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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는 효과 있다?...北민간소비 피해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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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는 효과 있다?...北민간소비 피해 크지 않아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대북 제재와 북한경제 (1)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장기화되고 코로나19 방역사태가 두 해째 되면서 북한이 '고난의 행군' 때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결론을 앞세우면 지금의 북한경제는 1990년대 중반과는 다르다.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5개년 계획의 첫해 목표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대북 제재가 경제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다. 대북 제재가 더 장기화되면 '전환기'의 북한경제에 타격을 줄 수는 있다. 대북 제재가 경제의 어떤 부문에 영향을 미칠지를 점검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에 의한 대북 제재가 북한의 경우처럼 다방면적이고 장기화된 예는 별로 없었다. 제재의 범위는 포괄적이고 촘촘하다.

대북 제재 결의안은 북한이 1993년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면서 처음 채택되었다(결의안 제825호). 그 뒤 두 개의 결의안(제1540호, 제1695호)이 있었고, 북한의 제1차 핵실험(2006년)에 대한 결의안 제1718호, 제2차 핵실험(2009년)에 대한 결의안 제1874호가 채택되면서 대북 제재는 북한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북한 적대시정책에 의한 봉쇄에 이골이 나 있던 북한이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미국에 의한 봉쇄와는 다른 것이었다. 유엔 회원국은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이행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은 그 '강제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중요 결의안의 내용을 요약하면 <표>와 같다.

▲ 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수출입 제한, 해외노동자 제한, 선박 및 항공 차단 등

결의안의 대북 제재를 보면 북한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기 위해 수출입 제한(분야 및 금지품목 확대), 합작사업 금지, 금융서비스 제한, 해외노동자 제한, 선박 및 항공 차단 등으로 점차 강화한 것을 알 수 있다, 2016년의 결의안 제2270호를 기점으로 '대량살상무기 관련 스마트 제재'에서 '북한경제 전반에 타격을 주는 포괄적 제재'로 그 성격이 바뀌었음이 확인된다.

다른 나라가 이러한 제재 하에 놓여 있었더라면 국가적 존망의 위협을 느끼고 진작 백기를 들었을 것 같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를 건설한다면서 1950년대 이래 줄곧 경제의 자력갱생을 유지해왔고, 이것은 어느 정도 제재를 견디게 하는 자생력의 밑바탕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수출입 제한 등이 북한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립경제국가의 특성으로 보아 북한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제재를 견뎌내겠지만 제재로 인한 피해는 점점 늘어나 북한 인민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대북 제재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 "구체화 어려워"

북한경제와 대북 제재의 상관관계에 대해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다양하게 연구해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지되거나 더 강화된다면 북한경제는 어떤 상태에 놓일 것인가. 이것은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북중관계에 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다만 대북 제재에 따른 영향을 평가하는 데 직관적 도움을 주는 통계지표나 조사 자료는 뜻밖으로 별반 없는 편이고, 그 피해를 구체적으로, 정밀하게 계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 경제정보는 이처럼 구멍이 숭숭 나 있고, 그들 내부의 경제사정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부족한 상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이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2016~20년)에 심각한 장애물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대북 제재에 따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침묵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앞으로 한반도 정세가 완화되어 평화체제가 논의될 즈음이 되면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에게 2006년 제1718호 이후의 모든 결의안에 따른 '피해 청구서'를 내밀지도 모른다. 북한은 과거에 한국전쟁과 그 이후 미국으로부터 입은 피해액을 산출해 공개한 적이 있다. 그것은 고통과 피해에 대해 명백한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는 시그널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이 2010년 6월 24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북한에 끼친 피해액은 총 64조 9598억 5400만 달러라고 한다. 여기에는 북한이 1945년 9월 8일부터 60년 간 미국으로부터 입은 모든 인적‧물적 피해가 포함됐다고 한다(<통일뉴스>, 2010년 6월 24일 자).

북한경제와 대북 제재의 상관관계를 둘러싼 국내 북한전문가들의 진단과 견해는 다양하다. 분석의 스펙트럼은 여러 갈래로 나눠진다. 전문가들이 최근 3년 이내에 통일연구원의 보고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문지를 통해 발표한 글 20여 편에 나타난 분석을 정리해 소개하고 필자의 생각을 밝혀보려고 한다(전문가들의 글의 출처는 생략한다).

대북 제재의 영향이 "크다"와 "크지 않다"

첫째, 북한경제에서 '시장화'가 상당히 진전되어 있고 대외무역 의존도는 심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북 제재로 인한 무역 감소의 충격은 크고, 따라서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이 지적과 관련하여 북한에서 '시장화'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북 제재가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분명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생필품이 판매되는데 대북 제재로 인해 소비재 수입이 상당히 줄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입 감소는 2018년 이후 나타나기 시작해 2019년과 2020년에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무역통계로 확인된다. 다만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대북 제재의 영향이 "크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둘째,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여러 가지 '경제개혁' 조치가 있었고 이에 따라 북한경제가 일정한 내구력(耐久力)을 갖게 되었고, 따라서 대북 제재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적과 관련하여 김정은 집권기에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의 병진노선(2013년)에서 출발해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2018년 4월), 정면돌파전(2019년 12월)으로 이어지는 '전략적 노선' 하에 북한경제의 새 흐름이 뚜렷해진 것은 사실이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비롯한 다양한 혁신 조치를 '경제개혁' 조치라고 단정하는 것은 북한의 생각과 다른 면이 있다.

북한경제가 고난의 행군 이후 지난 20여 년 사이에 '일정한 내구력'을 갖게 됐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 제재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섣부른 면이 있다.

수출입 금지조치 해당부문과 그 외의 부문

셋째, 수출입 금지조치가 취해진 부문은 영향을 받았지만 그 밖의 부문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대북 제재는 주로 광업‧중화학공업 부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식량, 에너지 수급 등의 면에서 북한이 그런대로 버티고 있어 1990년대와 같은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일반상식에 근접한다. 광업‧중화학공업 부문의 부정적인 영향은 '확대'의 위험을 안고 있다. 수출입 금지조치 밖의 부문은 지금은 영향을 크게 받지 않다고 하더라도 산업 간의 연관 고리를 감안한다면 점차 영향력의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다.

▲ 지난 2017년 9월 11일(현지 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AP=연합뉴스

대중 수출에서 광산물‧경공업 급감, 대중 수입에서 철강‧석유정제품 급감

넷째,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중국의 무역(북한 무역 전체의 90% 이상 차지)이 급감하는 가운데 광산물과 경공업(위탁가공 의류제품)의 대중 수출, 중공업(철강, 석유정제품)의 대중 수입이 급감했다는 지적이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광업‧수산업‧섬유산업의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철강 및 금속제품 수입이 금지됨에 따라 건설업, 기계산업 등 관련 산업의 생산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 외의 산업용 자재들인 플라스틱‧고무‧화학공업제품 등 수입규모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지 않았거나 증가하고 있어 제재의 영향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소비재는 가전제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공급이 위축되지 않았다. 북한의 대중 원유수입은 대북 제재 이전 수준이 유지되고 있고, 농림어업과 경공업의 중간재 수입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중 무역통계(중국해관 자료)에 근거한 이상의 사실은 북한의 경제부문별로 대북 제재가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수출용 무연탄‧철강석 생산업체 및 연관 업체에 치명타

다섯째, 대북 제재는 수출용 무연탄‧철광석 생산업체 및 연관 업체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의류나 수산물과는 달리 수출용 무연탄은 국내시장에 판매하면 낮은 가격 때문에 생산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발전소 등 국영기업체에 판매할 경우 국정가격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미 생산된 물량은 사회주의물자교류시장이나 기업 간 거래로 팔아야 하겠지만 추가 생산은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추가생산을 포기하면 수출용 갱도의 폐갱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철광석은 국내시장에 판매할 수 없어 생산된 물량은 야적(野積)되고 추가 생산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수용 무연탄‧철광석 생산업체도 제재의 피해를 입게 된다(무연탄은 발전과 제철부문 공급, 철광석은 제철부문 공급). 이 업체들도 생산물의 일부를 수출해 운영자금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 제재는 수출용만이 아니라 내수용 무연탄이나 철광석 생산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무연탄과 철광석 수출 제재는 발전‧제철 등 내수용 산업에 긍정적 효과를 줄 가능성은 있다. 이 효과는 철광석보다는 무연탄이 훨씬 크다고 한다. 석탄은 무연탄과 달리 공급량이 증가해도 발전량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철광석은 수출이 감소하면 코크스 수입이 동반 하락해 제철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것이 '주체철'의 성과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의 장기적인 우려를 갖고 있는 북한

여섯째, 북한은 대북 제재에 대해 앞으로의 파고(波高)를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지적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유엔안보리의 2016년 이후 대북 제재 결의안 5건의 해제'를 의제로 내놓았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당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장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 제재 결의안 11건 가운데 2016~17년에 채택된 5건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일부 항목을 먼저 해제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반대급부로 영변 핵시설의 폐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이 이 의제를 내놓았던 것은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대북자세를 전향적이라고 오판했기 때문이었고, 그 뒤 북한에서 당‧정 외교책임자들의 판단착오에 대한 심각한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적에 호응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중 무역액이 대북 제재의 파급효과를 잘 설명한다고 말한다. 2018년 대중 무역액은 24.6억 달러로, 2017년 49.8억 달러에 비해 약 50% 감소했고, 2016년 58억 달러에 비해 약 60% 감소했다.

북한의 대중 수출액 감소는 더 심각하다. 2018년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2017년 16.5억 달러에서 약 87% 감소한 2.2억 달러였고 2016년에 비해 92% 감소했다. 수입은 2017년 33.3억 달러에서 약 33% 감소한 22.4억 달러를 기록했다.

북중 무역액을 기준으로 할 때 대북 제재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해는 2018년이었다. 2019년과 2020년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견됐다. 김 위원장은 이런 통계를 이미 보고받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중간 국경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0년 4월 19일 북중 접경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丹東) 세관. ⓒ연합뉴스

물가와 환율의 안정세는 지속

일곱째, 대북 제재의 강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물가와 환율은 대체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다. 시장의 주거래 품목인 식료품의 가격은 '무역충격'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산업용‧수송용 기기 및 정제유 등의 수입을 제한하면서 식료품과 일반소비재는 제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대북 제재 강화 이후 식료품 및 농업 중간재 수입은 증가했고 소비재 수입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북한 시장의 환율도 안정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물가를 상승시킬 만한 요인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9년까지 안정세를 유지하던 시장 물가와 환율은 2020년 상반기에 변동성이 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 쌀‧휘발유 가격은 2월 초~4월 말에 급등한 뒤 하락세로 전환했다. 시장 환율도 2~4월에 상대적으로 급등락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코로나19 방역사태로 출입국관리 강화에 따른 무역 감소, 생산활동 위축에 따른 영향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시장 물가는 6월 이후 안정세를 유지했다. 환율도 2~4월에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5~6월에는 안정화 추세를 보였다. 그 뒤는 분석자료로 확인해보지 못했지만 물가와 환율이 대체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에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사태가 북한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방역체계의 취약성을 우려해 국가 간 인적 왕래뿐 아니라 물적 교류도 차단했기 때문에 충격의 여파는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지속되는 2021년에도 북한의 경제사정은 여의치 않겠지만 코로나19의 국내외 동향으로 보아 하반기에는 안정세에 접어들 전망이고, 북한경제도 회복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5개년전략에 타격을 준 대북 제재

여덟째, 북한의 5개년 전략(2016~20년)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이유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에서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16~17년에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강화했고 2017년 12월의 결의안 제2397호가 5개년전략의 집행에 결정적 장애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제2397호는 유엔 회원국들이 기계, 금속, 전기‧전자, 수송기기 제품을 북한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북한의 국가적 투자사업에 해당하는 기계와 금속 부문에서의 자본재의 수입 중단이 국가사업에 차질을 빚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유념할 대목이다.

이를테면 북한은 탄소하나화학공업의 창설과 관련해 중국에서 개발된 석탄화학 기술과 설비의 수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안남도 순천에 건설 중인 석탄가스화 공장은 베이징의 칭촹진화과학기술유한공사(淸創晉華科技有限公司)의 기술을 채택했다고 하며, 2019년에 생산을 개시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순천 석탄가스화공장은 대북 제재로 인해 건설 일정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탄소하나화학공업 프로젝트의 지연은 이런 사정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의 사례 외에 여타 산업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경제노선에 따라 기계설비의 국산화에 노력했기 때문에 대북 제재 이전에도 북한의 수입 전체에서 기계류 수입의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다만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일부 설비와 부품은 수입해야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기계류 수입이 대폭 증가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이는 경제발전전략의 추진에 기계류 수입이 필요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북 제재 결의안은 2018년부터 기계류 수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5개년전략에서 예정했던 국가프로젝트 일부에 차질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2008~2017년 무역통계를 전체적으로 보면 전력부문에 사용되는 각종 설비‧부품(발전기, 전동기, 소형 발전장비, 변압기, 보일러, 수력터빈, 태양광 패널, 전선 및 케이블, 배전기반 등)의 수입이 크게 늘어났다. 이것은 발전소 건설과 설비 현대화, 송배전망 현대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2018년 이후 이들 품목의 수입 중단은 전력공급 확대 프로젝트에 차질을 초래했을 것이다. 수입 중단 사태로 인해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가 어려워져 전력공급의 현 수준의 유지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있다.

지난 2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전력부문의 2021년 계획이 2020년 전력생산량보다 낮게 잡혀 비판을 받았던 배경에 기존 시설의 유지‧보수에 문제가 있었던 점 때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비부문에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어

한편, 한국은행의 추계에 따르면,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은 2017년(-3.5%)과 2018년(-4.1%)에 연속으로 감소했다. 2019년에는 GDP가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이 예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수출부문의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은 크지 않았다.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 수입은 예년 수준으로 이루어졌고 기상 여건이 나쁘지 않아 농업생산이 양호했던 점 등이 그 원인이었다고 한다.

2019년까지 소비부문이 받은 충격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가전제품 등 일부 내구 소비재를 제외한 소비재 대부분은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소비재 수입은 제재 하에서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인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제재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2020년의 코로나19 충격

북한은 2020년 1월 말에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했다. 코로나19 국면의 장기화는 북한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된다. 코로나19의 충격 속에 중간재와 소비재 수입이 지장을 받고 있다. 2020년에 재고를 활용하거나 국내 생산으로 대체했다고 해도 생산과 소비의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의 방역은 사활적인 과제이지만 대중 수입 감소가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대중무역 봉쇄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을 것이다. 북한 정부는 이를 고려해 5월 이후에 완전봉쇄 정책에서 부분적인 변화를 주었다. 국경봉쇄 이후 노동집약도가 높은 임가공 상품의 수출이 중지되고 이에 따라 주민소득이 저하되고 구매력이 하락되는 사태에 접하고는 완전봉쇄정책을 오래 끌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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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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