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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봄날? 2021년 '뜨거운 여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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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봄날? 2021년 '뜨거운 여름' 만들어야

[현안진단] 바로잡아야 할 세 방면의 접근 오류

접근 1. 북한, 정면돌파전 시즌2

2021년 1월 북한은 노동당 제8차 대회를 개최하고 자력갱생에 기반을 둔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채택했다. 아울러 화학공업과 금속공업을 핵심 산업으로 한 경제발전과 첨단무기 개발을 통한 국방력강화를 양대 목표로 설정했다. 획기적인 대남‧대미 제의는 없었으며, 비핵화 문제에 대한 입장변화도 읽혀지지 않았다. 새로울 게 없는 기존 정면돌파전의 시즌2인 셈이다.

문제는 자력갱생형 정면돌파전은 이미 실패한 전략이며, 정책적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석유수입이 제한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화학공업 발전은 난망한 일이며, 석탄을 기본원료로 하는 탄소하나화학공업도 수십 년째 '건설 중'인 것이 현실이다. 만성적인 전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금속공업에 필요한 코크스를 수입 대체할 방법도 없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양대 핵심산업 발전 목표 자체가 근본적으로 문제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 수중 및 지상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케트,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군사정찰위성' 등을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들 무기체계 보유는 미국과 러시아 등 군사강국에 해당되며,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된다. 당장 핵잠수함의 경우 중국조차 기술적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북한의 국력으로 단기간 내 개발이 가능하지 않다.

3월 15일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담화를 발표하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주도하는 대남강경책이 본격화되고 통일부의 대화상대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폐지될 경우 남북관계의 파국이 불가피하다.

비록 "앞으로 남조선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고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지난 해 6월 김 부부장의 예고대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사례가 연상된다.

한편 김 부부장은 미국에 대해서는 '잠 설칠 일'을 만들지 말라는 짤막한 경고로 끝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를 기다리면서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3월 17일자로 담화를 내고 미국의 대화제의를 일축하며 적대시 정책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최대의 압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3월 17일 서울 방문 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선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공하기 어려운 정면돌파전 시즌2를 고집할 경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 교착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며, 그 최대의 피해는 북한에게 돌아갈 것이다.

접근 2. 미국, 안정적 관리에 무게 실은 대북정책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라인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은 절제되어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월 상원인준 청문회에서 관련 질의에 대해 "대북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정책방향이나 전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월 2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도 블링컨 장관은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외교안보라인은 북핵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대북정책 재검토 단계에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성 김 동아태차관보 대행은 3월 12일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이 수주내 완료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북미 비핵화협상의 조기 본격화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 국무부는 2월 중순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북정책이 재검토단계에 있는데다 북핵 협상라인에 해당하는 동아태차관보는 대행체제였으며, 부차관보와 대북정책 특별대표직이 공석이었다는 점에서 구체성을 띤 대북 협상제의로 보기는 어렵다. 최선희 제1부상도 3월 17일 담화에서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라고 미국에게 다시 공을 넘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3일 공개된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Interim National Security Strategic Guidance)' 문건의 18쪽에 달하는 본문에서 중국 15회, 러시아 5회, 이란 4회에 이어 북한을 2회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외교안보라인 모두 미국의 최대, 최우선의 경쟁대상이 중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단계에서 북한문제는 바이든 행정부 대외정책의 우선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3월15일부터 18일까지 해외 첫 순방으로 일본과 한국을 방문했지만 주요 목표는 대 중국견제와 인도‧태평양 전략의 본격화를 위한 동맹체제의 강화로 보인다. 3월 18일 한미는 외교‧국방 2+2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우선 관심사임을 확인하고 동맹간 조율과 협력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블링컨과 오스틴 장관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의 핵심적인 미국의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특히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대한 불만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한중 경제관계 의존도가 큰 한국을 배려한 발언으로 보기 힘들다. 미국의 국방장관이 북핵 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적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한다.

블링컨과 오스틴 장관은 북핵 문제해결에 있어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현 상황에서 일본의 역할이 큰 것은 아니다.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을 견인하겠다는 의중이지만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맞춤형 협력을 견인하는 것도 쉬운 과제가 아니다.

결국 김여정 부부장과 최선희 제1부상의 대남, 대미 비난담화가 발표되는 상황에서 블링컨, 오스틴 두 장관의 방한은 북핵문제의 해결과 동맹 강화라는 원론적 합의를 남겼을 뿐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블링컨 장관, 문 대통령, 오스틴 장관. ⓒ연합뉴스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재검토 단계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모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을 포함해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은 대 중국 견제와 인도‧태평양 동맹체제 강화를 우선하는 상황에서 북한문제의 안정적 관리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3월 16일 미국 <NBC> 방송은 백악관 국가안보실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과 함께 대북제재를 둘러싼 행정부 내의 혼선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전략 중간 지침'에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할 위협이라며 한국, 일본과 협력을 통한 핵 위협 감소를 위해 외교관에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언급했다. 북핵문제 해결이 미국의 당면 현안이며 동맹과 연대해 외교적 해법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에서 북미관계는 이미 양자관계로 재편된 상황이며, 외교를 위해서는 창의적 해법의 모색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워싱턴에서 대북정책의 새로운 기류는 보이지 않는다.

접근 3. 한국, 북한을 인내와 양보로만 다루다

3월 8일부터 9일간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었으며, 여러 상황을 감안해 야외기동훈련이 없는 축소형 지휘소연습으로 치러졌다. 한국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전시작전권 환수를 위해 필수적인 완전운용능력(FOC)검증은 뒤로 미루어져 현 정부 임기 내 환수가 불투명해졌다. 훈련이 불완전하게 치러졌다는 점에서 성과에 의문이며,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연합훈련이 컴퓨터게임처럼 돼가는 것은 곤란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은 김여정 부부장을 통해 강도 높은 대남 비난담화를 발표했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이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직접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그냥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다고 북한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로 들어가고 있으며 이번 김여정 부부장이 언급한 조치들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남북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료되는 경우의 수도 우려되는 시점이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명분으로, 원치 않는 상황에서도 북한에 양보적 태도를 취해온 측면이 있다.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김여정 부부장이 주도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으로 당시 통일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대북전단 살포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법 개정까지 이뤄졌다.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접경지역에서의 적대행위는 중단되어야 한다. 남북공동선언에 접경지역의 적대행위 중단이 명시된 이유이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를 법으로 막음으로써 국제사회가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현 정부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유엔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마련했지만 한국 정부는 3년 연속 참여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한 우리 공무원 사건은 시신수습은 물론 사건 경위마저 오리무중으로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고 있다.

북한에는 5명의 한국인이 장기간 억류되어 있지만 정부가 이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 또한 북한인권법이 발효되었지만 북한인권재단이 가동되지 않는 등 사실상 미이행 상태에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의 본격화를 지시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핵문제가 북미 간 문제라며 우리를 배제해왔다. 그러나 전술핵무기는 단거리용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군사분계선 이남을 사거리로 한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핵위협을 공식화한 것과 다르지 않다. 북한은 여러 면에서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을 넘고 있다.

선이 분명한 정책의 필요성

양보를 통한 선의의 유도는 현 정부 대북정책 기조이며, 우리를 시험하는 북한의 냉전적 행태에 대해 인내한 이유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제는 보다 분명한 입장을 견지할 때다. 물물교환형 교역, 개별관광, 보건‧의료 협력, 그리고 인도협력으로 남북관계의 실타래가 풀어질 상황이 아니며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본격화도 불투명하다.

'3년 전 봄날'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2021년 뜨거운 한 여름으로 직행하는 충격요법식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당장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공개, 비공개 접촉 채널을 가동하고 국내외 인사를 활용한 특사의 방북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 수립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북미 실무접촉 재개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포괄적 합의에 기반을 둔 단계적 이행 방식과 행동 대 행동원칙의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해야 한다.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지속할 경우 보다 강력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나쁜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북한의 전술핵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에만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대응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핵안보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트럼프 정부에서 우리는 이미 동맹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안보가 얼마나 무기력한지 경험한 터다.

현 정부가 금년 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수세적이고 모호한 입장을 견지할 경우 외교안보와 경제적 고비용구조가 형성됨은 물론 부담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로 전가될 것이다. 북한을 최대한 견인해 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되 우리의 '전략적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해 둘 일이다. 이제 선이 굵고 분명한 정책을 실행해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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