여했다. 30만 인구가 가장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미래형 도시를 실험 중이다. 2015년 충칭의 사물인터넷 도시에도 싱가포르는 자문을 맡았다. 중국의 한복판이요, 중국과 유라시아를 잇는 허브 도시의 진화에 동남아의 허브 도시로 기능하는 싱가포르의 소프트웨어를 접목하는 작업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는 다양한 국제 컨설팅 업무와 원조 사업을 전담하는 기관들이 여럿이다. SCP(singapore cooperation program)와 SCE(singapore cooperation enterprise)가 대표적이다. SCE는 싱가포르를 배우고자 하는 세계 각국의 요청들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외교부와 상공부의 합작 기관으로 영리 활동까지 병행한다. 컨설팅 비용을 짭짤하게 챙기는 것이다. 세계은행 같은 글로벌 기관과도 협력하고, 정부뿐만 아니라 NGO, 다자기구 등의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지금까지 수행한 프로젝트만 30여 국에 150개를 넘는다. 인도네시아 반다르 람풍(Bandar Lampoong)의 물 처리 시설,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의 도시계획, 몰디브 관광청과 관세청의 정책 패키지, 아부다비의 공공분야 인사관리 등이 모두 SCP&SCE의 합작품이었다.
겨우 반세기 남짓한 초미니 국가라는 점에서 놀라운 성취가 아닐 수 없다. 국가를 경영하고 도시를 운영하는 선진적인 모델을 고안하고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여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즉 싱가포르는 공산품을 내다 파는 산업국가가 아니다. 운영체계(OS)를 공급하고 정책을 수출하는 브레인 국가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에도 무한한 영감을 주었다. 싱가포르 같은 스마트 거버넌스 도시를 100개, 1000개를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G2는 물론이요,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제1세계와 제3세계가 모두 싱가포르에 자문을 청하고 지혜를 구한다. 세계의 멘토 국가가 된 것이다. 가장 오래된 적대국, 북조선과 미국의 수장이 괜히 싱가포르에서 처음 대면한 것이 아니라고 하겠다.
2. 깨끗한 정부
정부는 투명하고, 도시는 신속하다. 도시국가라는 조건을 장점으로 극대화했다. 허나 본디 청렴했던 나라가 아니다. 영국 식민 통치 하 싱가포르 자치행정부의 공무원은 부패했다. 리콴유의 집권으로 일소해버린 것이다. 특유의 냉철한 리얼리즘이 가동되었다. 봉급을 대폭 인상했다. 딴 마음이 생기지 않을 만큼 급여를 현실화했다. 부정부패가 싹틀 수 있는 환경부터 제거한 것이다. 싱가포르 총리의 월급은 미국 대통령보다도 높다. 장차관의 급여는 다국적 기업의 수장들에 못지않다. 항산에 기초하여 항심을 요청하는 것이다. 하더라도 욕심을 내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부정부패 수사와 지위고하를 막론한 엄정한 법집행으로 공무원 사회의 기강을 똑바로 잡았다.
유명한 에피소드가 몇몇 있다. 리콴유 일가도 부패 혐의 수사를 받았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집값이 크게 오르자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내부 정보를 빼돌려 투자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차익은 물론이요 사재까지 보태어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구현으로 사건은 종식되었다. 절대 권력을 누리던 총리의 재산 동향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할 수 있을 만큼의 자율성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의 공수처는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그 어떠한 외부 권력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구이다. 리콴유는 매우 흡족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내로남불을 일체 허용치 않는 시스템(rule of law)을 완비했음을 대외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충분한 보상 기제가 마련되어 있기에 최고의 인재들도 공직으로 흘러든다.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냉철한 인재를 공무원으로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건전하고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행정고시 한방으로 일생을 우려먹는 시스템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적되어 온 수많은 시험의 결과를 빅데이터로 추적한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우수한 학생을 교사나 교수의 상세한 추천을 받아 선발한다. 선발된 학생들은 국가관, 리더십, 의사소통 능력, 직무적성, 성격, 창의성, 진실성, 정서적 성숙 등 전 교육과정을 통하여 거듭된 검증을 요구받는다. 대신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등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에서 유학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국가가 교육한다. 근 20여년의 성장 과정을 모니터링한 끝에 고위공무원이나 공기업에 발탁되어 장학금을 받은 기간에 따라 일정 기간을 공무원으로 근무하게 된다.
그래서 상류층은 존경을 받는다. 기회는 공정하고, 과정은 공평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유능함과 도덕성을 겸비한 현대판 군자들이다. 화교들이 다수인 영국의 식민지였던 이 도시국가에서 주자학, 신유학의 이상과 점진적 사회주의라는 페이비어니즘의 비전이 절묘하게 결합된 것이다. 탁월한 능력에 청렴결백함까지 갖춘 고위 공무원들을 대거 포진시킴으로써 싱가포르가 누리는 부가가치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들의 투명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업무의 효율성 자체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증폭시킴으로써 지속적인 외부 투자가 싱가포르로 흘러들어오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공히 싱가포르를 아시아의 거점으로 삼는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단연 싱가포르가 최선진국의 반열에 가장 앞서 등극한 저변이자 저력이라 하겠다.
3. 하이브리드 공기업
해외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반면으로, 싱가포르 내부에서는 공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공항, 항만, 통신, 금융, 학교, 병원 등 거의 모든 주요 산업들의 주체가 공기업이다. 전체 경제 비중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이다. 반면으로 사회주의 국가나 개발독재 국가의 공기업들이 노정하는 비효율성과 부정부패와는 거리가 아주 멀다. 철저하게 시장 친화적이며 서비스 중심적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이나 이스라엘 같은 창업국가 또한 아니다. 진취성과 혁신성을 으뜸으로 삼는 기업가적 욕구보다는 검약과 근면, 대가족적 유대, 학문의 숭상이라는 유교적 가치가 싱가포르의 기저를 흐른다.
상징적인 조직이 테마섹(Temasek) 홀딩스이다. 국부 펀드로 싱가포르 항공이나 항만, 싱가포르 개발은행 등 주요 공기업의 최대 주주이다. 1974년 설립되었고, 싱가포르 정부 소유의 자산을 시장 원리에 따라 관리하고 투자하는 역할을 맡았다. 통신, 미디어, 교통, 생명과학, 부동산, 천연자원, 에너지 등 싱가포르의 미래를 위한 분야에 선도적으로 자산을 투자해왔다. 나날이 진화하여 지금은 국부펀드라기보다는 '싱가포르에 위치한 아시아 투자신탁 회사'를 자처한다. 순액 250조에 육박하는 거금을 관리하는데, 그 중 30퍼센트 남짓만 싱가포르에 투자한다. 나머지 30퍼센트는 북미와 유럽, 호주와 뉴질랜드 등 서방권에, 40퍼센트는 아시아에 투자하고 있다. 고로 500명 남짓한 직원들의 면면부터가 다국적이다. 외국인 직원 비율이 30퍼센트 이상이다. 그 중 다수가 골드만삭스,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 출신들이다. 자금 규모부터 우수한 직원들까지 테마섹은 이미 글로벌 시장 전체를 주무르는 큰 손이라고 하겠다.
또 하나의 핵심 정부기관은 경제개발청이다. '기업과 투자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함과 동시에, 활기찬 기업 활동과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삼는다. 경제개발청 직원들은 싱가포르의 일류 교육기관에서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최고 인재들로 졸업 후 12개 나라에 설치된 21개의 지사에서 치열한 현장 연수를 받는다. 해외 지사에서 근무한 이후에는 세계 명문대학의 경영대학원이나 법학대학원으로 진학하기도 한다. 미국의 매킨지나 골드만삭스 같은 컨설팅 및 투자회사처럼 성과와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싱가포르를 글로벌 허브로 지속시키기 위하여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입주할 기업의 위치를 추천해주고, 사원을 위한 주택을 찾아주고, 직원 모집부터 재정적 인센티브까지 한달음에 제공한다. 그런가 하면 경제개발청의 위상과 넓은 인맥을 활용하여 주요 다국적기업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도 한다. 경제개발청의 네트워크는 싱가포르 제도권 내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지만 정당정치로부터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독특한 영향력과 효율성을 발휘한다.
즉 싱가포르의 공기업은 공공부문에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집행하고, 예산 진출이나 인력 활용 측면에서도 최소주의를 견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자유방임을 택하지도 않는다. 이 도시국가의 지도자들은 나라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확실히 방향을 틀어쥐고 있다. 다만 시장원리를 따라 작동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세계 최고의 하이브리드 공기업들을 주조해내었다.
4. 혁신도시
싱가포르는 소국이지만, 싱가포르시는 작지 않은 도시이다. 500만 글로벌 시티다. 도시국가라는 점이 싱가포르의 이중적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정책 실험의 허브로서 도시라는 점을 십분 활용한다.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처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기에도 국가보다는 도시가 효율적이다. 국가 간 협의체는 첨예한 이해관계로 사안의 진척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도시 간 협력은 수월한 경우가 많다. 혁신적 정책의 중추기관으로 싱가포르시는 세계의 실험실로 우뚝 섰다. 특히 디지털 기반의 혁신을 실험하기에 최적의 도시다. 에너지, 환경, 위생, 교통, 주택과 관련된 복합적인 도시문제를 가장 지혜롭게 해결해가고 있다. 그래서 고밀도 도시국가이면서도 혼잡하거나 복잡한 느낌을 거의 주지 않는다. 통근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거주자의 기분을 고양시키고 활기찬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키며 쾌적한 환경을 조성한다.
실은 창이 국제공항부터 혁신의 보루다. 활주로부터 공항 지붕까지 곳곳에서 빗물을 모아 재활용하고 있다. 공항 내부에 조성한 숲의 나무들도 모두 이 빗물로 자라고 있다. 도심의 빌딩 숲 자체가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30미터 높이의 거대한 야자수 수퍼트리 또한 야간 조명을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만도 아니다. 태양전지가 부착되어 있다. 태양빛을 저장하여 한밤을 밝히는 것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빛과 열과 물을 한 치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각고의 노력이 곳곳에 담겨 있다. 싱가포르는 옥상 공원이 가장 많은 도시라고도 할 수 있다. 건물마다 초록초록한 수목들이 햇빛을 흡수하여 건물을 냉각하고 에너지 소비량를 절감한다. 덕분에 녹색도시를 평가하는 여러 항목에서 싱가포르는 아시아 태평양의 모든 도시 가운데 가장 앞선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 국민의 8할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 공공주택 또한 디지털 혁신의 근거지이다. 초고속 디지털 네트워크와 자동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하고 폐기물 재활용에도 적극 활용된다. 사물인터넷의 총아 역할을 하는 '기본주택' 덕택으로 빅데이터에 입각한 정책 실험이 가능해진 것이다. 디지털 역량이 곧 행정의 효율성과 직결되므로 디지털 포용 펀드(digital inclusion fund)를 조성하여 저소득층에게도 컴퓨터 구입 보조금을 지급하고 인터넷도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과 그린의 융합으로 성취한 도시 거버넌스 혁신은 싱가포르의 글로벌 전략과도 이어진다. 다양한 주제의 대규모 컨퍼런스가 연중 열리면서 글로벌 브레인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가령 정부기관, 연구기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연구개발 회의'는 도시정책에 대한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세계 물 주간'도 유명한 행사이다. 2008년부터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데, 2014년에는 133개국이 참여했고, 2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클린 환경정상회의, 세계도시정상회의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격년으로 열리는 세계도시정상회의에서는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여한다. 2008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국제회의로는 싱가포르 국제에너지주간이 있다. 일주일간 세계의 에너지 전문가, 정책 담당자, 평론가들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이 회의를 통해 싱가포르는 명실상부 '살아 있는 실험실'이 되고 선진적인 글로벌 에너지 허브가 되겠다는 두 가지 전략 목표를 달성했다.
2050년까지 전 세계에서 싱가포르와 비슷한 인구 500만 도시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싱가포르가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컨퍼런스는 더더욱 활기를 띄고 중요도를 더할 것이다. 나는 여기에 평양시도 필히 동참하기를 바란다. 북미, 북일, 남북 등 국가관 관계 개선은 난마처럼 얽힌 이해관계로 인해 단박에 단칼로 해결이 여의치 않음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는 다르다. 도시 간 협력체는 차원이 다르기에 북조선의 숨통을 틔우는 전략적 접근이 될 수 있다. 20세기형 사회주의 혁명도시 평양을 글로벌시티, 디지털시티, 그린시티로 진화시켜가야 한다. 평양 시장(mayor)을 세계적인 시장으로 키워가야 한다. 싱가포르라면 기꺼이 수용하고 포용하고 환대해줄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평양시장과 서울시장이 만나 아시아 도시 네트워크의 한 고리로 서울-평양의 연결망을 강화시켜 나갈 수도 있다. 북강원도의 원산시장 또한 남강원도의 춘천시장과 교류할 수 있을 것이다. 태평양의 관문도시 부산 시장과 유라시아로 뻗어가는 교두보 도시 나선 시장이 회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5. 글로벌 북조선
북조선은 싱가포르의 스마트 거버넌스를 학습할 필요가 크다. 조선노동당은 인민행동당의 실력주의와 실용주의를 익힐 필요가 많다. 평양시와 원산시, 나선시, 신의주시 등등 주요 도시들 또한 싱가포르시의 혁신을 배울 일이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큰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스라한 추억만으로 남겨두지도 말아야 하겠다. 북조선이 국가적 차원에서, 도시적 수준에서 단번에 도약하는데 긴히 참조해야할 학습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중국의 주요 도시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수많은 국가와 도시의 미래전략을 컨설팅하고 자문한 노하우까지 축적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를 권장한다.
자력갱생, 나 홀로 고군분투는 이미 충분하다. 고난의 행군, '독립' 운동(independence)은 식민(dependence) 상태에서나 유의미하다. 앞으로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 요체이다. 네트워크가 많아지고 깊어질수록 살림살이 형편도 나아진다. 곧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후 남쪽의 행보가 마땅치 않았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금 움츠러들고 쪼그라들면 곤란하다. 그럴수록 중국의 입김만 강해지고 러시아의 뒷배에만 의탁해야 한다. 자문자답으로 그치지 말고, 널리 자문을 두루 구해야 한다. 두드리는 자에게 길이 열리는 법이다. 도움을 많이 청할수록 자생과 자활의 여지가 도리어 커지는 법이다. 싱가포르만큼 요긴한 자문처가 없다고 할 것이다. 전방위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유치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했던 리센룽 총리가 2022년 2월 총리직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그룰 북조선의 글로벌 정책자문으로 모시는 파격도 시도해봄직하다. 부디 30대 남매 지도부의 싱가포르 견문을 잘 살려나가기를 바란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의 북조선으로 도약하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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