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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국가'? 북한은 시장사회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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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국가'? 북한은 시장사회주의를 추구하지 않는다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북한경제의 특징과 역사적 변화 (1)

"북한 경제 '전환기' 읽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앞으로 매주 3회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북한 경제에 대한 정확하고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향후 원만한 남북 경제협력의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경제의 이미지는 '실패국가'로 굳어 있다. 1995~97년의 '고난의 행군'이 그 이미지를 고착시켰다. '북한붕괴론'이 나온 지 오래지만 북한경제는 어려움 속에서도 작동하고 있고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경제가 살아나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난의 행군' 같은 시련기를 겪은 국가의 경제는 되살아나기 힘들다는데 북한은 자력으로 25년 만에 경제정상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북한경제는 여전히 어렵고, 그들이 추구하는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은 아직 멀어 보인다. 북한의 <로동신문> 등이 보도하는 북한경제에 관한 토막 정보 및 사진(김정은 현지지도 등) 등과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 혹은 그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유튜브에 등장하는 북한 장마당 등의 실상은 그 격차로 인해 말문을 닫게 한다.

'고난의 행군'에서 경제 정상화로

북한은 2021년에 새로운 5개년계획을 출발시키며 경제의 정비전략․보강전략과 정리정돈에 나서고 있다. 이것은 이전의 5개년 전략(2016~2020년)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된 데 따른 반성(反省)을 반영한다(당시는 5개년계획이 아니고 5개년전략이었다. 5개년 단위의 경제계획을 세밀하게 수립하기가 여의치 않은 조건에서 5개년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고 각 연도의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던 것이다).

북한의 경제 간부들이 정치집회에서나 언론을 통해 '반성'하는 모습은 과거에 전혀 없었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방식과 강도가 달라 보인다. 북한은 올해 들어 전반적인 경제부문의 생산 정상화,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전도상국가들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시스템과 정책의 부조화 때문일 때가 많다. 경제정책과 방향이 적절해도 경제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경제성장은커녕 채무국가로 전락하기 일쑤다. 남한경제의 비약적 성장과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권 진입을 전 세계에서 경이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발전도상국가들이 경제성장에 성공하려면 정부의 주도적 역할, 적절한 경제정책 수립, 국가공무원들의 발전 의지와 실질적 기여, 관치금융의 효율적 운영, 기업성장의 다양한 모티브와 동학(dynamics) 등이 잘 맞아야 한다.

▲ 조용원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왼쪽)이 지난 2월 10일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 앞에서 당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서서 추궁당하고 있는 인사는 김두일 당 경제부장이다. 그는 11일 해임됐다. 지난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임명된 지 한 달 만이다. ⓒ로동신문

첫 경제관리 개선에서 20여 년 경과

북한은 남한경제의 비약적 성장을 지켜보았고, 자신의 경제적 잠재력을 어떻게 '성장' 동학으로 만들어낼 것인가에 노심초사해왔다고 볼 수 있다. 생각과 실행은 다른 법이다. 경제주체들이 강인한 발전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적절한 정책을 수립했는데도 변화와 성장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자신의 경제시스템을 돌아보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월의 제8차 당대회에서 "5개년 계획의 성패는 경제관리 개선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 한 마디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북한은 2002년에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시행하면서 경제관리 개선을 초미의 전략적 방향으로 삼았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경제관리 개선, 즉 국가 경제운영시스템에서부터 기업체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경제관리 시스템의 범위는 상당히 넓다.

분명히 20여 년 동안 노력해왔을 터인데 새로운 5개년계획의 성패가 경제관리 개선에 달렸다고 한다는 것은 시스템 곳곳에 제도적으로 미진하거나, 새로운 제도화가 필요하거나, 혹은 제도는 바꾸었는데 경제주체‧산업주체들이 그에 적응을 못하거나 하는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 다만 하루빨리 경제성장(북한에서는 '경제장성'이라 한다)과 인민생활 향상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북한 경제당국은 시간에 쫓기고 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이란 어떤 것인가?

북한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에 의해 운영된다. 이 시스템은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서부터 정부(내각)의 경제관리부서에 이르기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상정한다. 계획경제 시스템이 원형대로 잘 돌아가면 좋겠지만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외연적 성장기에는 생산량 중심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문제가 적어 보이지만 내포적 성장기에 들어서면 품질 제고가 중요해지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의 생산 현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된 지 오래다. 전자자동화 공업의 발전에 따라 기계설비의 구조가 바뀌었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작동하게 되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는 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마치 테일러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이 도태되듯이 시장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었다. 자본의 확대재생산 욕망이 끝이 없는 가운데 시장에서의 적자생존 논리는 '자유시장경제'의 이념과 가치로 포장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경제시스템 중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은 경제성장에 최상의 효율을 보여 왔고, 그 과정에서 숱한 패배자를 만들어내고 비인간적인 노동구조를 정착시켜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이 '나쁜' 제도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인간 존중'보다는 '경제효율'을 중시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다시 북한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 보자.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제도의 붕괴는 정치개혁이 경제개혁 속도를 추월하고 정치적 다원주의가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나라들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이 인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중국의 '시장사회주의'는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에 성공을 했고 인민들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농민공 문제, 소수민족문제, 빈부격차와 지역격차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점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북한은 (소련 및 동유럽의) 붕괴된 사회주의제도와 (중국, 베트남 등의) 변형된 사회주의(시장사회주의)제도 사이에서 오랜 세월 고민해왔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이 옳다는 판단 아래 앞으로도 이 시스템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북한경제를 이해함에 있어서 첫째 관문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이다. 계획경제시스템 앞에 사회주의를 왜 붙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계획경제'라 부르지만 북한의 공식문헌의 대부분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라 한다.

이때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에서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역사적 단계로서의 사회주의를 말한다. 북한은 자본주의단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반봉건사회로부터 사회주의로 이행한 나라이고, 발전된 자본주의국가에서 사회주의국가로 이행한 역사적 사례는 없다.

생산수단의 소유에 관한 헌법 규정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핵심적인 차이가 무엇일까. 경제부문에 제한해서 설명한다면 첫째로, 토지, 공장설비 등으로 대표되는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느냐, 국가․단체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북한은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를 제창하고 이를 경제시스템의 기초로 삼고 있다.

2019년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에서 수정 보충된 사회주의헌법의 제2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20조의 보충 설명에 해당하는 조항은 제21조와 제22조다.

제21조에는 "국가소유는 전체 인민의 소유이다. 국가소유권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나라의 모든 자연부원, 철도, 항공운수, 체신기관과 중요공장, 기업소, 항만, 은행은 국가만이 소유한다"고 되어 있다.

제22조에는 "사회협동단체소유는 해당 단체에 들어있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소유이다. 토지, 농기계, 배, 중소공장, 기업소 같은 것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할 수 있다. 국가는 사회협동단체소유를 보호한다"고 되어 있다. 생산수단의 소유 면에서 볼 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

개인소유는 있지만 지대(地代)수익은 절대 불가

북한에서는 소비재와 상속 등 부분적으로 개인소유를 허용한다. 헌법 제24조는 "개인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이다. 개인소유는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 혜택으로 이루어진다. 텃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과 그 밖의 합법적인 경리활동을 통하여 얻은 수입도 개인소유에 속한다. 국가는 개인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주의에서는 개인소유를 이처럼 제한하고 있다.

주택의 경우를 보면 개인은 국가로부터 주택배정권(사실상 평생 임차권)을 받는 것이고 소유권자는 국가이다. 주민들이 사정에 따라 주택배정권을 사고파는 경우가 있고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를 주택거래(매매)라고 설명한다. 아무튼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라는 공동소유권에 기초해 노동자들은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분배'로 생활비 등을 취득하는 구조인 것이다.

북한에서는 공장‧기업소의 업종에 따라 노동시간과 숙련도, 전문성 등에 따라 상세히 구분된 기준표에 의해 노동자들에게 생활비, 추가적 국가혜택 등을 지급한다. 다만 생산현장에서 각종 인센티브제도를 활성화하여 생산자 대중의 생산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이를 통해 '지대(地代)수익'을 얻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원칙적으로 모든 인민이 노동을 해야 생활비를 벌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평등이 실현된다.

북한이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헌법 제63조)를 사회구조의 기본정신으로 삼을 수 있는 바탕에는 경제적 평등이 놓여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이것은 '옳고 그름'이나 '가치'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경제에서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를 유념하지 않으면 현실 판단의 기초가 흔들릴 개연성이 높아진다. '지대수익'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경제운영은 자본주의 경제의 운영원리와 같을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주식, 채권(국채․회사채), 예금, 신탁 등 금융자산의 개인소유를 인정한다. 개인은 달러, 유로 등 외화를 축적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예금(외화 축적 포함) 이자를 받을 수는 있지만 부동산, 주식 등을 보유할 수 없다. 개인이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예금 제외)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주식시장에 해외펀드가 유입되는 중국의 시장사회주의와 비교해 보더라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경제가 운영된다.

자본주의경제에서의 계획과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차이

둘째로, 북한경제는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의 기반 위에서 계획경제로 운영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승리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실패한 경제시스템'으로 본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국가들도 '경제계획'을 수립하기는 한다. 경제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재정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모든 국가에서의 일반적인 경제과정이다.

그러면 이것과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각 경제단위, 공장‧기업소는 거의 대부분 국영기업체이고 협동농장은 사회협동단체 소유에 근간을 두고 있다. 시장경제에서는 일부 소수의 국영기업체를 제외하고는 기업체 대부분이 개인 기업이다. 시장경제에서는 개인 기업체(주식회사 등 포함)에게 각종 경제법령의 준수를 요구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경제당국의 관리의 주 내용을 이룬다. 통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체가 국영 또는 사회협동단체 소유이기 때문에 이 기업체들을 국가가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는 무산계급(프롤레타리아)의 이익을 실현하는 주체로 여겨지기 때문에 기업체들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합법화된다. 국가가 국영기업체를 통제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처럼 '생산의 무정부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국영기업체를 통제하지 않으면 각 기업체의 생산물 판매에 따른 수익을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배분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자본주의제도처럼 세금징수 등의 방법 외에는 통제수단이 없게 된다.

과거 유고슬라비아의 기업체에서 노동자 자주관리제도가 실행된 적이 있는데 '자주관리'는 프롤레타리아계급의 전체 이익을 대표하는 당-국가의 경제관리 방향과 배치될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주의사회에서도 '개인이기주의'는 언제든지 되살아날 수 있고 공장‧기업소들의 '본위주의'는 사회주의제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북한은 생각한다.

사회주의 경제계획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북한의 지향성이 중요하다. △생산수단의 사회주의적 소유에 의해 '착취가 없는' 근로인민대중의 사회, 집단주의 사회를 만들어나간다. △계획경제를 합리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확대재생산과 고(高)축적을 통해 끊임없이 생산력을 높여나간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 노동자와 농민의 계급적 차이 등을 없애나감으로써 생산력에 조응하는 생산관계를 형성해나간다. △'주체사회주의'의 완성 과정을 통해 보다 높은 단계의 사회주의사회로 이행해나간다. 북한은 자신들이 구상하는 역사발전 과정에서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에 대한 계획적 관리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1일 '시, 군들에서 지방공업을 발전시켜 인민생활향상에서 뚜렷한 개선을 가져오자'는 제목의 특집 기사를 실었다. 사진은 평천일용필수품공장 내부 모습. 신문은 "인민생활 향상에 이바지할 일념안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동신문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기본 내용과 탄력적 운영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제34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경제는 계획경제이다. 국가는 사회주의경제발전법칙에 따라 축적과 소비의 균형을 옳게 잡으며 경제건설을 다그치고 인민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며 국방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국가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를 실현하여 생산장성의 높은 속도와 인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이 조항은 경제계획이 △축적과 소비의 균형 △경제건설 촉진 △인민생활의 지속적 향상 △국방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 계획의 일원화(一元化)와 세부화(細部化)를 통해 △생산장성의 높은 속도 △인민경제의 균형적 발전 등을 보장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사회의 노동계급적 지향을 강화시켜 나가려고 하는데, 계획경제에서 계획화(계획 및 실행과정), 경제운영시스템의 관리 등이 중요하다.

북한은 과거와 달리 경제관리의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 협동농장 분조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책임제를 비롯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은 기업체들에게 경영자율권을 일정하게 부여함으로써 각 기업체의 생산자대중이 모든 생산과정에서 자신의 일처럼 주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일하게 하려는 것이다.

기업체에서 가격․원가․수익성 등의 경제적 공간(槓杆, 경제적 공간은 '경제단위의 경영활동을 계산․통제․자극하기 위한 수단'을 말한다)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문제가 점점 중요해진다. 이 과제가 얼마나 중요하면 2019년에 수정 보충된 사회주의헌법에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는 규정(제33조)을 포함시켰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북한에서 경제적 공간의 중요성은 기업체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계획화사업․재정금융사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제적 공간의 중요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각의 경제관리에서 이 과제가 중요해진다. 이것은 전통적인 계획경제시스템으로는 생산력의 제고, 확대재생산과 고축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경제의 계획화에서도 중대한 개선이 있어왔다. 전략적 계획(기간산업, 국방공업 등)에 대해서는 국가가 장악하고 모든 생산과정을 통제하며, 비전략적 계획(경공업 중심)에 대해서는 자율적, 탄력적 운영이 적용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계획화와 경제관리 개선에서 지난 2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앞으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회주의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실제 운영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식 사회주의'에서 다양한 탄력성이 관찰된다. 계획의 작성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실리주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것이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한 일 같지만 과거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주체사회주의와 실리주의

실리주의는 중국의 실용주의와 유사한 표현이지만 그 성격은 전혀 다르다. 중국의 실용주의는 경제개혁 심화의 길을 열었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이름하에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던 '시장사회주의'로 정착되었다. 북한의 실리주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면서 경제개혁에 나서지 않고 경제관리 개선을 통해 비효율적 사업체계와 낡은 사업방식을 고쳐나감으로써 '우리식 사회주의'를 정착시켜나가고 있다.

경제개혁의 관점에서 북한경제의 변화를 기대하는 외부의 시선이 있을지라도 북한에서 그러한 변화는 일어날 것 같지 않다. 미국이 대북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한다면 북한은 남북 경협, 북중 경협뿐 아니라 동남아 10개국과 호주, 뉴질랜드, 일본, 유럽 국가들과의 무역을 확대하고 합자투자 유치에 나서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우리는 '우리식 사회주의'를 조우하게 될 것이다. 남북한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과정에 진입하게 될 터인데 그때에도 북한은 '주체사회주의'를 견지하고 있을 것 같다. 동아시아의 경제적 대전환이 일어나는 날에도 북한경제는 여전히 사회주의 계획경제시스템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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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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