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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대통령님, 해고당하고 죽어가는 노동자가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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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대통령님, 해고당하고 죽어가는 노동자가 보이십니까"

'희망뚜벅이' 40일 대장정 마무리..."절박한 사연 몸에 새기고 걷는 천리길"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희망뚜벅이' 행진 40일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청와대 인근에 도착한 김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해고당하고 죽어가는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보이느냐'고 물었다. (기사 아래 김 위원 발언문 전문)

7일 서울에서 '희망 뚜벅이' 마지막 날 행진이 있었다. 행진 맨 앞에는 김 위원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 서진ENG 해고노동자 변주현 씨,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 부지부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섰다. 바로 뒤에는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코레일네트웍스, 아사히글라스 등 해고노동자가 걸었다. 그 뒤를 700여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방역지침에 따라 9명씩 무리를 지어 따랐다.

이날 참가자들은 한강대교를 건너 한진중공업 본사를 거쳐 청와대 인근 효자동 치안센터까지 행진했다.

행진 중 김 위원은 청와대 분수대 앞 '김진숙 복직 촉구 단식농성장'을 찾아 단식자들에게 단식 중단을 간곡히 부탁했다. 이에 남은 단식자 두 명은 단식을 멈추고 이날 마무리 집회가 끝난 뒤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

▲ 7일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과 노동자, 시민들이 희망뚜벅이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숙 " 대통령님, 해고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들이 보이십니까"

행진이 끝난 뒤 청와대 인근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마무리 집회에서 김 위원은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물으며 LG트윈타워, 아시아나케이오, 코레일네트웍스, 아사히글라스 등에서 해고된 노동자, 차별과 멸시부터 배우는 청년 비정규직과 가장 먼저 잘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야기했다.

김 위원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라고 물은 뒤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의 싸움,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은 이주노동자에 대해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라며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라고 물었다.

김 위원은 이어 노동자와 시민 각자가 희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위원은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다"며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이 나라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위원은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을 향해 "먼 길 함께 걸어와 주셔서 고맙다"며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희망뚜벅이 40일,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을 몸에 새기고 걷는 천리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지난해 12월 30일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며 차해도 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 황이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미조직부장과 함께 호포역에서 청와대로 길을 떠났다.

암 투병 중이던 김 위원은 그날 "앓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습니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구요. 복직 없이 정년 없습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김 위원이 청와대로 오는 동안 행진 참가자 수는 점점 불었다. 먼저 마지막날까지 김 위원 곁을 지킨 한국게이츠, 대우버스 등 해고노동자들이 함께했다.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고 김재순 노동자 아버지 김선양 씨, 고 문중원 기수 부인 오은주 씨 등 산재유족도 오고 갔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같이 행진하기도 했다.

서울에 와갈 때쯤 김 위원의 곁에는 평일에만 100여 명의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주말이면 그 수가 더 불어나기도 했다.

그 사이 이름이 없던 김 위원의 행진에는 '희망 뚜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11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85호 크레인에 오른 김 위원을 응원하기 위해 부산을 향하던 '희망버스'에서 따온 것이었다.

김 위원은 행진 중 올린 트위터에서 '희망뚜벅이'를 "세상이 들어주지 않는 저마다의 절박한 사연들을 몸에 새기고 걷는 천리길"이라고 불렀다.

민주화보상심의위도 부당해고 인정했지만...지지부진한 김진숙 복직

김 위원은 대한조선공사(현 한진중공업) 노조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고문당한 뒤 1986년 회사로부터 해고됐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보상 심의위원회' 2009년 12월과 지난해 9월, 두 차례에 걸쳐 김 위원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부당하게 해고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한진중공업에 김 위원의 복직을 권고했다. 지난해 9월 부산시의회와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김진숙 복직 권고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지난 4일 한진중공업 노사는 김 위원의 복직을 두고 1차 교섭을 열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음 교섭은 8일로 예정되어있다. 사측이 애초 5일로 예정되어 있던 차기 교섭을 8일로 미루겠다고 노측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5일에는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단식 중이던 송경동 시인 등이 국회의장실을 찾아 국회에 '김 위원의 복직이 국가폭력과 부당해고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한 뒤 농성을 시작했다 끌려 나온 일도 있었다.

▲ 7일 청와대 인근 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희망뚜벅이 마무리집회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발언 전문

민주주의는 어디로 갔는가.

전태일이 풀빵을 사주었던 여공들은 어디서 굳은 살 배긴 손으로 침침한 눈을 비비며 아직도 미싱을 돌리고 있는가.

아니면 LG트윈타워 똥물 튄 변기를 빛나게 닦다가 짤렸는가.

아니면 인천공항의 대걸레만도 못한 하청에 하청노동자로 살다가 짤린 김계월이 됐는가.

그도 아니면 20년째 최저임금 코레일 네트웍스의 해고자가 되어 서울역 찬바닥에 앉아 김밥을 먹는가.

노동존중 사회에서 차헌호는 김수억은 변주현은 왜 아직도 비정규직인가.

왜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과 멸시부터 배워야 하며

페미니스트 정권에서 왜 여성들은 가장 먼저 짤리며 가장 많이 죽어가는가.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지키겠다는 정권에서 대우버스, 한국게이츠, 이스타 노동자들은 왜 무더기로 짤렸으며 쌍차와 한진 노동자들은 왜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리는가.

박창수, 김주익을 변론했던 노동인권 변호사가 대통령인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굶고 해고되고 싸워야 하는가.

최강서의 빈소를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분이 대통령이 된 나라에서 왜 아직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어가는가.

김용균, 김태규, 정순규, 이한빛, 김동준, 홍수연은 왜 오늘도 죽어가는가.

세월호, 스텔라스테이지호는 왜 아직도 가라앉아 있으며 유가족들이 언제까지 싸워야 하는가.

이주노동자들은 왜 비닐하우스에서 살다 얼어 죽어야 하는가.

왜 문정현 신부님은 백기완 선생님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한 싸움을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가.

전두환 정권에서 해고된 김진숙은 왜 36년째 해고자인가.

그 대답을 듣고 싶어 34일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약속들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 싶어 한발 한발 천리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36년간 나는 유령이었습니다. 자본에게 권력에게만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내가 보이십니까.

함께 싸워왔던 당신이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여전히 해고자인 내가 보이십니까.

보자기 덮어쓴 채 끌려가 온몸이 피떡이 되도록 맞고 그 상처를 몸에 사슬처럼 지닌 채 36년을 살아온 내가 보이십니까.

최저임금에 멸시의 대명사인 청소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울며 싸우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아빠 왜 안 와"라고 묻는 세 살짜리 아이에게 "아빠는 농성장이야"라는 말을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다는 이 노동자들이 보이십니까.

동지여러분, 민주주의는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 왔습니다.

과거를 배반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입술로만 민주주의를 말하는 자들이 아니라 저 혼자 강을 건너고 뗏목을 버리는 자들이 아니라 싸우는 우리가 피 흘리며 여기까지 온 게 이 나라 민주주의입니다.

먼 길 함께 걸어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살을 깎고 뼈를 태우며 단식 하신 동지들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먼 길을 가야 할지 모를 우리들.

포기하지 맙시다. 쓰러지지도 맙시다. 저도 그러겠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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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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