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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12년, 서울시장 재도전하는 오세훈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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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12년, 서울시장 재도전하는 오세훈은 달라졌나

[기자의 눈] 규제완화를 통한 대규모 재개발 예고한 후보들

tvN 드라마 <빈센조>가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배우 송중기 출연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인 빈센조(송중기 역)가 조직에 배신당해 한국에 오면서 우연히 한국의 정관계를 주무르는 바벨 그룹과 싸우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눈에 띈 부분이 있다. 바벨 그룹이 소유한 건물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들이다. 바벨 그룹은 이 건물과 주변 건물을 허물고 정관계 로비에 사용할 주상복합 건물을 지으려고 한다. 빈센조는 세입자를 보호하면서 바벨 그룹의 이런 사업을 막기 위해 각종 편법과 꼼수를 사용한다.

2009년 1월, 다섯 명의 철거민 사망한 참사

용역 깡패들은 밤낮없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건물에서 장사하는 세입자를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이미 나간 세입자 가게에는 스프레이로 X자를 표시하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유도한다. 손님의 발길은 끊어지고, 남은 세입자들의 생계는 더욱 막막해진다. 누군들 이런 상황에서 장사를 하고 싶을까. 달리 갈 곳이 없으니 온갖 수모와 폭력에도 버티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물론 구청이나 경찰도 이들 편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등장한 빈센조는 구세주나 다름없다.

드라마를 보면서, 20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 참사를 떠올렸다. 경찰이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철거민들은 재개발에 밀려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그 건물의 옥상으로 쫓겨나 망루를 짓고 버텼다. 그리고 진압 과정에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전 서울시장인 이명박 전 시장(당시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받아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확대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터진 비극이었다. 대규모 재개발이 불러온 용산 참사는 인재(人災)였다.

오 전 시장이 초등학교 무상급식 반대에 시장직을 걸고 사퇴한 후 서울시는 대규모 재개발보다는 도시재생, 즉 소규모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물론 '개발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여러 비판도 제기됐지만, 적어도 뉴타운 재개발보다는 부작용이 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용산 참사 당시 현장. ⓒ빈곤사회연대

용산 참사 12년 뒤 서울시장 도전하는 오세훈

용산 참사가 있은 지 12년이 지난 2021년 4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이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그의 공약집을 살펴봤다. '서울 대개조, 뉴서울 플랜', '한강르네상스 시즌2 세계로 향하는 서해 주운'...한강에 유람선과 화물선을 풀어놓겠다는 것이다. '주택공급 가로막는 도시 계획 규제 혁파', '민간 재개발, 재건축 정상화' 등. 그간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었고, 이를 대대적으로 풀어주겠다는 공약이다. 특히 시장에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재개발 구역지정 기준을 낮추고, 용적률을 높일 뿐만 아니라 층수규제도 완화한다.

하지만 세입자를 겨냥한 정책은 전무하다.

물론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민주당도 다를 바 없다.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을 반대하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강남 지역에서만'이라는 전제하에 공공과 민간 참여형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 주도로 재개발을 하겠다는 정부 계획과도 상충된다. 물론 민주당은 지난 10년 '민주당 시정'의 '개발 억제' 흐름을 완전히 돌이키진 못할 것이다. 그래도 2008년 MB 당선 후 첫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뉴타운 공약 열풍에 편승해 각종 개발 사업 공약을 내놓다가 대패했던 민주당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시장을 한 번 해봤다는 오세훈 후보의 대대적 규제 완화 예고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규제 완화를 통한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정부의 2.4 대책과 보유세 강화, LTV 등 대출 규제 등으로 안정세를 찾아가는 부동산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무엇보다 규제완화를 통한 대규모 재개발을 예고한 서울시장이 실제 등장할 경우,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공정을 가장해 욕망을 풀어놓고 있는 희한한 '부동산 민심'의 핑계를 대고 서울은 또 다시 '개발의 소용돌이' 속으로 흘러가고 있다.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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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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