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피해자들이 '폭력적 저항이 용산참사의 본질'이라고 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사과와 함께 후보직 사퇴를 촉구했다.
용산참사 유가족, 생존 철거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1일 2009년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년 전 여섯 명의 시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용산참사에 대한 오세훈 후보의 발언에 온몸이 떨려온다"며 "평범한 우리 가족과 세입자들이 '도심 테러리스트', '폭도'로 매도당했던 끔찍한 시간이 다시 떠오른다. 원통함에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던 355일의 고통이 후벼 파헤치는 것 같다"고 애통한 심정을 전했다.
참가자들은 "철거민, 세입자들은 테러리스트도, 폭도도 아니다"며 "레아호프, 삼호복집, 무교동낙지, 공화춘 중국음식점, 153당구장, 진보당 시계수리점, 한강지물포… 동네에서 수년에서 수십년 장사하던 임차상인들이었고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어 "땅 부자, 집 부자, 투기꾼, 건설재벌들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가족들과 땀 흘려 일궈온 생계수단을 빼앗으며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잔혹한 개발 폭력만큼 과도하고 잔혹한 대규모 폭력이 또 있나"라며 "그 잔혹한 대규모 개발 폭력을 자행한 오세훈 후보가 철거 세입자들의 '과도한 폭력'을 운운할 자격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2009년 1월 20일 용산참사 개발 폭력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며 "오세훈 후보는 지금이라도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가 용산참사 해결 위해 노력했다는 오세훈 후보 말은 거짓말"
이날 참가자들은 관훈토론회에서 오 후보가 '용산참사 당시 서울시가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용산참사 당시 사건 해결을 위해 애쓴 것처럼 말하지만 이는 거짓말"이라며 "당시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은 사인 간 문제라며 외면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심지어 용산참사가 일어난 후 장례기간에 서울시가 용산 4구역 개발 공사를 해 장례를 치를 때까지만 공사를 멈춰달라고 면담을 요청했는데 거절당한 일도 있다. 그래서 힘들게 부시장을 만났는데 '시간이 돈이다.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했다"며 분노했다.
자식들과 삼호복집을 운영했고 참사 당시 남편을 잃은 유족 김용덕 씨도 "오세훈은 단 한 번도 저희 유가족에게 사과를 한 적이 없다"며 "마지막에 협상이 끝난 뒤 분향소에 분향한 것, 그것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서울시장 TV토론을 보면서 저는 잠을 못 잤다"며 "제 힘으로는 뭘 할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돈 가진 시민만 위하겠다는 자가 지지율 1위, 죽고 싶을만큼 괴롭고 힘들다"
중국음식점 공화춘을 운영하다 망루에 올랐고 참사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생존자이자 고 이상림 씨 아들 이충연 씨는 "지금 제 뒤로 보이는 높은 건물은 제가 이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를 다니고 고등학교를 다니고 결혼할 때까지 없던 빌딩이었다"며 "지금 이곳에 40평 남짓한 아파트가 28억 원이라는데 제가 어렸을 적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산 동네 이웃들은 거의 아무도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서울시민이 28억 원짜리 집을 못 사면 서울시민 자격이 없어 외곽으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게 오 전 시장 개발정책의 본질적인 모습이었다"며 "28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는 그런 시민만 오세훈 후보의 서울시민인가"라고 물었다.
이 씨는 "돈을 가진 시민만 위하겠다는 자가 지지율 1위 서울시장 후보라는 현실이 죽고 싶을만큼 괴롭고 힘들다"며 "참사 당시 살인진압을 명령한 김석기는 또다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재선의원을 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씨는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은 그 죄를 뉘우치고 오세훈의 후보직을 박탈하고 본인들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약속하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서울시민 여러분께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서 오세훈을 제발 표로 심판해주시라"고 당부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이날 개관한 '용산도시기억전시관'을 방문했다.
방문 직전 이 국장은 "솔직히 이 전시관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조차 두려운 지경"이라며 "서울시장 후보들도 이 전시관을 방문하고 재개발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겠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새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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