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평양은 분주하다. 1월에 제8차 당대회, 2월에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와 내각전원회의 확대회의, 3월에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잇따라 열려 이목을 사로잡았다.
제8차 당대회 개최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린 것은 이례적이었다. 2016년 5월의 제7차 당대회 이후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회의가 열린 것은 1년 5개월이 지난 2017년 10월이었다.
2016~17년 17개월 만의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에 비하면 올해 초 당대회 이후 한 달만의 중앙위 개최는 '비상한 정치계절'을 보여준 것이었다. 혹은 1월 초 당대회(5개년계획 확정)와 한 달 내 5개년계획의 첫해 계획 수립이라는 '제도화' 트렌드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비상한 정치계절의 상징이든지 제도화의 일환이든지 간에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조선로동당 창건 이래 처음으로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를 연 이유는 무엇일까? '전환기' 경제정책의 실행에 있어서 전당적, 국가적인 과업 제시와 긴장감이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국면이지만 올해에 자력갱생으로 경제성장과 인민생활의 향상에 성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으로
북한은 2013년 3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했고, 2016년 5월에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이 노선의 견지를 천명했다.
북한은 2018년 4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어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을 선포했는데, 이 노선의 바탕에는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 성공으로 핵무력건설을 사실상 완성했다는 자신감과 함께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은 북한의 경제정책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고, 이 노선이 성공을 거두면 고속 경제성장에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은 예견한 것 같다.
그러나 정세는 여전히 유동적이었고, 계획과 실제는 달랐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2월 사이에 전개된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은 북한이 기대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12월 말에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소집해 정면돌파전을 제시하고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총력전을 호소했다. 이러한 대내외 정치과정은 모두 김 위원장의 진두지휘로 이뤄진 일이었다. 당-국가체제인 북한에서는 국가와 인민의 운명과 관련된 모든 결정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처리한다는 것을 역동적으로 보여주었다.
정면돌파전에 실패한 평양은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가?
그러나 2020년의 코로나19 방역사태는 정면돌파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1월에 제8차 당대회를 개최했으니 중앙당 내부의 분위기는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북한 내외의 시선이 당대회에 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평양은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현실주의자였다. 제8차 당대회에서 경제 구조 및 관리의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재편성으로, 과학기술발전에 의거한 자력갱생으로 대북제재에 대해 버티면서 '때를 기다리며' 기반을 다지겠다고 한 것이다.
김정은 지도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며 '전환기' 경제의 바퀴를 굴리면서 '정세의 변화'를 예의 주시할 것이다.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경제 '전환기'를 준비하고, 때를 기다렸다가 고속성장에 나선다는 심사숙고를 5개년 계획에 담으려 했을 것이다.
제8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채택
조선로동당은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1월 5월부터 12일까지 제8차 당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채택된 사실은 국내외 언론에 보도됐다. 국내 언론은 북한의 현 시기 경제전략과 정책지향 등을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는데 이는 북한 경제동향에 관한 관심 부족일 수도 있고 오랜 관행일 수도 있다. 향후의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깊이 생각한다면 북한의 경제동향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김정은 당위원장은 첫 3일 동안 개회사와 사업총화보고를 발표했고, 마지막 날 당 총비서로서 결론을 내렸다(그는 개정된 당규약에 따라 1월 10일 총비서에 추대됐다). 그의 개회사‧사업총화보고‧결론에는 북한경제의 '전환기'에 어떤 정책을 전개할지의 포인트들이 모두 담겨 있다.
당대회의 이러한 관행은 김일성시대부터 시작된 것이다. 국내외 북한전문가들이 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 분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보고가 북한정치를 이해하는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김 총비서는 결론에서 "이번 당대회에서 그 어떤 요란한 구호를 내드는 것보다도 우리 당의 숭고한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이 3가지 이념을 다시 깊이 새기는 것으로써 당 제8차대회의 구호를 대신하자는 것을 제기합니다"라고 했다. 이민위천(以民爲天), 일심단결, 자력갱생은 정책의 지향과 방법론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3가지 코드이다.
이 세 가지 중에 이민위천과 일심단결은 오랫동안 북한사회를 지배해온 정치적 코드였고 자력갱생은 경제원칙이었다. 이민위천은 김정일시대에 김일성주석의 정치철학으로 강조된 바 있고, 이 표현은 김일성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도 등장한다. 그가 항일무장투쟁에 나선 첫 시기부터 이민위천의 철학을 생명으로 여기며 조국광복을 위해 투쟁했다는 것이다.
이민위천은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이념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김정일시대가 '선군정치'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김정은시대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가 구현되는 시대라는 것이 조선로동당의 설명이다. 이것은 제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에도 반영되었다.
일심단결은 조선로동당이 1980년대 중반에 수령-당-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그 핵심적인 정치자산으로 자리를 잡았다. 1980년대 말~90년대 초반에 일어난 구소련‧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서도 북한은 일심단결의 정신적 유대 덕분에 정치적 위기를 겪지 않을 수 있었다.
북한이 당시에 '일심단결의 정치'를 강조했음은 북한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해 많이 알려져 있다. 김정일시대 초기에 경제난이 심각하여 민심이 어지럽던 시기에 '고난의 행군'으로 이를 이겨내는 과정에서도 일심단결은 거듭 강조됐으며 선군정치에서는 군민(軍民)일치운동의 밑바탕이 되었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는 '혁명의 대(代)'가 바뀌는 시기에는 일심단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다.
자력갱생은 1950년대부터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노선을 지탱하는 정치적, 철학적 가치로 중요시된 바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의 기원을 항일무장투쟁 시기에 만들었다는 '연길폭탄'에 빗대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해왔다. 자력갱생은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자강력제일주의로 발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이민위천은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자력갱생은 자강력제일주의로 표현될 때가 많아졌다.
세 가지 지향 1 :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같은 말도 시대에 따라 새롭게 읽힐 수 있다. 이민위천에는 인민대중제일주의의 정치사회적 지향과 경제적 지향이 모두 담겨 있는데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는 간단히 말하면 인민생활의 향상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과 식량‧소비재 생산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5개년계획(2021~25년) 곳곳에 '경제판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반영되어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의 일심단결은 당세도와 관료주의‧부 정부패와의 전쟁, 기관본위주의‧보신주의 타파를 지향한다. 당기관이나 군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특수기관들이 알짜 기업을 보유하고 독점적 수익을 거두는 현실을 구조 조정하려는 것이 단위특수화‧본위주의와의 전쟁이라는 이름하에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 그 결과 내각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게 될 것이다.
경제 전반에 대한 내각의 지휘통제권을 살리는 일에서 양 측면이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는 내각(국가)의 경제조직자(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을 높이는 것이다. 김 총비서는 결론에서 "당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서는 생산자대중이 생산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자신의 일로 여겨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경제에서 '평등주의'가 작동되어야 하며, 이것은 일심단결을 가로막는 모든 요소와 투쟁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수령-당-인민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내세우며 '무조건' 일심단결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것만으로 효과를 기대할 때는 이미 지났는지도 모른다. 북한 사회가 일심단결의 정치사회적, 경제적 지반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자력갱생은 오랜 경제구호이자 전략이었다. 김 총비서는 새로운 전망계획기간(2021~25년)의 자력갱생은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는 자력갱생‧자급자족이라고도 했다. 생산단위(공장‧기업소)와 지역단위(도‧시‧군)의 자력갱생을 중시하던 종래의 생각을 뛰어넘어 '국가' 차원의 자력갱생을 중시하겠다는 것에는 나름대로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5개년계획의 전 기간을 자력갱생으로 버티겠다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에 따른 '결전의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북한은 이번 제8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지금까지 원료‧자재의 국산화‧재자원화 수준에서 자력갱생을 다루는 것을 넘어 '국가계획' 차원의 자력갱생을 생각하고 있다. 국가계획의 수립과 집행에서 수출입의 긴장을 잊지 않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과학기술과 자력갱생을 결부시키려는 노력은 오래된 일이었다. 현 시점에서는 과학기술과 생산의 '결합'을 모든 경제영역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당대회 결론에서는 과학자‧기술자들과 생산자들 사이의 '창조적 협조'를 강화하는 과업이 강조됐다. 과학기술발전에 의거하고 산학연(産學硏)의 협동을 중시하는 자력갱생이야말로 생산성을 높여주는 마스터키로 인식하는 것이다. 자력갱생을 국가‧계획‧과학기술의 3차원에서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은 자력갱생에 보다 체계적인 이론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의 재해석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의 개회사는 심상치 않았다. 그는 5개년전략(2016~20년)의 목표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5개년전략 기간의 경험‧교훈‧오류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총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대로 방치해두면 더 큰 장애로, 걸림돌로 되는 결함들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단호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년전략에 대한 평가에서 '미달'에서 출발해 '분석 총화'를 거쳐 '대책 수립'에 이르는 과정은 변증법적 논증을 보여준다. '미달' 보도를 접한 외부의 언론들이나 전문가들은 '5개년전략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개회사의 중점은 그 다음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은 '깊이 있는 분석 총화'와 '단호한 대책 수립'이었다.
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미달' 한 마디로 당대회를 긴장시켰다. 그는 '새로운 도약기‧고조기'를 맞이하려면 △당 사업의 실속 있는 실행 △올바른 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업총화보고는 이전의 여느 당대회처럼 올바른 노선과 전략전술적 방침들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집권당에서는 비판(상호비판)과 대안 제시가 일상적인 정치행위이다. 그들에게는 일상의 하나인데 '비판'에 놀라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거나, 그 '형식'(당의 수반의 사업총화보고)에 주목하지 않고 변화의 동력이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는 것은 모두 김 총비서의 의중과 거리가 있다. 사업총화보고는 당대회 3~6개월 전에 중앙당에서 그 원고를 숱하게 다듬은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당대회 앞두고 '비상설중앙검열위원회' 가동
경제 '전환기'는 솔직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김 총비서는 개회사에서 당대회를 앞두고 4개월 동안 진행했던 일을 공개했다. 하나는 '비상설중앙검열위원회'의 조직과 파견, 실태 요해, 현장 노동자‧농민‧지식인 당원들의 의견 청취 등이었다.
모든 현장에서 '아는 것이 많은' 지식인 당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는 것은 노동자‧농민 당원들의 의견청취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검열위원들은 각자가 파견된 현장에서 지식인 당원들에게 문제점과 대안을 청취했을 것이다. 그 청취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뜨끔'한 간부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된다면 쇄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북한에서도 시대가 바뀌어 중앙당에서 내리 먹이는 방식으로 당 간부들과 당원들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이제 옛 말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제8차 당대회에서 권한이 확대된 당중앙검사위원회가 이번에 비상설중앙검열위원회가 수행한 기능을 담당해나가겠지만, 검사위원회가 노동자‧농민‧지식인 당원들의 의견 청취가 1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시그널을 준다면 그것 자체가 각 부문‧단위의 간부들의 전횡 또는 보신주의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다. 각급 당조직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이번처럼 널리 청취한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요해검열소조'들의 도(道) 파견과 실태 파악, 내각 성(省)‧중앙기관 파견 및 진상 조사 등이었다. 검열소조들의 도 인민위원회와 내각 성‧중앙기관 파견은 이전에도 자주 있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검열소조들의 진상조사 등이 제8차 당대회 직후의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 있었던 내각 상(相)들의 대대적인 교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중요하다.
상들이 교체된 뒤에 국장급 인사도 대대적으로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요해검열소조의 '진상조사서'가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및 간부부의 인사자료로 보충되었을 개연성이 있다.
당 조직지도부와 간부부에서 경제 간부들에 대한 정밀 파악의 중요성이 이번에 새삼 부각됐을 것이다. 이 과정은 도 인민위원회와 내각 성‧중앙기관들의 간부 연경화(年輕化)에 영향을 줄 것이다. 요해검열소조의 파견은 도와 내각의 실태 파악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김 총비서는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를 사흘 동안 계속했다. 보고는 늘 그래왔듯이 첫 부분에서 '총결기간'(2016년 5월~2020년 12월)의 성과를 다루었다. 그는 지난 5년간을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의 구현'으로 규정했다. 정치 중심으로 상황을 분석하면 그다지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경제에서는 자력갱생 전략과 사회주의원칙 고수를 앞세우고 이어서 각 경제부문의 성과를 간단히 언급했다. 경제에서 성과 '미달'이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고, 이 변화의 핵심은 경제구조 조정과 경제관리 개선을 전면에 내거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이전 5년간의 경제성과와 교훈 찾기
경제성과에서 그나마 인상적인 것은 △건설부문에서 나라의 면모를 크게 일신시킨 것 △농업에서 과학농사‧다수확열풍을 세차게 일으킨 것 △금속‧화학공업에서 주체화‧자립화 실현을 위한 돌파구가 열린 것 △경공업에서 인민소비품의 질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한 것 등이었다. △국토환경부문에서 100여만 정보의 산림이 새로 조성된 것 △과학기술부문에서 국가중점대상과제들을 포함한 가치 있는 과학기술성과들과 발명들이 발표된 것 등도 거론됐다.
김 총비서는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원칙'을 사업총화보고에서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19 방역, 자연재해 등의 어려운 객관 요인이 있었지만 그 핑계를 대지 말고 주관 요인을 중심으로 문제를 다시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주체적 요인에 대해 세 가지를 밝혔다. 이전의 5개년전략에서 왜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는지의 구조적 문제점이 이 세 가지에서 확인된다. 첫째, 5개년전략이 과학적인 타산과 근거에 기초해 똑똑히 세워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계획은 '과학적인 타산과 근거'에 기초해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계획 수립 자체의 문제점이다.
둘째, 과학기술이 실제로 나라의 경제사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기술과 경제사업이 따로 놀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셋째,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를 정비 보강하기 위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합리한' 경제사업체계와 질서의 내용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를 정비‧보강하는 사업은 새로운 5개년계획에서 핵심문제로 부각되었다. 이 세 가지 혁신과업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다음 단계에 진입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했다. 제8차 당대회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경제전환기에 혁신과업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총비서는 주체적 요인을 지적한데 이어 그 교훈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지금까지 만연되어온 그릇된 사상관점과 무책임한 사업태도, 무능력을 그대로 두고서는 그리고 지금과 같은 구태의연한 사업방식을 가지고서는 언제가도 나라의 경제를 추켜세울 수 없습니다." '언제가도'는 직설적이면서 심각한 지적이었다.
새로운 5개년계획 기간에 △그릇된 사상관점 △무책임한 사업태도 △무능력 △구태의연한 사업방식 등을 혁신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었다. 당‧정 지도부에게는 '정말 이제부터는 잘해야 한다'는 호소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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