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비서실 직원 성폭행 사건 재판 과정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이 사건 피해자를 성추행했음을 법원이 인정한 데 대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15일 휴가 중인 주호영 원내대표를 대신해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어제 법원이 박 전 시장 피해자의 별건 사건을 판결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가한 성추행 사례를 적시하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성추행 사실을 분명히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이로써 민주당이 애써 감추려던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무려 5개월 만에 드러났다"면서 "그동안 사건을 둘러싼 민주당의 행태는 목불인견 그 자체였다. 특히 '여성계 대모'라 불려온 남인순 의원은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폄훼하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고 '여성계 대모'께서 직접 박 전 시장 측에 피해사실을 유출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남 의원은) 그런데도 사과는커녕 '질문과 유출은 다르다'며 궤변을 늘어놨다"며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국민께 죄송하다면서도 당헌을 뜯어고쳐 서울시장 출마 길을 텄고, 2차 가해자인 남 의원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의장은 "박 전 시장의 직원 성추행 사실을 법원이 인정한 이상 이제는 어떠한 변명도 통할 수 없다. 이 대표는 비겁한 침묵으로 피해자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 대표는 남 의원을 즉각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 공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서울시장 무공천을 선언하고 피해자께 진심어린 사과를 하라"고 촉구헀다.
국민의힘은 전날 판결 직후에는 윤희석 대변인 구두논평을 통해 "법원이 드디어 진실을 인정했다"며 "피해 여성의 아픔이 치유되는 그날까지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서울시장 비서실 직원이 동료 직원을 성폭행한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피해자의 심리적 외상(PTSD)은 이 사건 가해사실 때문이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판단을 하며 '박 전 시장이 피해자를 성추행한 것은 사실이나, PTSD는 박 전 시장 성추행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가해사실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판시했다.
재판의 결론보다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은 사실'이라는 사실인정이 더 주목을 받았다. 법원은 "(피해자가)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지 1년 반 이후부터 박 전 시장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냄새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등의 문자를 받았다"며 "피해자의 이런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했지만 사망으로 법적 호소의 기회를 잃었는데, 재판부가 일정 부분 판단해주신 게 피해자에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도 "(가해자인 비서실 직원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진술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뿐 아니라 박 전 시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 또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사법부에 의해 진실의 문이 열리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을 시작으로 경찰이 권력의 압력에 굴복해 밝히지 못한 진실을 다른 국가기관이 밝혀 낼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단체는 "검찰은 '박원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진행하고 수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민주당은 피해자 앞에 사죄하고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정치적 책임을 다하라"고 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의혹을 받는 남인순 의원과 시민단체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전 상임대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피소 사실 유출 경위를 조사했던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가 이 사건을 배당받았다.
여성단체연합은 전날 정기총회를 열어 지난 7월부터 직무에서 배제된 김영순 상임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하고 "뼈아픈 성찰과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사명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며 내부 혁신위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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