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참사의 원인을 철거민들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자, 당 지도부 인사들이 일제히 수습에 나섰다. 오 후보가 전날 유감을 표하면서도 '일부 언론'의 보도를 탓한 데서 한 발짝 더 물러난 모양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중앙선대위 상임부위원장은 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후보의 용산참사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라는 질문을 받고 "오 후보 측에서 나중에 사과도 했고 그런 뜻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좀더 세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비판적 언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선거 때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도 각별히 주의하고 또 누구에겐가 상처를 입힐 수 있는 말들은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용산참사를 둘러싸고 시각들이 두 가지 점이 있을 수 있으나, 시장을 하려고 하면 상처를 입은 분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주 원내대표는 '이것이 표심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보시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울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신환 전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출연해 "(오 후보의) 용산 발언의 경우는 사실상 갑작스러운 질문에 후보가 실수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오 공동선대위원장은 "본인이 어제 사과를 드렸고, 전체 맥락을 보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하다 보니 그런 측면이 있었다고 말씀을 드리는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경찰의 과잉 진압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사태의 책임을 임차인에게 돌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선대위 총괄본부장인 하태경 의원은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오 후보가 (시장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오 후보가 아주 잘하고 문제가 없어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당이나 오 후보 쪽이나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이겼기 때문에 민심에 대한 고려 없이 함부로 말한다거나 이렇게 되면 언제든지 역풍은 불 수가 있다"고 경고했다.
하 의원은 "저희가 계속 뒤지기만 하다가 최근에 계속 (여론조사에서) 이기니까 해이해진 모습이 좀 있는 거 아니냐 하는 반성을 해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이번에도 용산참사의 현재적 시점에서의 본질은 과거의 아픔을 어떻게 다 달래고 우리 국민들이 하나가 돼서 갈 것이냐인데, 오 후보가 어쨌든 바로 그런 것을 깨닫고 자기 입장을 바꿀 수 있는 것 자체가 아직 오 후보의 정신이 살아 있다, 오히려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는 말했다.
오 후보는 지난달 31일 관훈토론회에서 용산참사에 대해 "그 지역 임차인들이 중심이 돼서 시민단체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이 가세해 매우 폭력적인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며 "이 사고는 과도하고 부주의한 폭력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력 투입으로부터 생겼던 사건"이라고 말해 참사 발생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돌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되자 그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 번 분명히 하겠다. 그 분들 그렇게 참사를 당하시게 된 것, 정말 가슴아프게 생각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경위를 막론하고 공권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좀더 주의하고 신중하게 했다면 이런 사고가 재발(발생)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풀 텍스트, 제가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한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방송하고 인용한다면 그런 식의 공격은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과도하고 성급한 진압이 불러온 참사의 측면이 있었고, 그 점에 대해 당시 서울시장으로서 분명히 책임을 느끼고 죄송하다는 말씀까지 다 드렸는데, 그 부분은 생략된 채 앞부분만 보도되고 있다. 일부 언론에 의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오세훈, 용산참사 논란 '언론 탓'? 발언 전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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