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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北 원전' 안보 자해…공무원이 인생 건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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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北 원전' 안보 자해…공무원이 인생 건 범죄?"

국민의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하며 색깔론에 맞불

국민의힘이 이른바 '북한 지역 핵발전소 건설 의혹' 관련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의 문서 공개와 당시 남북정상회담 관계자들의 잇단 공개 입장표명, 나아가 시민사회는 물론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의구심이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 입장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일 당 비대위 회의를 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함경남도 신포에 신형 원전(핵발전소)인 APR-1400 건설은 물론 송전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며 "핵무기 재료가 될 수 있는 원전을 우리나라에서는 폐기하자고 하더니 북한에는 새로 지어주는 안보 자해 계획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부 공개 문서에 따르면, '신포에 APR1400 건립'과 '송전'은 상호 대안이 될 수 있는 '1안'과 '3안'(2안은 DMZ에 핵발전소 건설안)이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북한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이 터무니없는 북풍이니,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됐느니 했으나 결국 거짓을 덮으려다 거짓이 드러나고 있다"며 "청와대와 여당이 국민의 상식적·합리적 의심에 대해 '북에 넘긴 USB에는 원전의 원 자도 없다'는 등 논점을 흐리고, 앞뒤없이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법적 대응 운운하며 입막음하기 바쁘다"고 주장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전날 약식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과 대화 과정에서 원전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판문점 회담이 끝난 직후 워싱턴을 방문해서 미국에 북한에 제공한 동일한 내용의 USB를 제공하고 신(新)한반도 경제구상의 취지를 설명했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4.27 남북정상회담 후 산업부 문건이 작성됐고,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포 경수로 시설을 점검하고 이듬해 신년사에서 핵에너지 활용을 강조하는 등의 정황을 언급하며 "이런 일련의 사건이 모두 우연이라고 할 것이냐"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내부 검토를 위한 아이디어 차원 자료였다면 공무원이 인생을 건 범죄를 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산업부는 삭제된 자료를 어디서 구해 공개한 건지 밝히라"고 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해당 문서를 공개하며 "산업부 내에 있는 보고서"라고 밝힌 바 있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서가 삭제됐다고 하는데 다 있지 않느냐"며 "자기 개인 컴퓨터에서만 파일을 삭제했고, 부처에 문서는 다 남아 있고 다른 공무원들한테 필요한 문서들은 이관이 다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감사원의 원전 감사 조직적 방해,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까지 간 원전 수사 방해 등 정권이 명운을 걸고 팔사적으로 감추려 한 것은 단순한 탈원전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을 제시하며 "'대북원전 게이트'의 실체는 이제부터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5월 14일 작성 자료만 공개헀는데, 최종 수정본으로 보이는 5월 15일 작성 자료는 왜 공개를 안 했나", "삭제한 17개 중 현재 단 1개가 공개됐을 뿐이다. 전체 문서 공개를 요구한다"는 등의 추가적 의혹 제기도 직접 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의혹 공세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는 김 위원장과 같은 주장들만이 이어졌고, 당내 정책통인 이종배 정책위의장, 여성·청년을 각각 대표하는 김미애·김병민·김재섭·정원석 비대위원들도 이견 제시는커녕 오히려 "북한에 핵무장 원료를 제공해주는 플랜테이션"(정원석)이라고 하는 등 김 위원장보다도 한 발 더 나간 공세를 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민의당과 공동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원전 건설 문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공식 제출했다. 두 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탈원전(탈핵)을 졸속 강행하면서 북한에는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 했었던 충격적인 정황들이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알려졌다"며 "국내에는 탈원전, 북한에는 원전을 건설하려 한 이중성으로 국민적 지탄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의힘의 이같은 공세에 대해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며 일축하고 있고, 보수진영 내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전 수석은 지난 1일 SNS에 쓴 글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검토한 것이라면 호들갑을 떨 일은 못 된다"고 지적했다.

천 전 수석은 "북한 원전 건설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는 것만으로는 국제법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핵 폐기를 완료한 후 NPT에 복귀하고 IAEA 전면 사찰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며 "문 대통령이 아니라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도 일어날 가망이 없는 일을 산업부가 멀리 내다보고 검토한 것이 신기할 뿐"이라면서도 이같이 지적했다.

김종인 위원장과 함께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에 함께 참여했던 이상돈 전 국회의원도 지난달 31일 "야당 주장에 의하면 (정부에서)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건설해주려 했다는 것인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인공위성을 피해서 어디에서 공사를 한다는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이것은 이적행위도 될 수 없는, 애당초 실현이 불가능한 '황당한 공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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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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